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거스를 수 없는 비대면 진료 패러다임,국내 의료 경쟁력 높여야

  • 최환석 대한가정의학과 이사장
    입력 2021.12.02 06:00

    코로나19 영향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 Digital Transformation)이 산업 전반에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의료 패러다임도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특히 IT플랫폼 기반의 의료 생태계가 구축되면서 대면 진료와 비대면 진료가 병행되는 것이 미래 의료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작년 2월 정부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이를 통해 올해 9월까지 약 1년 반 동안 총 1만1936개 의료기관에서 276만건의 진료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원격의료의 효용성을 경험했다. 특히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의 경우 비대면 진료가 도움이 된다는 연구 성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10명 중 9명이 재진 환자로 나타났고 의료사고 또한 단 1건도 발생하지 않아 일부 기우를 일축했다.

    문제는 아직까지도 불투명한 상태에 놓여있는 법적 제도화의 부재다. 현재 국내 의료법(제34조 제1항) 상 원칙적으로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는 금지되어 있다. 이를 이유로 한시적 허가 기간이 지나면 다시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닫히게 된다. 비대면 진료 필요성 인식이 확산되면서 원격의료 전면 도입 및 규제 완화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이유다.

    선진국 사례 살피면 시행착오 최소화

    그렇다면, 글로벌 시장은 어떤 상황일까. 원격의료의 기준 정립을 위해서는 첨단 의료 선진국 사례를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국내 비대면 진료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지만 해외 주요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관련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그만큼 대상과 범위, 이용 가이드라인 등의 선례를 벤치마킹한다면 제도화 단계에서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작년 4월부터 초진 단계에서부터 비대면 진료가 허용됐다. 5월에는 일차의료학회(JPCA)에서 원격 진료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더불어 마이넘버를 통한 건강검진, 진료, 투약정보 등 개인건강기록(PHR)을 온라인상에서 모든 의료기관과 공유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비대면 진료 수가 책정으로 비대면 진료 시에도 보험이 적용된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현지 비대면 의료 비중이 기존 1%에서 코로나 이후 15%까지 치솟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했다.

    원격의료가 허가된 캐나다 역시 코로나 이후 대면 진료가 약 22% 감소할 정도로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라이브케어, 씽크 리서치 버추얼케어, 클라우드DX 등 다양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상용화된 것은 물론 줌을 통한 진료도 가능해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유럽 주요 국가도 마찬가지다. 영국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의 비대면 의료 비율이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저변을 넓혔다.

    안정적 시행 절차 밟은 서비스가 길잡이

    우리나라는 의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단계를 밟아나가야 할까. 한국은 외국과 달리 아직 디지털 헬스 역사가 길지 않다. 규제 샌드박스 허용, 식약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기준 충족 등과 같은 현행법 안에서 안정적으로 시행 절차를 밟아온 서비스가 우선적으로 시장 확대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 비대면 진료에 그치지 않고 처방과 모니터링으로의 영역 확대까지 고려한다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풀 라인업을 구축한 라이프레코드와 같은 통합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우수 역량을 지닌 기업을 골라내 선제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의료진 및 업계 관계자들의 사고 전환도 절실하다. 더 이상 미루기만 한다면, 국내 의료 시장의 경쟁력은 빠른 속도로 퇴보해, 눈 깜짝할 새 해외 선진 의료 서비스에 잠식될 수 있다. 이미 많은 글로벌 서비스가 클릭 몇 번이면 유수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고 있어, 시장 쟁탈은 시간문제라는 평이 우세하다.

    더는 지체할 수 없는 비대면 진료, 그리고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정통 의료 서비스와 조화롭게 안착될 수 있도록 정부와 의료계, 관련 업계가 뜻을 모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흑백논리의 팽팽한 찬반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다양한 해외 우수사례 검토를 통해 원격의료의 기준을 정립하고 국민에 안전하고 편리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최환석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 fmchs8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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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환석 이사장은 가톨릭대학교에서 의학을 전공 후 동대학 보건학 석사, 생리학 박사를 전공했다. 1986년 강남성모병원 가정의학과에서 근무를 시작한 뒤 여의도 성모병원,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를 거쳐, 현재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주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최신가정의학', '통합의학' 등 가정의학과와 관련한 다수의 저서를 저술했다. 관련 논문도 끊이지 않고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