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人] 메타버스로 ‘질주’하다…김세규 비브스튜디오스 대표

입력 2021.11.26 06:00

"한국의 디즈니가 되고 싶습니다."

메타버스 사업을 시작으로 궁극적으로 글로벌 콘텐츠 대기업이 되고 싶다는 김세규 비브스튜디오스 대표가 해맑게 웃으며 한 말이다.

그는 최근 전 산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메타버스 열풍이 그 이유다. 메타버스가 전 산업군으로 퍼지며 영상 제작, 디지털 휴먼 기술을 지닌 비브스튜디오스와 협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비브스튜디오스는 각 기업과 협업해 콘텐츠 맞춤형 솔루션을 적용해나가고 있다. 비브스튜디오스는 버추얼 프로덕션, 디지털 실감 콘텐츠 등을 개발하는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사다. 특히 국내 최초로 버추얼 프로덕션 시스템을 개발해 다양한 B2B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에서는 BTS 슈가를 홀로그램으로 제작해 무대를 가졌다. 기아 4세대 카니발 신차 발표회는 증강현실(AR) 기술을 적용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비브스튜디오스는 세상을 먼저 떠난 가족을 가상현실에서 만나는 이야기로 화제가 된 MBC 가상현실(VR) 휴먼다큐 ‘너를 만났다'를 제작한 곳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IT조선은 비브스튜디오스 사옥에서 김 대표를 만나 그의 VR·메타버스 업계 18년 발자취를 쫓고 회사의 미래 비전을 들었다.

김세규 비브스튜디오스 대표(왼쪽)와 가상 인플루언서 ‘질주'. / 비브스튜디오스
자체 기술로 개발한 VIT…기존 대비 2~3배 비용절감 효과

비브스튜디오스가 업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이유는 자체 개발한 버추얼 프로덕션 통합제어솔루션(VIT) 덕이다. VIT는 버추얼 프로덕션 작업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통합 제어하는 솔루션이다. 카메라 움직임에 따른 실시간 그래픽을 대형 LED 벽에 투사해 마치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장면을 만들어낸다.

그는 해외 솔루션을 사용하던 도중 한계를 느껴 VIT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VIT 개발 전 국내에서 사용하던 버추얼 스튜디오는 그린 스크린 기반이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실시간 트레킹으로 후반 작업 없이 마무리 되는 기술이 존재했지만 국내는 그러지 못했다. 그는 "이런 답답함이 VIT를 개발한 배경이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VIT는 자연스러운 조명, 정교한 반사각, 태양이나 구름 등 환경 변화까지 촬영 중에 실시간으로 조정이 가능하다. 기존 ‘그린 스크린’ 방식과 달리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확인 및 수정 작업을 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영화, TV 드라마, 광고, 뮤직비디오, 확장현실(XR) 라이브 공연, 웹 콘텐츠, 라이브커머스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가 대상이다.

다만 국내에 없던 기술을 개발했기에 초기 과정은 역시나 순탄하지 않았다. 수십 번 수백 번 반복 작업 끝에 기술을 완성했다. 또 기술 개발을 위해서 기업 홍보나 마케팅 관련 3D 영상을 아웃소싱 받아 작업했다. 김세규 대표는 "고객사가 100%를 요구하면 항상 200%의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노력했다"며 "비브스튜디오스 자체 개발 기술을 만드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비브스튜디오스 사옥에 설치된 VR 기기. / 박소영 IT조선 기자
벼랑 끝으로 몰린 VR 시장에서 메타버스로 새 기회 찾아

6~7년 전 VR 시장이 부흥했다가 쪼그라들 쯤에는 위기도 겪었다. 김세규 대표는 "바람이 심한 낭떠러지에 간신히 매달린 느낌으로 다시 위로 올라가지 못하면 추락하는 상황이었다"며 "앞으로 또 다시 그런 시련이 닥칠수도 있는데 당시 위로 올라섰던 것처럼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후 다양한 기회가 열렸다. 게임사와 인연이 그중 하나다. 게임 업계의 주류 장르가 ‘모바일게임'으로 넘어오면서 비브스튜디오에 영상 제작을 맡기는 수요가 급증했다. PC나 콘솔게임과 달리 모바일게임 자체가 표현할 수 있는 그래픽의 질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모바일게임에 존재하는 세계관을 마치 영화와 같은 1~2분짜리 고퀄리티 영상을 제작하길 원하는 고객사가 늘었다.

업계 종사자들이 고품질 영상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점도 비브스튜디오스가 성장하는 데 한몫을 했다. 김세규 대표는 "컴퓨터 3D 그래픽을 만드는 모델러, 애니메이터, 제너럴리스트 등 다양한 아티스트가 있는데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실사에 가까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휴먼 연구 개발로 가상 인플루언서 ‘질주’ 탄생

이런 갈증을 VIT가 해결해 줬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VIT의 우수성은 최근 삼성전자와 파트너십을 통해 제작한 영화 ‘더 브레이브 뉴 월드’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더 브레이브 뉴 월드는 현지 로케이션 촬영 없이 버추얼 스튜디오에서 LED 월을 배경으로 버추얼 프로덕션만을 활용해 제작한 단편영화다. 버추얼 프로덕션은 비브스튜디오스의 기술인 ‘VIT’ 통합 제어 솔루션을 적극 활용했다.

김 대표는 "기존 기술은 CPU로 랜더링 작업을 해 길게는 한 프레임 당 20시간이 걸렸던 반면 비브스튜디오스는 GPU로 랜더링 작업을 진행해 시간을 10분의 1로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비브스튜디오스는 지난해 초부터 디지털 휴먼 연구개발(R&D) 기술 국책연구도 시행하고 있다. 국내 대학 AI랩과 디지털 휴먼 페이셜을 연구하고 산학연 디지털 휴먼 과제를 진행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자체 개발 첫 가상 인플루언서 ‘질주'를 공개했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 가상인간이다. BTS 사례를 보며 한국식으로 이름을 지었다.

김세규 대표는 "완벽한 리얼 타임 풀 3D 기술을 구현하고자 했다"며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릴 미켈라, 이마처럼 기존 인간의 몸에 가상 얼굴을 합성하는 가상인간이 아닌 완벽한 3D 가상 인플루언서를 개발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올해 초 질주의 세계관, 디자인, 캐릭터 특성을 만들고 언제 선보일지를 고민했다"며 "최근 ‘로지’를 만든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와 협력을 맺으면서 질주를 공개했다"고 덧붙였다.

"메타버스 질주 기대하세요"

비브스튜디오스는 내년 가상 인플루언서를 수십명으로 늘려 온라인 세계에서 활동시킨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고유의 캐릭터를 지닌 가상 인플루언서가 모여 미디어나 플랫폼의 경계없이 활동하게 된다"며 "각 인물의 세계관이 정립되면 이를 핵심 지식재산권(IP)으로 삼아 영화나 게임, 아이돌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가상 인간과 더불어 자체 개발 기술을 바탕으로 대체불가토큰(NFT)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이다. 비브스튜디오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담는다는 목표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마치 유니버셜 스튜디오나 디즈니랜드 같은 테마파크를 만들고 싶다"며 "글로벌 대기업과 싸워서 훅(hook)을 날릴 수 있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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