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플법 수정안에 스타트업 업계가 여전히 우려하는 이유는

입력 2021.11.23 18:17

정부 여당이 조정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수정안'이 나온 가운데 플랫폼 업계에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복 규제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중소형 사업자의 비용 부담을 높여 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왼쪽부터 김영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 정혜련 경찰대학 법학과 교수, 강형구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최민식 경희대학교 기업법학과 교수, 서희석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트랙 교수가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서 개최한 ‘바람직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방향에 대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유튜브 화면 갈무리
23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온라인으로 개최한 ‘바람직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방향에 대한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정부여당의 온플법 수정안이 중복 규제로 인한 기업 부담을 높이고, 행정 비용 증대 등으로 중소형 플랫폼 사업자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앞서 국회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온라인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화법)'과 전혜숙 의원(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하 이용자보호법)'을 모두 통과시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정부여당, 방통위·공정위 규제 정리…노출 기준 공개·계약서 교부 등은 유지

공정화법은 공정거래법 특별법 형태로 제정될 전망이다. 규제 대상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한정한다. 규제 대상 기업이 지나치게 많다는 업계 요구를 일부 받아들인 것으로 기존 공정위안보다 규제 대상 기업 범위를 좁혔다.

수정안은 매출액 1000억원 또는 중개거래금액 1조원 이상인 사업자 중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의해 시행령으로 정한 플랫폼이 대상이다. 이에 따라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 굵직한 빅테크 기업이 직격타를 맞을 전망이다. 다만 업계가 반발해 온 필수 기재 포함 계약서 교부 및 사전 통지 내용은 그대로 유지했다. 플랫폼 기업은 서비스 제한과 중지를 진행할 경우 7일 전, 계약해지의 경우 30일 전에 입점업체에 통지하도록 해야 한다.

이용자보호법은 공정화법과 비교해 규제 대상 기업이 더 포괄적이다. 전자상거래 플랫폼뿐 아니라, 의사소통과 정보를 제공하는 소셜미디어 같은 기타 플랫폼도 포함된다. 방통위 수정안에는 기업의 금지행위를 규정하고, 해당 내용을 위반할 경우 행정규제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업계가 우려했던 ‘플랫폼 검색 결과 노출 기준' 공개 조항도 그대로 담았다. 법안에는 재화 또는 용역이 온라인 플랫폼에 노출되는 주요 순서, 주요 형태 및 주요 기준에 관해 과기정통부 장관과 협의해 공정위가 정하는 사항을 공개하도록 규정했다. 그간 플랫폼 업계는 해당 조항이 통과되면 영업비밀인 알고리즘이 외부에 노출되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서희석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발표 장면 /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채널 화면 갈무리
정부 여당이 마련한 수정안 ‘중복 규제 부담 해소 못해' 지적

토론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이같은 내용의 수정안을 개악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와 방통위가 주도권 다툼을 벌여온 플랫폼 규제 법안이 결국 중복 규제 부담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서희석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두 법안이 함께 입법될 경우 규제 중복과 확장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특히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두 개 규제 기관에서 중복 규제를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두 수정안 내 법조항을 비교하면 중복 규제가 발생한다. 서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방통위 안의 경우 정보제공의무 위반 규정에서 계약조건 변경시 사전 불성명과 불고지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이는 공정위안 7조 '계약변경시 및 서비스 제안·중지시 사전 고지의무'와 겹친다"며 "양 기관이 협의하면서 중복을 피하기 위해 표현만 바꾼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방통위 안에서 분류한 규제 대상 기업의 금지 행위 유형 11가지를 지적했다. 대부분의 항목이 공정위안이나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이 규제하는 내용과 겹친다는 것이다. 그는 "방통위가 금지하는 플랫폼 기업의 금지 행위 유형은 계약상 채무불이행, 차별적 취급, 정보제공의무 위반, 이용자 이익 차별 행위로 구분할 수 있다"며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이 공정위, 방통위의 중복 규제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발표 장면 /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스타트업, 걱정은 여전…‘규제 부담 증대가 작은 기업 성장 저해한다’ 우려

스타트업 업계 역시 이번 공정위 수정안에 문제를 제기한다. 규제 대상 기업 범위는 줄었지만 플랫폼 업체와 입점 업체 계약서 작성 의무화는 대기업 상품보다 적게 팔리는 중소 상공인 입점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플랫폼 규제가 늘어서 계약서 작성 절차가 까다로워지고 행정 비용이 증가한다"며 "자연히 이같은 비용을 소비자나 입점업체에 부과하는 경향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입점이 제한되거나 매출 채널이 축소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신규 업체가 입을 것이다"라며 섣부른 규제 위험을 지적했다.

전 교수는 또 맞춤형 광고의 이용자 선택권을 제공하도록 한 조항(방통위 안)이 스타트업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당 안은 맞춤형 광고 제공 고지 및 일반광고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 교수는 이같은 내용이 소비자 광고 선택권을 늘릴 수 있지만, 소비자를 찾기 위해 맞춤형 광고를 단행하면서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알리는 신규 사업자들의 성장을 방해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맞춤형 광고는 주로 거대한 빅테크 기업의 효과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이 자신의 고객을 찾기 위해서 단행할 때 효과가 있다"며 "새로운 규제로 이같은 광고 규제가 새로 신설되면 스타트업이나 영세 입점업체들이 사업을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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