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하던 국내 보안주 주식시장서 꿈틀

입력 2021.11.22 06:00

국내 보안주가 금융 투자 시장에서 새삼 주목받는다. 한국 정보보호 시장 규모는 해외 보다 작은 탓에 저평가 받기 일쑤다. 정보보안 1위 기업인 안랩의 시가총액이 7460억원에 불과한 것만 봐도 저평가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비슷한 매출 규모의 야놀자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인 것과 대비된다.

안랩은 보안 사업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안철수 창업주 행보에 따라 주가가 오락가락해 정치 테마주에 가깝다. 하지만 최근 일부 보안 강소기업의 주가가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정보 보안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는 분위기다.

주가 그래프 이미지 / 픽사베이
19일 종가 기준 파수의 주가는 1만1300원이다. 전일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11월 초 8000원대였던 주가가 한달도 안 돼 35%이상 올랐다. 파수는 10일 52주 신고가 경신 후 주춤하다 17일 한번 더 상승세를 타면서 1만1000원대를 유지 중이다.

파수는 문서보안 솔루션(DRM)을 주력으로 하는 정보 보안 기업이다. 국내 보안 기업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북미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동남아 등 해외 지역에 제품을 수출한다. 국내외 1200여개 기업과 250만명 이상이 파수 DRM 솔루션을 이용 중이다.

파수는 2021년 상반기까지 적자를 기록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2021년 3분기 흑자로 전환되면서 분위기가 전환되고 있다. 파수는 데이터 보안 수요 증가에 따른 고객군 확대, 비식별화 솔루션 성장과 신규 해외 매출이 반영되며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파수는 최근 투자 시장에서 관심을 받는 마이데이터와 메타버스, 대체 불가능 토큰(NTF) 와도 연관이 있는 기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메타버스와 NFT에도 DRM 솔루션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창배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리포트를 통해 "NFT 자체는 블록체인 상에 저장돼 영구 보존이 가능하지만 실제 원본 디지털 파일은 해킹 또는 관리 부주의로 인한 리스크가 존재한다"며 "메타버스 상에서도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중요 문서, 디지털 창작물 등에 대한 보안 수요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DRM 솔루션이 메타버스와 NFT에 적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파수 관계자는 "투자 시장에서 기대한 실적보다 3분기 실적이 더 좋게 나온 것이 시장에서 기대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투자 시장에서 주목을 받는 메타버스, NTF 등과 연관된 기업으로 묶이면서 주가가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 엔드 포인트 탐지 대응(EDR) 개발 기업인 지니언스도 17일 52주 신고가 경신하며 창사 이래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니언스 역시 3분기 영업이익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해외 투자자들의 사이버 보안에 대한 관심이 맞물리며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는 분석이다. 지니언스 EDR 솔루션 누적고객은 72곳으로 국내 최다다. 4월 이스라엘 건설사에 네트워크 접근 제어(NAC) 솔루션을 수출하기도 했다. 북미에 이어 보안 유니콘 기업이 많은 이스라엘 보안 시장을 뚫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해외 수출 성과로 평가 받는다.

보안 이미지 / 픽사베이
해외에서는 EDR 등 엔드 포인트 보안 기업들의 주가 또는 기업가치가 많이 오른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태니엄, 사이버리즌,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2019년 6월 상장(58달러) 당시 보다 주가가 4배 넘게 올랐다. 18일(현지시각) 기준 크라우드 스트라이크의 주가는 264.72달러(31만3000원)며, 시가총액은 604억700만달러(71조6000억원)에 달한다.

지니언스 관계자는 "미리 캐피탈의 투자 이후 국내외 기관 투자자의 관심이 늘고 있다"며 "몇 년 전만 해도 EDR이 어떤 기술인지에 대해 설명을 해야 했지만, 지금은 EDR을 이미 알고 있고, 사업적인 디테일에 대해 질문하는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지니언스는 북미에 법인을 만들어 해외 사업도 하고 있다. 아직 제대로 된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RSA같은 글로벌 보안 전시회에 참여하는 등 지니언스 제품을 해외에 알리기 위한 교두보로 삼고 있다.

보안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보안기업 중에서 시총이 1조원이 넘는 기업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상장을 준비 중인 SK쉴더스가 얼마만큼의 가치를 평가 받을 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으며, 기업과 정부가 정보 보호에 투자를 많이 하고 보안 시장이 커져야, 국내 보안 기업들도 가치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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