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메타버스에 열광하고 있다!"

메타버스에 관심 있는 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말이다.

진짜 그럴까? MZ세대인 동생에게 물었다. "그냥 기존 게임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어른들 말장난 아냐?" 평범한 MZ세대의 대답치곤 회의적이었다.

메타버스에 열광한다는 것은 메타버스를 잘 모르는 일반인의 시각일 수도 있다. 국내외 안팎에서는 전문가를 중심으로 메타버스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 위드 코로나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는데, 비대면 일상을 현실화할 메타버스 기술과 콘텐츠는 아직 미흡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비대면 사회가 본격화하면 VR기술을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 시스템으로 우리 일상이 옮겨갈 거라 보고 있다. 이용자들이 상상하는 메타버스 세상은 PC나 모바일에 VR기술을 접목해 곧바로 가상세계를 즐기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나온 VR기술은 오큘러스 같은 개별 접속 장치를 갖춰야 한다. 2018년 개봉한 가상현실을 다룬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보다 발전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메타(옛 페이스북)의 자회사이자 가상현실(VR) 기기 개발사인 ‘오큘러스’의 창립자·기술자문인 존 카맥은 메타버스 사업에 올인하는 메타의 기조를 우려했다. 그는 얼마 전 열린 ‘페이스북 커넥트 콘퍼런스’에서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제시한 이상을 구현하기에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앞서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사명을 메타로 바꾸면서 현실과 가상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메타버스 세상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존 카맥은 또 그런 저커버그의 목표를 실현하기에 위해서는 당장 활용 가능한 상품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전문가 사이에서도 기술이 우선돼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기술 개발이 선행되지 않으면 과거부터 수없이 등장했던 서비스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실제 가상세계에서의 삶을 말하는 서비스는 과거에도 수없이 등장했다. 세컨드라이프, 싸이월드, 동물의 숲 등 가상세계를 타깃으로 하는 서비스는 예전부터 등장했지만 대부분은 현재 없어지고 끝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단순히 현실을 가상으로 옮기는 것 이상의 정교한 장치와 기술,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게임사 중 VR 게임을 꾸준히 개발하고 출시하는 회사는 스토브 VR을 운영하는 스마일게이트가 거의 유일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 결과 국내 VR 게임 이용률도 지난 2018년부터 5%대에 그쳤다.

그럼에도 우리는 메타버스를 향하고 있다. 각종 산업군은 메타버스를 활용해 신사업을 벌이면서 산업 규모와 파생 효과는 커지고 있다. 기업과 정치권, 정부가 광폭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진 메타버스 세상으로 가려는 움직임은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메타버스 산업을 띄우는 분위기가 마냥 나쁘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실제 증권가는 메타버스 시장 규모를 올해 50조원에서 2030년 1000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메타버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의 4개 종목은 2500억원 규모가 됐다. 글로벌 기업은 잇따라 메타버스 사업에 진출하며 국내 정보통신(ICT) 업계도 관련 사업을 자연스럽게 추진한다. 게임 기업들 역시 ‘게임이 곧 메타버스’라는 기조를 바탕으로 ‘메타버스 사업’에 적극이다.

기업만이 아니다. 정부는 기업의 발전 속도에 맞춰 관련 예산을 늘리고 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 중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메타버스 관련 예산은 1602억원이다. 당초 계획인 1284억원에서 24.8%를 증액했다. 업계는 정치권이 심의 단계에서 예산을 더 올릴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다. 그렇다면 부정적 면모만 볼 게 아니라 시대적 흐름임을 인지하고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과거의 VR·AR 시장처럼 메타버스가 반짝 열풍으로 끝나는 걸 원하지 않으면 말이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