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세상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기술을 직접 개발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각자의 영역에서 필요한 만큼의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학생은 미래의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미 직업을 가진 사람은 각자 직업의 미래를 예상하기 위해서 세상을 바꾸는 기술에 대해서 이해해야만 한다. IT조선은 [이학무의 테크리딩]을 통해서 기술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다지기와 이를 기반으로 필수적인 기술 이해 방법을 제공한다. <편집자주>

최근 암호화폐, NFT 등 암호화자산이 자산시장의 한 축으로서 투자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 그만큼 암호화자산에 대한 공부가 필수적인데, 그 시작은 단연 비트코인이다. 수없이 많은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암호화폐)과 이로부터 파생된 NFT들이 오늘날 생겨나고 있으며, 또 순식간에 없어지고 있다. 따라서 어떤 알트코인과 NFT가 진정 가치 있는지 ‘옥석가리기’를 하기 위해선 암호화폐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비트코인의 근본적인 철학은 ‘분산장부에 기반한 공정한 신뢰’이다. 비트코인 장부는 신뢰할 수 있다. 비트코인 장부를 네트워크 참가자 모두가 나눠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동일한 거래내역의 장부 1000개가 있다면, 이중 최소 501개의 장부(전체의 51% 이상)를 소수가 확보해 내용을 동시에 수정해야 거래내역을 조작할 수 있다. 그러나 1000개의 장부는 네트워크 참여자 모두가 나눠 갖고 있기 때문에 조작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각각의 장부가 모두 같은 내용이라는 것을 어떻게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지, 또 어떻게 새로운 내용을 모든 장부에 동시에 업데이트할 수 있는지 등이다. 이를 기술적으로 확인시켜준 것이 바로 비트코인이다.

우선, 모든 장부가 같은 내용이라는 것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게 만든 구조가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에서 우리는 마지막 블록의 특정 숫자 하나만 확인하면, 그 체인과 연결되어 있는 모든 데이터가 서로 동일한지 한 번에 확인할 수가 있다. 이 특정 숫자를 ‘해시값’이라고 부른다.

만약 블록체인의 어느 부분에서 1bit라도 달라지면, 마지막 블록의 해시값도 달라진다. 다음 블록을 만들기 전 장부를 나눠 갖고 있는 주체들끼리 각자 갖고 있는 장부의 마지막 해시값을 서로 비교 검증하는데, 오직 과반수 이상의 동일한 해시값을 갖는 장부만을 인정(승인)한다. 나머지 장부는 오류가 있거나 조작된 것으로 간주해 동일한 해시값이 나온 장부로 대체한다. 이로써 다음 블록을 만들기 전 모든 주체들이 동일한 장부를 갖고 있게 된다.

비트코인과 CPU 안내 이미지 / 픽사베이
비트코인과 CPU 안내 이미지 / 픽사베이
‘암호화폐 채굴’이라는 용어와 관련해, 비트코인은 장부의 거래내역을 검증하는 주체들에게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제공하도록 블록체인을 설계했다. 검증 과정은 전기세 등의 비용을 수반하는데, 이러한 비용을 충당하고도 남을 정도의 충분한 유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채굴이라 부르는 것이다.

채굴은 가장 최근(마지막) 블록의 해시값으로 특정한 조건에 부합하는 숫자를 찾는 게임이다. 여기서 특정한 조건에 부합하는 숫자를 ‘넌스값’이라고 부른다. 넌스값을 가장 먼저 찾는 채굴자가 블록을 만들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고, 블록을 만든 보상으로써 비트코인을 받는다. 이때, 찾은 넌스값을 모든 채굴자와 공유해 조건에 맞는 숫자를 찾았다는 것을 인정받아야 한다. 넌스값을 공유해서 인정을 받는 과정에서 과반수 이상이 그 넌스값이 맞는 값이라고 인정하는데 특정 채굴자는 그 넌스값이 맞지 않는다고 하면 그 채굴자는 기존 장부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존 장부의 마지막 해시값이 다른 채굴자와 달라 조건에 부합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과정이 바로 공정한 신뢰를 만드는 과정이다. 누구나 참여해 넌스값을 찾을 수 있고, 이에 대한 승인도 다수결로 진행되기 때문에 투명하고 공정하다. 이와 같은 과정을 ‘작업증명(PoW, Proof of Work)’이라고 부른다. 넌스값을 찾는 어려운 작업을 통해 장부의 신뢰성을 증명한다는 뜻이다.
비트코인은 지난 10년이상 분산에 기반한 공정한 신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해 오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확장성과 처리속도에는 한계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비트코인 이후 출시된 알트코인 모두 이 두 가지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옥석가리기에 있어, 비트코인의 ‘분산’, ‘공정한 신뢰’라는 철학을 유지하면서 비트코인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코인에 주목해야 한다.

