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무의 테크리딩] NFT 가치의 핵심은

  •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통신서비스 애널리스트
    입력 2021.11.21 06:00

    기술이 세상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기술을 직접 개발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각자의 영역에서 필요한 만큼의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학생은 미래의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미 직업을 가진 사람은 각자 직업의 미래를 예상하기 위해서 세상을 바꾸는 기술에 대해서 이해해야만 한다. IT조선은 [이학무의 테크리딩]을 통해서 기술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다지기와 이를 기반으로 필수적인 기술 이해 방법을 제공한다. <편집자주>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 그리고 남과 다른 것을 소유하고 싶은 욕구는 인류의 오랜 역사와 함께했다. 이러한 욕구를 디지털 세상에 구현한 것이 바로 NFT(Non-Fungible Token)다. 물론, 혹자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디지털 그림에 사람들이 왜 이리 열광하는지, 왜 비싼 값어치를 지불하는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다이아몬드가 비싼 것이 아름답고 유일한 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큰 의미가 있듯이, NFT도 이와 유사하게 바라볼 수 있다.

    디지털 세상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NFT의 핵심 가치는 디지털 아트, 기술혁신의 마일스톤, 게임 아이템 등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의미 있는 예술작품이 가진 희소성과 그 가치에 대해서는 모두들 큰 이견이 없다. 예술작품의 가치가 높을수록 그를 둘러싼 무단 복사와 소유권 침해 문제에 대한 고민이 깊다. 만약 원본과 복사본을 100% 구분할 수 있다면, 오직 원본만 소유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더욱 커진다. 블록체인은 이때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위·변조가 거의 불가능한 블록체인 장부에 작품의 창작자가 누구인지, 현재 소유자는 누구인지 등을 기록하면 그 진위 여부를 확실하게 보장받을 수 있다. 물론, 박물관에 걸려있는 작품을 감상하듯 디지털 작품 역시 누구나 쉽게 감상할 수 있다. 디지털 작품의 복사본을 소유하는 것은 기존의 개념처럼 작품을 감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원본과 복사본을 정확하게 구별하고 그 소유권을 확실히 보장할 수 있다면, 그 가치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혁신의 마일스톤으로 가장 대표적인 NFT는 단연 ‘크립토펑크’다. 작은 직사각형에 8비트로 픽셀화한 얼굴이 그려진, 이 작은 디지털 그림은 희귀도와 선호도에 따라 수십만에서 천만달러 이상에 거래된다. 크립토펑크를 처음 접하면 이해하기 어렵다. 크립토펑크가 튤립 버블에 버금가는 버블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8비트에 불과한 그림이 수백만달러의 예술적 가치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크립토펑크는 대체가능토큰(Fungible Token)을 발행하는 기술을 변형해 만든, 최초의 대체불가능토큰(Non-Fungible Token)이라는 측면에서 역사적이고 기술적인 가치를 갖는다. NFT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오늘날, 이 시장이 있게 한 원조이자 지금까지 해킹없이 잘 운영이 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지금의 시장가치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2017년 제작된 크립토펑크는 지금의 NFT를 만드는 ERC721 표준 제정 전 제작됐다. 오히려 크립토펑크의 발행으로 ERC721 개발이 촉진됐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다양한 기술적인 요소를 넣어 일반 토큰만 만들 수 있는 표준인 ERC20 기반으로 NFT를 발행했다는 점이다. 5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 해킹 등 어떠한 문제도 발견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여기서 기술적인 내용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ERC20은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파생된 암호화폐인 토큰을 만들기 위한 기술 규칙이고, ERC721은 NFT를 만들기 위한 기술 규칙이다. 기술 규칙이라는 것은 이 규칙을 따라서 만든 토큰은 이더리움 블록체인 시스템에 적용이 가능하고, 이더리움의 신뢰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ERC20으로 토큰 100개를 발행하면 모든 토큰의 가치가 서로 같게 된다. 즉, 1번 토큰 1개는 2번 토큰 1개와 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 교환이 가능하다(Fungible). 하지만 ERC721은 다르다. 1번 토큰은 고양이 모양의 토큰이고, 2번 토큰은 호랑이 모양의 토큰일 수 있다. 서로 다른 토큰이기에 맞바꿀 수 없다(Non-fungible). 여기서 중요한 것은 1번 토큰과 2번 토큰을 다르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ERC20으로는 토큰을 다르게 만든 후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기록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를 가능케 만든 것이 바로 크립토펑크다.

    크립토펑크의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기술적인 의미를 좀 더 깊게 이해해야 한다. 크립토펑크는 먼저 1만개의 토큰을 발행하고, 각각의 토큰에 고유번호를 붙였다. 그리고 고유번호를 포함한 메타데이터를 토큰 각각에 삽입했다. 가령, 7800번째 토큰을 거래하면 그에 상응하는 그림을 거래한 것이고, 거래내역은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여기서 문제는 7800번째 그림의 진위를 가리는 것이다. 7800번째로 불리는 그림이 진짜 7800번째인지 아닌지를 쉽게 확인할 있어야 한다. ERC721에서는 토큰 내에 링크를 넣어 디지털 자산과 바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한다. 해당 링크에 연결된 디지털 콘텐츠가 바로 원본이다.

