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알뜰폰 시장에서 늘어나는 이동통신 3사의 알뜰폰 자회사 비중을 제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알뜰폰 가입자 1000만 시대를 맞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중소 사업자 도태 등의 시장 혼란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같은 시장 제한이 현실화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는 이통 3사와 논의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향후 계획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국회에서 논의되는 이통 3사 자회사 제한 법안의 경우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지 않다.

왼쪽부터 박종석 우정사업본부장, 김형진 KMVNO 협회장,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 조승래 의원, 양정숙 의원, 김영식 의원이 알뜰폰 1000만 가입자 달성 기념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김평화 기자
왼쪽부터 박종석 우정사업본부장, 김형진 KMVNO 협회장,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 조승래 의원, 양정숙 의원, 김영식 의원이 알뜰폰 1000만 가입자 달성 기념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김평화 기자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알뜰폰스퀘어에서 열린 알뜰폰 1000만 가입자 달성 기념식에 참여해 "이통 3사 자회사로의 과도한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자회사 합계 점유율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알뜰폰 가입자는 2010년 9월 처음 알뜰폰 제도가 도입된 후 11년 2개월 만인 2021년 11월 1000만명을 돌파했다. 11월 첫째 주 기준 1007만명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를 기념해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KMVNO)와 기념식을 개최했다. 임 장관을 포함해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장과 조승래 의원, 김영식 의원, 양정숙 의원, 김형진 KMVNO 협회장이 자리했다.

임 장관은 이 자리에서 알뜰폰 제도 시행 이후 정부 뒷받침과 함께 다수 사업자가 노력한 결과 가입자 1000만 달성이라는 성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알뜰폰이 이통 3사 중심의 견고한 통신 시장에서 요금인하 경쟁을 유도하는 등 이용자 선택권을 넓히며 제4의 통신 사업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정부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이 자리에서 알뜰폰 활성화 방안을 구체화했다. 해당 방안에는 이통 3사 알뜰폰 자회사의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출혈 경쟁이 벌어지는 알뜰폰 시장에서 재원이 풍부한 이통 3사 자회사의 성장이 두드러지면서 발생하는 중소 사업자 어려움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SK텔레콤 자회사인 SK텔링크와 KT 자회사인 KT엠모바일과 KT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 자회사인 LG헬로비전과 미디어로그를 포함한 5개 회사가 알뜰폰 시장에서 사업 중이다.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제외한 휴대폰 회선 가입자를 보면 이들의 시장 점유율은 7월 기준 46.6%다. 정부가 이통 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진입을 허용하며 제시한 등록 조건인 시장 점유율 50% 제한 규정을 임박한 수치다.

알뜰폰 스퀘어 내부 모습 / 김평화 기자
알뜰폰 스퀘어 내부 모습 / 김평화 기자
과기정통부는 이통 3사 알뜰폰 자회사의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과정에서 방안을 모색하고자 이통 3사와 논의를 진행 중이다. 시장 점유율 제한이 사업 손실을 낳게 할 수 있는 만큼 이통 3사와의 협의에 주력하고 있다. 이통 3사와의 논의 이후 진행될 대안 마련 단계와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통 3사랑 이야기를 진행 중이다. 아직 각사 별로 명확한 입장은 없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서 계속 논의 중이다"며 "점유율 제한은 손대야 한다는 게 맞다고 봐서 방향성에 따라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통 3사 알뜰폰 자회사의 등록 조건 기준인 시장 점유율 산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통 3사 자회사가 휴대폰 회선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데, 최근 스마트 모빌리티 등의 영향으로 사물인터넷(IoT) 회선이 늘어난 상태다. 분모 대비 분자가 늘면서 이들의 시장 점유율이 낮아 보이는 통계 왜곡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이 경우 사업자 동의가 필요해 정부의 임의 변경은 어렵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사업 시작할 때 등록 조건을 두는데, 정부가 중간에 등록 조건을 바꾸려 하면서 소송까지 간 케이스가 있다. 판례를 보면 당사자가 동의하거나 법에 등록 조건 변경 근거가 있을 경우, 아니면 국가 재난 상황에 준해서 바꿔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경우에 한해 바꿀 수가 있다고 나와 있다"며 "이번 사례는 세 가지 케이스에 포함되지 않아서 현행법상 임의로 변경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회에선 이통 3사 알뜰폰 자회사 수와 비율을 제한하는 법안이 각각 논의되고 있다. 양정숙 의원(무소속)은 4월 이통 3사 알뜰폰 자회사의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은 2020년 12월 이통 3사 알뜰폰 자회사 수를 제한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내놨다.

두 법안은 관련 상임위원회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병합 심사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병합 심사 논의가 구체화하거나 각각의 법안이 소위에서 논의되는 상황은 아니기에 법안 처리까지는 시일이 걸릴 수 있다.

양정숙 의원실 관계자는 "김 의원실 법안과 병합해서 논의되겠지만 현재 관련 논의 일정이 잡혀 있는 것은 아니다"며 "이번 주 열리는 과방위 제2소위 안건에 (이통 3사 자회사 제한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올라가 있지 않은 상태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