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체제 강화한 김동관, 다음 수순은 한화-한화에너지 합병?

입력 2021.11.25 09:41 | 수정 2021.11.29 16:34

한화그룹이 김동관 사장 중심의 3세 경영 체제 구축에 한창이다. ‘김동관 사단’의 주요 인물을 그룹 내 요직으로 이동시켜 힘을 실었고, 김 사장의 그룹 내 지배력을 높이는 지배 구조 재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배 구조 강화의 핵심인 에너지 분야 사업에 힘을 준다.

한화 지분 4.4% 김동관, 지배 구조 강화에 한화에너지 활용?

한화 3세 경영의 유력 후계자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 / 조선DB
김동관 사장이 한화그룹을 온전히 지배하려면 한화 최대주주 등극이 필요하다. 지주회사인 한화는 한화그룹 지배 구조 정점에 있다. 하지만 현재 김 사장의 한화 지분은 4.44%에 불과하다. 단순 계산으로 김 사장이 직접 한화의 지분율을 높이려면 대규모 사재를 들여야 한다. 부담이 큰 만큼 어려운 일이다.

오히려 우회적인 방법의 현실 가능성이 크다. 김동관 사장이 한화 지분율을 높이려면 김동관 사장이 지분 50% 보유한 한화에너지의 가치를 높이면 된다. 향후 한화와 가치를 높인 한화에너지를 합병하면, 양사 간 지분교환 비율(한화 주식 한 주를 한화에너지 주식과 교환하는 비율)에 따라 김 사장의 한화 지분율이 확 증가한다. 지분교환 비율이 1:1에 근접할수록 김동관 사장의 한화 지분율도 높아진다.

한화에너지는 24일 기준 한화 지분 9.70%를 보유한 2대 주주다. 10월 14일부터 28일까지 한화의 보통주 162만1221주를 집중 매입하며 기존보다 2%포인트 넘는 지분율을 챙겼다. 이를 통해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율은 국민연금(7.67%)을 넘어섰고, 22.65%를 보유한 김승연 회장의 뒤를 이었다.

재계에서는 최근 한화에너지가 한화의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 한화와의 합병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한화에너지의 현금 흐름이 양호하긴 하지만, 한화의 지분율을 10~20% 등으로 계속 올리기엔 한계가 있다. 결국 한화에너지가 최근 수소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사업의 외연을 확대하는 것이 합병을 염두에 두고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작업이라는 분석이다.

한화에너지는 11월 통영에코파워에 1323억원을 투자하며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강화했다. 통영에코파워는 통영청연가스발전소에서 LNG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판매한다. 발전에 사용되는 LNG는 한화에너지에서 조달하는데, 이번 지분인수로 한화에너지는 발전으로 얻는 수익까지 더하게 됐다.

한화에너지가 지분 51.7% 소유한 한화임팩트는 상반기 미국 PSM과 토마센 에너지를 인수했다. 인수된 두 기업은 LNG를 활용한 수소혼소발전 기술을 보유해 자체 수소사업 외 한화에너지와 시너지 창출도 예상된다. 한화임팩트의 한화종합화학 시절 사업부문 대표를 맡았던 박흥권 사장이 초대 대표로 부임한 상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화가 현금흐름이 양호한 한화에너지를 활용해 김동관 사장의 그룹 지배력을 간접적으로 끌어올리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화, 김동관 사단 중심으로 대대적 조직개편

한화그룹이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린 보고서를 보면, 2021년 8~10월 이뤄진 사장단·임원 인사에서 김동관 사장 중심의 ‘태양광·우주 사단' 주요 인물들은 그룹 내 요직으로 수평이동했다. 한화솔루션 전략 부문은 김 사장 측근과 젊은 임원이 자리해 승계에 앞서 몸집을 키웠다. 우주사업을 담당하는 스페이스 허브 TF에는 더 큰 힘이 실렸다.

한화 본사 전경 / 한화
김동관 사장과 한솥밥을 먹은 큐셀 출신은 한화 계열사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한화 사내이사 4명 중 큐셀 출신은 김승모 한화 방산부문 대표와 김맹윤 한화 글로벌부문 대표 등 2명이다. 다른 사내이사 2명은 금춘수 한화 부회장과 옥경석 한화/기계 대표다. 핵심 계열사에도 큐셀 출신이 대거 자리했다. 김동관 사장과 김승모·김맹윤 대표 외 이구영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 대표, 김희철 한화임팩트 대표, 김종서 한화토탈 대표도 큐셀 출신이다.

김희철 한화임팩트 대표는 11월 한화에너지 지주부문 대표까지 올랐다. 김동관 사장의 ‘멘토’로 알려진 인물이다. 한화임팩트는 신재생에너지 등 한화그룹 미래사업과 유망기술기업 투자를 주도하는 곳이다. 한화에너지는 한화그룹 지배 구조 개편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곳인데, 지주부문은 계열사 관리와 미래전략 수립 등 한화에너지 기업가치 증대와 직결되는 분야다.

김동관 사장의 전략 부문 영향력 확대도 상당하다. 한화임팩트 전신인 한화종합화학의 전략부문 대표였던 박승덕 부사장이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총괄로 배치됐다. 박 부사장의 합류로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은 대표급 인사 2명을 뒀다.

재계 관계자는 "박승덕 부사장의 직함은 낮아졌지만, 유력 승계자인 김동관 사장과 함께하는 만큼 외부에서 보기엔 오히려 중요도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기업은 대표와 임원 인선을 할 때 오너의 의중이 크게 들어가기 때문에 한화는 김동관 체제로 가기 위해 코드에 맞는 사람을 전면 배치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김승연 회장과 방산·기계 등을 진두지휘했던 핵심 참모들은 줄줄이 퇴임했다. 올해 2월 사임한 김창범 이사회 의장은 김승연 회장이 복귀한 3월 전 나가기는 했지만, 이를 신호탄으로 8월 사장단 인사에서 김승연 회장의 ‘믿을맨’ 김연철 대표와 김성일 대표가 각각 한화시스템과 한화저축은행 대표 자리를 내놨다.

재계는 재무통 어성철 대표의 한화시스템 이동, 김희철 대표의 한화임팩트(구 한화종합화학) 이동, 한화임팩트의 투자회사 변모 등을 통해 한화가 3세 경영을 위한 그룹 내 지배력 재편에 들어갔다고 해석한다.

이광영 기자 gwang02@chosunbiz.com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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