    하지만 크립토펑크는 ERC20 기반으로 발행한 토큰이기에 이와 같은 기능이 없다. 일련번호와 같은 번호만 있다. 그 번호가 어떤 그림인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대안으로 토큰 1만개에 해당하는 모든 그림을 하나의 그림에 다 넣은 거대 이미지를 만들고, 이 거대 이미지의 해시값을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스마트 컨트랙트에 넣었다. 각각의 펑크에 있는 고유번호는 1만개의 펑크를 포함하고 있는 거대 이미지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카운트한 일련번호로 구성된다.

    원본을 확인하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합성 거대 이미지를 받아 해시값을 구한다.
    2) 구한 해시값과 스마트컨트랙트에 기록되어 있는 해시값이 같은지 비교한다.
    3) 두 개의 값이 같다면, 받은 거대 이미지가 크립토펑크 제작 때 만든 원본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4) 구매하려는 펑크의 메타데이터를 확인해 거대 이미지에서 펑크의 위치를 찾는다.
    5) 거대 이미지에 포함된 펑크를 잘라내 해시값을 구하고 구매하려고 하는 펑크의 해시값과 비교한다.
    6) 두 값이 같다면 원본이고, 해당 번호의 펑크를 구매하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크립토펑크는 ERC721과 같이 각각의 토큰을 구분하고 이를 확인하는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대신 ERC20에 특별한 장치를 넣어 NFT라는 개념을 만들고 거래할 수 있게 한 최초의 토큰이다. 5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이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신뢰를 확인시켜주고 있으며, ERC721의 기원이 된 알고리즘이다. 더불어 스마트컨트랙트 상에서 1만개로 발행이 확정돼 있어, 더 이상 발행할 수 없다는 희소성도 지녔다. 그 덕에 가치가 급격하게 오른다. 이런 내용을 정확하게 안다면, 어떤 NFT를 골라야 할지 좀 더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크립토펑크로부터 영감을 받아 ERC721이 제정됐고, 이를 기반으로 최초 발행된 NFT는 ‘크립토키티’다. 크립토키티는 단순 프로필 사진의 역할만 하는 크립토펑크와 다르게 고양이 NFT를 이용해 수집, 육성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형태다.

    하지만 크립토키티는 크립토펑크만큼의 가치를 유지하지 못한다. ERC721로 만든 최초의 NFT임에도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크립토키티는 최초라는 역사적인 의미보다는 게이머의 관심 증대와 유지가 가치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한때 크립토키티의 하루 활성 이용자 수는 1만5000명에 달했지만, 이제 200명도 채 되지 않는 수준으로 줄었다. 관심도가 낮아진 만큼 필요성이 낮아지고 이는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게임 아이템으로서의 NFT는 기본적으로 게임이 게이머의 관심을 유지할 만큼 재미있어야 하고, 지속적으로 플레이할 유인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가치가 높아진다.

    그런데 이더리움 블록체인으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데 2가지 걸림돌이 있다. 바로 이더리움의 느린 처리 속도와 비싼 ‘가스비’다.

    이더리움은 작업증명이라는 어려운 검증작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초당 20건 정도를 처리할 수 있다. 게임이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더라도 초당 20건의 처리로는 재미있고 역동적인 게임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이더리움에서의 ‘가스비’는 자유로운 프로그래밍을 보장하면서도 해킹을 막기 위한 장치이다. 프로그램을 구동하기 위한 비용이라고 이해하면 되는데, 가스비 덕분에 DDoS와 같이 무한반복적인 실행으로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해킹 공격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에는 큰 걸림돌이다. 프로그램을 돌릴 때마다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게임에 비해 더 비싼 이용료가 발생하는 것이고, 그만큼 그에 상응하는 재미를 보장해야 한다는 부담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탄생한 암호화폐가 바로 ‘솔라나’다. 솔라나는 이더리움이 가진 2개의 문제를 정확히 해결하고 있다. 우선 처리 속도는 초당 5만건에 달한다. 비자카드의 초당 처리량인 2만4000건 대비 2배 이상 많은 건을 처리한다. 솔라나는 향후 초당 71만건을 처리할 전망이다. 테스트 환경에서는 2018년 이미 25만건을 처리했고, 최근 40만건으로 능력이 행상했다. 71만건이라는 목표는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따라서 이더리움보다는 솔라나를 기반으로 더 다양한 게임이 개발될 전망이다. 가스비 역시 0.0001달러로 사실상 부담이 없다.

    하지만 솔라나 역시 블록체인으로 신뢰받기에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다.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낮추기 위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사용하는 작업증명 대신 지분증명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분증명은 아직 작업증명 만큼의 신뢰를 제공하지 못한다. 기존의 작업증명으로는 원활한 게이밍을 위한 처리 속도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 NTF가 게임 아이템으로 정착하려면 솔라나를 포함한 지분증명 방식의 암호화폐가 좀 더 강력한 신뢰를 제공해야 하며, 신뢰를 확인시켜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본적인 신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단순히 비용만 낮추고 속도만 높이는 블록체인 시스템은 NFT를 지원하는 블록체인으로 성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통신서비스 애널리스트 leehakm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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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핸드폰, 디스플레이 등 IT 산업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및 신재생에너지 산업까지 다수의 성장산업을 분석한 신성장 산업 분석 전문가다. 공학을 전공하고 비즈니스를 20년간 분석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이끄는(lead) 기술 읽기(read)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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