샤넬코리아와 천재교과서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점은 같지만 정보유출 규모는 다르다. 샤넬코리아는 8만명 규모인데 비해 천재교과서는 8분의 1 수준인 1만명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과징금은 샤넬코리아가 1억원인 반면 천재교과서는 그 9배인 9억원이다. 연간 매출 규모를 보면 샤넬은 1조원, 천재교과서는 50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과징금 기준과 관련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정부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는 27일 제17회 전체회의를 열고, 샤넬코리아 등 9개 사업자의 개인정보보호 법규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처분을 심의 의결했다.

천재교과서 개인정보 유출과정 이미지/ 개인정보위
천재교과서 개인정보 유출과정 이미지/ 개인정보위
이날 위원회에서는 개인정보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다 하지 않아 해킹 등으로 개인정보를 유출한 샤넬코리아, 천재교과서, 천재교육, 지지옥션, 크라운컴퍼니, 핸디코리아, 박코치소리영어훈련소, 에이치제이컬쳐, 디어유 등 9개 사업자의 개인정보보호 법규 위반행위에 대해, 총 10억3407만 원의 과징금과 1억220만원의 과태료 부과, 시정명령, 공표 등 시정조치를 내렸다.

조사 결과 샤넬코리아는 개인정보처리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는 관리자 계정의 비밀번호를 누구나 매우 쉽게 추측할 수 있도록 설정하는 등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다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9개 제휴사의 온라인 장터를 통해 화장품을 구매한 이용자 8만1654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1년 이상 장기 미이용자의 개인정보를 파기하거나 다른 이용자의 개인정보와 분리해 별도로 저장·관리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용자 개인정보를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에 보관하면서, 국외로 개인정보를 이전한 사실에 대해 이용자 동의를 받거나 개인정보처리방침 등으로 알리지 않았다.

천재교과서는 접근권한이 없는 천재교육이 초등 밀크티 개인정보처리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도록 운영해 밀크티 이용자 2만3624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이 밖에 이번에 제재처분을 받은 업체들은 외부에서 개인정보처리시스템에 접속할 때 2차 인증을 적용하지 않는 등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했다.

사업자별 위반사항에 대한 행정처분 / 개인정보위
사업자별 위반사항에 대한 행정처분 / 개인정보위
송상훈 개인정보위 조사조정국장은 "최근 해커의 공격으로 인한 개인정보의 대형 유출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업체 스스로 취약점을 주기적으로 확인해 개인정보처리시스템에 대한 불법적인 접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안전조치 의무를 준수하고 있는지 상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정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2과장은 유출규모가 더 큰 샤넬코리아의 과징금이 천재교과서보다 적은 이유에 대해 "샤넬코리아는 전체 매출액이 1조원쯤이지만, 천재교과서는 매출액이 한 500억원이다"며 "하지만 지금 현행 법률상 관련 매출액을 따지게 돼있고, 샤넬코리아 같은 경우는 9개 제휴사 온라인쇼핑몰에 회원정보가 유출됐기 때문헤 관련 매출액이 100억원 쯤이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적으로 천재교과서가 과징금을 더 많이 부과하게 된 결과가 나왔는데, 1조원의 회사와 500억 원의 회사가 과징금 규모가 역전된 것이 타당한 것이냐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한번 논의를 해볼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며 "비합리적인 부분이 있으면 논의를 거쳐 개선해나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