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강국 도약을 꿈꾸는 대한민국의 청사진이 나왔다. 정부는 한국 우주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인 3조7000억원을 투입해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개발에 나선다.

고흥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 기립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 항우연
고흥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 기립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 항우연
김부겸 국무총리는 15일 오후 국가우주위원장으로서 처음으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서 제21회 국가우주위원회를 주재했다.국가우주위원회는 우주 개발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하고자 우주개발 진흥법에 따라 탄생한 기구다. 위원장은 국무총리가, 부위원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이 맡는다. 당연직 정부위원 및 민간위원을 포함하면 총 16명이 참여한다.

국가우주위원회 회의는 민간이 우주 기술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 진입을 공감하는 가운데 열렸다. 회의에서는 ▲우주산업 육성 추진 전략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orean Positioning System, KPS) 개발 사업 추진 계획 ▲국가우주위원회 운영 계획 등을 심의 의결했다.

2031년까지 170기 위성 개발해 한국형 발사체 40회 쏜다

우주산업 육성 추진 전략은 국내 우주 기술 및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데 도움이 될 중장기적인 산업 육성 전략 중심으로 추진된다. 10년 후 우주 비즈니스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의 우주개발 로드맵을 담았다.

우주산업 육성 추진 전략은 국내 기업의 기술력을 높이고 인프라를 확충해 대한민국 대표 우주 기업을 육성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공 수요를 마중물로 국내 민간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2022년부터 2031년까지 공공 목적의 위성을 170기 쯤을 개발한다. 위성 개발과 연계해 국내 발사체를 총 40회 쏘아올린다.

우주산업 육성 추진 전략에 담긴 연도별 위성개발계획(안) / 과기정통부
우주산업 육성 추진 전략에 담긴 연도별 위성개발계획(안) / 과기정통부
정부는 민간 기업 전용 발사체 발사장을 구축한다. 우주 산업 거점으로 발사체, 위성, 소재·부품 등 우주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정부는 또 기업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우주 개발에 참여하도록 관련 제도를 도입한다. 기업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계약 방식을 도입하고, 기술료 감면과 지체상금 완화 등으로 기업 부담을 경감한다. 지체상금 완화는 한도를 계약금의 10%인 방위산업 수준으로 한다.

인력 양성도 추진한다. 정부는 미취업자 산업체 현장 연수와 석·박사 도제식 교육 등 인력 양성 프로그램으로 우주 산업 전문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특정 대학을 지정해 기초·실무 교육에서 채용 연계까지 지원하는 미래우주교육센터도 운영한다.

정부는 우주산업 육성 추진 전략에서 우주 산업의 다수 비중을 차지하는 위성 정보 산업과 관련한 신산업을 육성한다. 스마트폰과 자율차 등 한국형 위성 항법 시스템 연관 산업을 발굴하는 것이 일례다. 6G 군집 위성으로 지상망이 취약한 도서 지역 통신 서비스를 실증하는 등 6G 위성 통신 기술과 서비스 실증도 진행해 민간이 상용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우주개발 최대 규모 사업 KPS 추진 본격화

KPS 개발 사업 추진계획은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인프라로서 초정밀 위치·항법·시각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마련한 계획이다. 위성항법시스템은 다수의 인공위성을 이용해 정확한 위치와 항법, 시각 정보를 제공한다. 교통·통신 기반 기술이자 자율주행차와 도심항공교통(UAM) 등의 분야에도 활용된다.

이번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22년부터 KPS 개발 사업에 착수한다. 앞서 정부는 2018년 2월 제3차 우주개발 진흥 기본계획에서 한국형 위성항법 시스템 개발 계획을 반영해 사업을 준비한 바 있다. 이번엔 2022년 사업 착수를 위한 세부 계획을 수립해 담았다.

KPS 시스템 구성 이미지 / 과기정통부
KPS 시스템 구성 이미지 / 과기정통부
정부는 2022년부터 2035년까지 14년간 총 3조7234억5000만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위성항법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위성·지상·사용자 시스템을 개발해 구축한다. 2010년부터 2022년까지 1조90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사업보다 규모가 큰 국내 우주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출연연에서 산업체로의 적극적인 기술 이전을 추진한다. KPS의 초정밀 위치와 항법, 시각 서비스를 활용한 서비스 산업 육성 등을 통해 우주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연구 개발 총괄을 위해서는 항우연에 KPS개발사업본부를 설치할 계획이다. 향후 KPS위원회와 KPS개발운영단 등의 전담 추진 체계도 마련해 ‘국가 통합항법체계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을 추진한다.

정부는 KPS가 구축되면 유사시에도 금융과 전력, 통신, 교통망 등 주요 국가 기반 인프라의 안정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센티미터(㎝)급 초정밀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자율주행차와 UAM 등 4차 산업혁명 신산업을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설명도 더했다. KPS를 주춧돌로 해 우주 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위성 정보 서비스 사업이 성장하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국가우주위원회, 총리급으로 격상

국가우주위원회 운영 계획은 위원장을 과기정통부 장관에서 국무총리로 격상하는 내용을 담았다. 연구 개발 중심에서 외교와 안보, 산업 등 종합 정책으로 확대하는 우주 정책을 총괄, 조정하기 위해서다.

또 동 위원회 산하에 안보우주개발실무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안보우주개발실무위원회는 안보 목적상 보안이 불가피한 사항을 심의하는 기구다. 국방부 차관과 국정원 차장이 공동위원장을 맡는다.

김 총리는 "짧은 우주 개발 역사에도 우리는 우리 땅에서 우리 손으로 만든 누리호를 발사했다. 세계 7번째로 1톤급 이상 대형 위성을 스스로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나라가 됐다"며 "우주 기업을 키우고, 강한 자생력을 갖춘 우주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을 우리의 다음 목적지로 설정해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또 "민관이 합심해 세계 10위권 경제 성장을 이룬 저력이 있는 만큼, 아직 초기인 우주 산업도 이런 경험과 역량을 토대로 우주 강국에 진입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우주 산업 발전을 위해 관계부처도 소관 분야에서 매진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