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밖은 위험하다. 직원들은 그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데, 경영진들은 자꾸만 밖으로 나가라 독려한다. 그렇게 좋은 사업이면 자기나 나가지, 아직 자생력도 없는 사내 벤처들을 자꾸만 밖으로 내모는 상황이다.

경영진은 물론이고, 흔히 핵심 인재로 인정받는 직원들은 신사업에 과제로는 참여해도 이걸 들고나가서 사업화하는 데는 발을 빼기 마련이다. 심지어 일부 기업에선 은근슬쩍 저성과자들을 이런 프로그램에 태워, 구조조정 수단으로 써먹는다.

아무튼 한국식 사내 벤처 육성 시스템이 그다지 성과를 못 내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잘한다는 중국 기업들은 어떻게 다른지 우리도 한번 경각심을 가져볼 때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샤오미를 들여다보자. 신사업 확장을 위해 한국처럼 스타트업을 안에서 키워서 밖으로 내모는 ‘Inside-out’ 방식이 아니라, 정반대로 한다는 게 우선 눈에 띄는 차이다.

속칭 직장인의 꽃이라 할 대기업 월급쟁이의 DNA와 사업가 DNA는 아예 다르다는 걸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샤오미가 모를 리 없다. 애초에 될성부른 유망 스타트업을 밖에서 선별해서, 이들을 대기업의 밸류 체인에 태워 성장을 가속화 시키는 ‘Outside-In’ 방식이 샤오미식 성장 전략이다.

샤오미가 실제로 어떻게 했는지 한번 살펴보면 중국식 생태계 확장, 아니 생태계 장악이 한번 작동하기 시작하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다. 샤오미가 "대륙의 실수, 뛰어난 가성비"로 한국 소비자들에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휴대폰 외장 배터리였다. 샤오미의 외장 배터리는 회사 이름부터가 좁쌀을 뜻하는 ZMI(紫米)에서 만드는데, 샤오미의 계열사답게 이름부터가 자색 좁쌀이다.

또 하나의 좁쌀인 즈미(ZMI)는 샤오미가 창업 초기부터 일찌감치 지분 투자로 동반 성장해 온 스타트업이다. 샤오미가 투자한 이들 기업들은 기업 가치 1조원을 일찌감치 넘어선 유니콘들로 그 10배에 달하는 데카콘을 향해 빠르게 순항 중이다.

샤오미의 기술 지원·생산·마케팅과 유통망을 타고, 즈미(ZMI)의 외장 배터리 사업은 단숨에 전 세계 1등을 먹었다. 문제는 이런 식의 스마트 기기, IOT 기기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데, 상대적으로 오랜 개발 기간에 고가의 대형 전자 기기에 집중해온 국내 기업들이 대응하기 참 난감하다 점이다.

그러면 샤오미처럼 스타트업은 안이 아니라 밖에서 찾아다 키운다고 잘 되는 걸까? 한국 기업들이 종종 M&A로 사업을 확장한 뉴스는 들려도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그게 잘한 투자였다고 보는 경우가 드문 이유는 뭘까?

필자가 중화권에서 경영자로 일하면서 느낀 점은 한국, 일본과는 다른 이들만의 독특한 경영 철학을 결정적 차이로 들고 싶다. 중국은 대기업이 유망 스타트업들을 발굴하고 투자하는데, 담당 임원은 물론 핵심 실무자들까지 지분 참여가 공식적으로 허용된다는 점이 특이하다.

종업원들이 주인의식이 없다고 투덜대니, 주인이 아닌데 어떻게 주인처럼 일하냐고, 백종원씨가 일찍이 방송에서 이렇게 반문하지 않았던가? 솔직히 오너만 좋은 투자에 월급쟁이들이 100%를 다하긴 힘들지 않을까? 그런데 샤오미를 비롯한 잘나가는 중화권 기업들은 스타트업 투자에, 핵심이라 인정받는 임직원들이 당당하게 자기 돈이나 성과 보상으로 지분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다.

생각해 보라. 자기 돈이 들어간 회사고 게다가 지분까지 가졌으니, 밤낮없이 자신도 주인인 회사 잘 되라고 온갖 수를 알아서 쥐어짜고 도울게 당연하지 않은가? 역시 ‘왕서방’들은 어떻게 사람을 움직이는지 통찰력이 남다르다.

샤오미는 이런 식의 자기 복제를 하여 이미 유니콘 수준의 10여개 미니 샤오미 회사들을 포함, 예비 유니콘 단계의 300여 샤오미 군단을 거느리고 있다. 2016년에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심지어 파산 위기까지 몰렸던 샤오미에게 제2 도약의 돌파구가 된 것은 바로 공격적인 Outside-in 방식 스타트업 육성, 핵심 임직원에 파격적인 지분 투자 허용이었다. 2020년에 이미 43조원의 매출을 달성한 샤오미가 여전히 스타트업만의 전략적 민첩성과 속도전이 가능한 비결이다.

이제는 나무젓가락, 양말부터, 드론까지 안 만드는 게 없는 샤오미가 수천개의 샤오미 프랜차이즈 회사들로 자기들만의 스마트 기기, IOT 생태계 철옹성을 장악해 버렸다. 엄청난 가성비와 속도전 앞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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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김(김도웅) 이언이노랩 대표는 화웨이, 알리바바, 샤오미, BOE, TSMC, HTC 등 중화권 기업을 직접 컨설팅하고 해당 기업의 경영진으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2020년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저서를 발간한 바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MBA를 거처, IBM 미국/중국 컨설팅 부문 전무, 대만 HTC본사 부사장(가상현실사업, CIO, 디지털 혁신 담당), 삼성전자 글로벌 마케팅실과 무선사업부 그룹장을 거쳤다. 디지털 혁신 컨설팅과 스타트업 투자에 특화된 이언이노랩 법인을 설립했다. 문의 사항 admin@eongrou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