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클라우드 센터를 바라보는 클라우드 업계의 심경이 복잡하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정보 시스템을 클라우드 전환에 나서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 수요가 민간 클라우드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무의미한 정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7월 행정안전부는 2025년까지 모든 행정·공공기관의 정보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단, 국가 안보와 수사·재판, 내부 업무 등 행정기관의 중요 정보와 민간 클라우드 센터를 통해 처리하기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공공기관 민감 정보는 공공 클라우드 센터를 이용해야 한다. 그럴 경우 1만9개 정보 시스템 중 46%는 민간 클라우드를 이용하게 된다는 것이 행안부의 설명이다. 공공 클라우드 센터 운영을 위해 국가 정보자원관리원은 대전센터, 광주센터를 구축했고, 대구센터는 구축을 진행 중이다.

업계는 행안부가 제시하는 민간 클라우드 센터에서 처리하기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내부 업무 시스템의 판단 근거가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이는 민간 클라우드 이용을 저해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인증(CSAP)이라는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 클라우드 센터를 두는 것은 새로운 진입 장벽을 만드는 것이라는 점도 불만으로 작용한다. 기업들은 공공 시장에 진출에 필수 인증인 CSAP를 획득하기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인다. 하지만 인증을 받아도 공공 시장 수요를 흡수할 수 없다면 CSAP 인증 제도가 무의미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0월말기준 33개 기업이 41개 서비스에서 CSAP 인증을 받았다. 이 중에서 인프라형서비스(IaaS) 보안 인증을 받은 기업은 10곳으로 KT, 네이버클라우드, 가비아, NHN, 코스콤, 스마일서브, 삼성SDS, 더존비즈온, LG헬로비전, 카카오엔터프라이즈다.

기자와 만난 클라우드 업계 한 관계자는 "이럴 바엔 힘들게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를 받을 필요가 있겠냐"며 한탄하기도 했다. 행안부가 46%가 민간 클라우드 센터를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업계에서는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본다.

ICT 전문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이 같은 업계의 우려를 인지하고 행안부를 설득 중이다. 공공 클라우드 센터는 민간 클라우드 활성화를 외치는 과기정통부의 ‘제 3차 클라우드 컴퓨팅 기본계획'과도 부딪치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기본계획에는 공공부문의 민간 클라우드 우선 이용에 내한 내용이 담겨 있다.

행안부는 과기정통부의 반발로 공공 클라우드 센터의 추가 지정은 보류했지만, 여전히 공공 클라우드 센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한다. 정부 내에서도 교통정리가 안된 셈이다. 2021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유례없는 정부 직영 클라우드 센터'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요지부동이다.

사이버 보안 강국인 미국 정부는 어떻게 할까. 세계 1위 클라우드 사업자 아마존웹서비스(AWS)는 2013년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입지를 강화했다. 현재 미국 국방부(펜타곤)에서 추진 중인 100억달러(11조7000억원) 규모 클라우드 사업도 민간 클라우드 기업들이 수주를 위해 경쟁 중이다. 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클라우드, 오라클과 같은 주요 클라우드 업체들 모두 눈독을 들인다.

CIA와 펜타곤 모두 최고의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 보안을 자랑하는 정부 기관이다. 농무부 같은 일반 부처가 아닌 보안을 중시하는 기관 역시 민간이 제공하는 클라우드를 도입한 셈이다. 미국 클라우드 기업들의 성장 이면에는 정부의 전폭적인 클라우드 도입 정책이 있었다.

공공에서 쌓은 레퍼런스는 민간 시장에서 경쟁력을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레퍼런스다.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민간 기업들에 문을 반만 열어주고 활짝 열어준 것처럼 생색을 낸다. 클라우드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공공 부문의 민간 클라우드 도입이 선행돼야 한다. 보안을 경시하라는 것이 아니다. 보안 인증은 철저히 하되, 인증을 통과한 기업에는 문을 활짝 열어줘야 한다. 그래야 시장이 커질 수 있다. 공공 클라우드 센터가 한번 자리 잡으면 다시 돌이키기 쉽지 않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기 전에 행안부가 올바른 결단을 내리길 바라본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