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본회의 통과를 목전에 뒀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에서 고민 중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에 비해, 법의 규제 강도는 높지 않다고 평가한다. 다만 해당법이 타깃으로 하는 규제 대상 플랫폼의 범위가 넓어, 이제 막 성장을 시작한 중소형 스타트업 플랫폼 입장에서는 규제 리스크 우려가 나온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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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플법, 이달 통과 목전…플랫폼 사업자 ‘갑질' 규제 초점

8일 국회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온라인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화법)'과 전혜숙 의원(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하 이용자보호법)'을 모두 통과시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세부 조항은 조정키로 했다.

앞서 두 법안은 주도권을 두고 공정위와 방통위가 팽팽히 맞서면서 국회에 표류했다.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문제가 사업자의 ‘갑질’(불공정거래행위) 규제와 관련됐다는 점을 앞세워 규제 권한이 공정위에 있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방통위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사업자에 대한 규제 행위라는 점에서 주무 부처가 방통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는 불공정행위와 관련된 부분은 공정위에서, 이용자 보호와 관련된 부분은 방통위에서 규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당 규제 권한을 놓고 공정위와 방통위를 중심으로 국회 정무위와 과방위가 기싸움을 오래 했다"며 "최근 홍남기 부총리가 당 차원에서 정리하자고 중재에 나서면서 급속도가 붙어 어느정도 안이 정리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플랫폼 불공정행위 금지, 콘텐츠 노출 순서 기준 등 담은 계약서 교부 의무 규정"

온플법은 플랫폼 기업과 입점업체 간 ‘갑을관계'를 반영, 플랫폼 기업의 부당한 갑질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이다. 플랫폼이 형성한 공간 안에서 거래질서와 규칙을 제정하고 집행할 권한을 가진 사업자가, 입점업체에 불리한 내용의 규칙을 강제하기 어렵도록 만드는 게 골자다.

법안은 연간 수수료 수입이 100억원 이상이거나, 중개거래금액이 1000억원 이상인 플랫폼 기업이 입점업체와 중개거래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을 담았다. 또 계약서에는 계약 기간·변경·갱신·해지와 관련된 내용, 거래과정상 발생한 손해분담의 기준, 온라인 플랫폼에 콘텐츠가 노출되는 순서 등을 필수로 담도록 했다. 이 외에도 플랫폼 사업자의 갑질(불공정행위)금지 의무 등을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 규정도 담았다.

방송통신위를 주무부처로 하는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법은 플랫폼과 입점업체는 물론, 소비자 관계도 규율했다. 해당 법안도 공정위가 제출한 온플법처럼 플랫폼이 콘텐츠 노출 방식와 순서를 결정하는 기준을 공개해야 하는 내용을 담았다. 알고리즘 작동 기준과 원리를 일부 공개하거나 설명하라는 내용이다.

이는 앞서 EU의 ‘온라인 플랫폼 규칙'에 담긴 내용이다. 규칙에서는 ‘검색·배열순위 결정과 관련된 정보의 제공’ 의무를 규정하면서, 플랫폼 서비스 시장에서 검색·배열 순위의 투명성을 제고하도록 했다. 해당 규칙은 ‘온라인 중개서비스 사업자는 자사 웹사이트 화면에 배열되는 업체·상품 등 우선순위를 결정짓는 매개변수(main parameters) 및 고려되는 각 변수(순위 결정요소) 간 상대적 중요도를 약관에 명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중소형 플랫폼 스타트업은 규제 부담 고민

경쟁법 전문가들은 두 법안 모두 주요 빅테크 기업의 갑질이나, 지배적 지위를 인접시장으로 끊임없이 확장하는 등의 문제를 강도높게 제재하는 법안은 아니라고 해석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 추진되는 법안과 비교할 때 규제 강도는 오히려 낮다고 평가한다.

유럽의 디지털시장법이나 미국에서 추진되는 반독점법은 빅테크 기업의 자기사업우대행위나 킬러인수 제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온플법은 경쟁법으로 기획되기보다는 새로운 경제 주체로 탄생한 플랫폼의 특수성을 반영해 입점업체에 갑질을 방지하기 위한 의무를 부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업계 일각에서 "온플법이 국내 네이버 같은 빅테크 기업의 핵심 관심사는 아니다"라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배경이다.

다만 중소형 플랫폼 사업자는 시름이 깊은 모양새다. 코스포 추산에 따르면 해당 법을 적용받는 국내 기업은 100여개에 이를 전망이다.

이들은 새로운 규제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해당법의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전에 없었던 부담을 지게 된 사업자의 규제 리스크가 상당하다고 봤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지난 4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온플법 처리 중단을 요구한 배경이다. 이들은 온플법 적용 대상 기업이 많다고 지적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측은 "대증적 규제가 애초 목표와 달리 플랫폼 생태계 전체가 고사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입법 모델이 된 유럽 또는 일본법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국한됐다"고 밝혔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