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 영세 PC 업계가 살아남으려면

입력 2021.11.04 17:29

올해 2분기 국내 PC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성장한 150만대로 나타났다.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등 ‘비대면’ 환경이 일상화되면서 가정에서의 PC 구매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PC 판매량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PC에 대한 사후지원(AS) 수요도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만 사용하다가 코로나 이후 PC를 처음 구매한 소비자도 적지 않다. 그 때문에 일반적인 고장으로 인한 AS뿐 아니라, 조작 미숙 등으로 인한 AS 요구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 브랜드의 PC는 전국적인 서비스망을 통해 어디서든 쉽고 빠르게 양질의 AS를 받을 수 있다. 반면, ‘가성비’ 등의 이유로 많이 찾는 외산 브랜드 PC나 중소업체에서 제작한 조립 PC는 AS 센터의 수와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AS의 질과 만족도 역시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주요 대도시는커녕, 본사 한 곳에만 서비스 센터를 갖추고 AS를 지원하는 경우도 흔하다.

한편, ‘비대면’ 상황의 장기화로, AS 역시 ‘비대면’ 비중이 늘고 있다. 서비스센터에 직접 방문하는 대신, 택배나 퀵 서비스 등으로 문제의 제품을 입고시키고, 해결된 제품을 같은 방법으로 돌려받는 형태다. 특히 지방 거주자들은 이러한 비대면 AS외에는 답이 없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대다수 PC 관련 업체들이 택배나 퀵을 통한 AS를 처리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비대면 AS에서 분쟁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소비자와 서비스 기사가 직접 마주 보면서 고장 증상에 대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기존 센터 방문 대면식 AS와 달리, 상대방을 직접 볼 수 없는 비대면 AS는 정확한 의사전달에 한계가 있다. 이는 전화나 메신저 등으로도 완벽히 극복할 수 없다.

PC 관련 커뮤니티에서 자주 이슈가 되는 사건·사고 역시 비대면 AS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구입한 지 얼마 안 된 깨끗한 ‘신상’급 제품을 AS 보냈더니, 아무런 상의 없이 오래 쓴 흔적이 역력하고 흠집도 잔뜩 난 리퍼비시 제품으로 바뀐 사례 ▲센터에 제품을 보낸 지 오래됐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어 전화를 걸어보니, 그제야 접수를 하고 처리를 시작하는 사례 ▲여차여차 제품을 돌려받긴 했는데, 여전히 문제가 그대로 남아있는 사례 등은 비대면 AS 중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더 큰 이유는, 여전히 상당수 PC 업체가 대면 AS를 우선해서 처리하기 때문이다. 서비스센터에 직접 방문해 AS를 의뢰하는 이들은 일반 소비자인 경우도 있지만, 동종 업계의 대리점이나 고객사, 협력업체 관계자인 경우도 적지 않다. 그 때문에, 일반 소비자보다 거래처를 우선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일반 소비자가 대부분인 비대면 AS는 뒷전으로 밀리고, 처리 과정도 훨씬 소홀해지기 쉽다.

막상 비대면 AS와 관련해 평이 좋지 않은 업체의 서비스센터에 직접 방문해 보면, 예상외로 친절하고 빠르게 서비스를 처리하는 모습을 접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커뮤니티 등지에서 ‘차라리 휴가 내고 직접 방문 AS를 받는 것이 낫다’라는 조언도 종종 볼 수 있다.

PC 시장에서 비대면 AS의 비중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업체와 소비자가 서로 얼굴을 붉히지 않고, 브랜드 및 평판 관리를 위해서라도 업체들이 대면 AS 못지않게 비대면 AS에도 더욱 힘을 실어야 한다. 그때그때 급한 불만 끄는 식으로 대처하면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불만이 쌓이고, 해당 업체에 대한 평가는 깎일 수밖에 없다.

적어도 비대면 AS를 위한 전담 인원을 따로 두어 제때 관리하고, 서비스 의뢰 제품의 접수부터 점검 내역, 출고 과정을 간단한 문자 등으로 통보만 해줘도 소비자의 만족감과 신뢰감은 크게 오를 수 있다. 대면 AS처럼 ‘소통’이 많을수록 서비스의 질과 정확도도 덩달아 상승한다. 그것이야말로, 코로나로 인한 뉴노멀 시대에 영세업체들이 많은 PC 유통 업계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의 하나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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