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졌다. 가상자산 상장을 둘러싼 잡음 얘기다. 이번에는 내부 폭로다. 빗썸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른바 ‘내부 고발자’는 윗선 지시로 반나절만에 토큰을 상장했다고 언론을 통해 폭로했다.

이 같은 ‘날치기 상장’ 보도가 시사하는 건 의미가 적지 않다. 애초에 상장 절차와 심사에 대한 정부의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이 있었다면 불필요한 논란이다. 빗썸 직원이 내부 폭로를 할 일도, 빗썸이 상장 절차를 강조하며 반박할 일도 없다. 모두 거래소와 별개의 감독기관의 관할이기 때문이다.

특히 발언의 진위를 따져보면 폭로라고 보기엔 다소 무리한 정황이 포착된다. 빗썸은 늦어도 하루 전에 아로와나토큰(ARW)’ 토큰을 상장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내용은 빗썸 공지사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상장 기념 이벤트 공지부터 실제 상장까지는 총 28시간이 걸렸다. 상장을 결정하자마자 기념 이벤트 공지를 냈다고 가정하더라도 내부고발자가 언급한 반나절, 즉 세 시간과는 차이가 크다.

내부고발자가 윗선 ‘지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폭로하고 싶었다면 하루 만에 상장이 이뤄졌다는 주장은 가능하다. ‘반나절’만에 상장됐다는 점을 문제 삼고 싶었다면 폭로 대상은 달라진다. 상사가 일방적으로 상장 ‘시간’을 결정한 것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보는 게 더욱 정확하다. 이쯤 되면 논란이 아닌 해프닝에 가깝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내부 갈등이 다소 과장된 폭로로 표출된 결과라는 시선도 있다.

정부가 지금처럼 손을 놓고 있는 한 이런 상황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 몫이다.

가상자산 거래소(이하 거래소)의 상장 논란은 예견된 참사다. 증권시장에서 상장심사와 폐지는 한국거래소 고유의 권한이다. 실물 증권은 한국예탁결제원이 관리한다. 증권사는 거래 플랫폼만 제공한다. 반면 거래소는 모든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고객으로부터 받은 현금과 가상자산을 관리하면서 매매를 중계한다. 동시에 자기매매, 체결, 청산과 결제, 예탁, 상장 등을 관할한다.

여기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상호감시 기능이 없기 때문에 이해상충과 불공정거래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허위매매, 시세조작, 상장피 논란, 내부거래, 허위공시, 내부 유통 등 가상자산 시장의 모든 불법거래가 발생하는 이유도 상호감시 기관이 없어서다.

정부는 올해 ‘투자자 보호’와 ‘대대적 단속’을 유난히 강조했다. 투자자 보호를 명목으로 수많은 가이드라인을 쏟아냈지만 가장 중요한 상장 문제는 손도 대지 않았다. 사업자 신고수리 요건인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발급을 위한 위험평가 항목에서 가상자산의 위험을 평가하라는 언급이 있었을 뿐이다.

최근 내놓은 답도 초라하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기본방향에 대한 보고서에는 금융당국이 최소한의 감독권만 보유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면서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이 맡고 있는 역할 대부분을 민간기구에 넘기겠다고 했다.

반면 민간기구의 투명성과 공신력을 보장하는 방안은 거의 없다. 현재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정관과 회원사 회비, 회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어떠한 프로세스를 거쳐 어떻게 의사결정이 진행되는지 알 수 없다. 취재기자가 수차례 정관 공개를 요청했지만 내부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투명한 거버넌스로 소수의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블록체인 기술 정신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 운영 방식이다. 협회가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다. 정부가 힘을 실어줄 이유가 없다. 되레 불필요한 오해만 살 뿐이다.

이쯤 되면 과연 정부가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건지, 귀찮고 성가신 일을 ‘아무 곳에나’ 넘기겠다는 건지 짐작이 어렵다.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 방관에 가깝다. 육성도 안 하고 규제도 안 하는 형국이다. 결국 정부는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가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다. 투자자 보호를 핵심으로 하는 가상자산 업권법 논의도 중단됐다.

어찌 됐건 현재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사실 확인을 떠나 빗썸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가상자산을 상장시킨 사업자라는 이미지를 안게 됐다. 이 과정에서 빗썸과 아로와나 토큰 투자자는 적잖이 마음을 졸였을 것이다. 정부가 이제라도 ‘찐 투자자 보호’를 위해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길 바란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