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새로운 원장 선임이 늦춰지면서 사실상 리더십에 공백이 생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진천본원 전경 / 홍보영상 갈무리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진천본원 전경 / 홍보영상 갈무리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에 공시된 김창용 NIPA 원장의 임기는 2021년 10월 17일까지다. 임기가 한 달 넘게 지났다. 후임자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김창용 원장이 직무를 계속 수행 중이다.

임기 3년의 NIPA 원장은 공모를 통해 임원추천 위원회 심사 추천을 거친 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부터 임명받아야 한다. NIPA는 8월에 원장 초빙 공고를 내고 임추위를 구성하며 후임 원장 선임 준비를 시작했다. 후보자는 추려졌지만 아직 청와대가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문제는 결정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업무 공백이 생긴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정부 산하기관은 11월부터 다음 연도 사업 계획을 짜야 한다. 하지만 김창용 원장의 경우 임기가 끝났기 때문에 2022년도 업무 계획을 주도하기 애매한 상황이다. 직원들 역시 2022년 업무 계획을 짜야 하지만 후임자가 언제 변경될지 모르기 때문에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앞서 2018년 김창용 원장 선임 전에도 NIPA는 7개월쯤의 원장이 공석 상태였다. 인사 검증 과정에서 후보자들이 탈락하면서 수장 공백이 길어진 탓이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있다 보니 정치적인 이슈와 맞물려 선임이 늦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 이후 정권이 교체되면 정권의 코드에 맞는 인물로 공공기관의 수장이 바뀌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2018년에도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과학기술계 기관장이 무더기로 물갈이 돼 논란이 된 바 있다.

ICT업계 한 관계자는 "과기정통부에서 후임자를 내정했지만, 2022년 대선 이후에 교체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임기가 너무 짧아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NIPA 원장 선임과 대선 이슈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정치적인 이슈와는 상관이 없다"며 "다른 고위 공무원직의 청와대 인사 검증과 시기가 겹쳐 NIPA 원장 후보자 인사 검증이 늦어지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업계에 돌고 있는 내부 인사 내정설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최종 후보자는 NIPA 출신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NIPA의 새로운 수장은 코드인사가 아닌 ICT 전문 인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NIPA는 국내 대표 ICT 공공기관 중 하나지만 경영 평가 하위권에 속하기 때문이다.

NIPA는 6월 기획재정부의 ‘2020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실적 부진기관에 해당되는 5개 등급 중 4번째인 D(미흡)등급을 받았다. 2019년 C(보통)등급보다 한 단계 더 떨어졌다. 하위 등급인 D또는 E 등급을 받은 기관은 경영개선 계획을 제출해야 하고 경상경비 삭감 대상이 된다. 게다가 2022년 경영평가부터는 종합등급 ‘미흡 이하(D·E)’ 평가를 받은 공공기관 임직원은 성과급을 받을 수 없다. 경영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NIPA 관계자는 "원장이 부재중이 아니기 때문에 업무 공백이 크지 않다"며 "만약에 원장직이 공석이 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사외이사 중 선임인 이사분이 업무를 대행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