먼저, 이더리움은 확장성 문제를 해결했다. 비트코인에서 확장성의 가장 큰 걸림돌은 블록체인에서 완전한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기술적인 문제라기보다는 DDoS 등의 서비스 공격으로부터 비트코인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즉, 프로그램을 반복적으로 실행시켜 비트코인 시스템을 마비시키려는 공격을 차단한 것이다.

이더리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 상에서 프로그램을 실행시킬 때마다 비용을 지불하는 ‘가스’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프로그램을 한번 실행시킬 때마다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무제한으로 프로그램을 실행시켜 시스템을 공격하려는 시도를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이로써 이더리움 블록체인 상에서 온전한 프로그램이 작동할 수 있게 됐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탈중앙 애플리케이션(DApp), 탈중앙 금융(DeFi), 그리고 NFT 등이 활성화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더리움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이 점차 느려지는 처리속도이고, 이더리움 네트워크 과부화에 따라 급등하는 ‘가스’ 비용으로 인한 부담 증대 역시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프로그램을 돌리는 비용이 높다는 것은 활성화를 막는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이더리움의 느린 속도, 비싼 가스비, 채굴을 위한 과도한 에너지 사용 등의 문제 대안으로 개발된 대표적인 알트코인이 에이다(ADA), 솔라나(SOL)이다. 이들은 ‘지분증명(PoS, Proof of Stake)’이라는 방식으로 거래를 승인하고 블록을 만드는 과정으로 증명방식을 변경했다. 이는 코인을 갖고 있는 지분(Stake)에 따라 더 높은 확률로 블록을 생성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방식이다. 지분증명은 확률에 의해 블록을 만들 주체를 정하기 때문에 기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작업증명(PoW)보다 더 빠르게 거래내역을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지분증명은 비트코인의 핵심적인 철학인 ‘분산’을 침해한다는 문제가 있다. 극단적으로 51%의 지분을 가진 주체가 있다면, 2번에 한 번은 블록을 만들 수 있다. 이처럼 한 주체에게만 장부를 작성할 수 있는 권한이 과도하게 주어지게 된다면 장부의 신뢰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즉, 시스템적으로 무한한 신뢰를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오늘날 위임지분증명(DPoS, Delegated PoS), 역사증명(PoH, Proof of History), 그리고 우로보로스 등의 보완된 지분증명을 개발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

향후에도 블록체인 증명방식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기 위한 알고리즘이 개발될 것이다. 이때 알고리즘의 가치를 판단하는 척도로 비트코인의 핵심 철학인 ‘분산’, ‘공정한 신뢰’와 궤를 같이 하는지 체크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우로보로스를 채택하고 있는 에이다와 역사증명을 채택하고 있는 솔라나는 면밀히 공부해 볼 필요가 있다. 비록 상당히 많이 보완이 되긴 했으나, 아직도 지분증명이라는 것의 한계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작업증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온 대안은 필히 작업증명의 핵심 가치인 분산과 공정을 유지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통신서비스 애널리스트 leehakm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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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핸드폰, 디스플레이 등 IT 산업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및 신재생에너지 산업까지 다수의 성장산업을 분석한 신성장 산업 분석 전문가다. 공학을 전공하고 비즈니스를 20년간 분석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이끄는(lead) 기술 읽기(read)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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