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이름을 바꾸는 강수를 뒀다. 과거에는 ‘퀄컴 스냅드래곤 8xx’ 식으로 이름을 붙였는데, 올해 제품은 ‘스냅드래곤8 1세대(Generation)’으로 명칭을 갈아탔다. 그 배경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오랫동안 간결해야 한다는 요구를 따른 결과물인 것으로 확인했다.

돈 맥과이어 퀄컴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2일(현지시각)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스냅드래곤 테크 서밋 2021’에서 한국 기자단과 만나 새로운 모바일 AP 이름에 대한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돈 맥과이어 퀄컴 최고마케팅책임자(CMO) / 공동취재단
돈 맥과이어 퀄컴 최고마케팅책임자(CMO) / 공동취재단
퀄컴은 오랫동안 ‘퀄컴’이라는 회사 이름과 ‘스냅드래곤’이라는 제품 브랜드를 합친 ‘퀄컴 스냅드래곤’ 용어를 사용했다. 외부에 회사명과 브랜드명을 동시에 노출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인데,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와 돈 맥과이어 CMO는 최고 위치에 오른 뒤 명칭부터 바꿨다.

맥과이어 CMO는 "스냅드래곤은 애초에 독립된 브랜드로 시작했지만, 한 때 회사 이름을 더 드러내려고 하는 임원들이 많아 퀄컴 스냅드래곤이라는 결점이 있는 이름을 만들게 됐다"며 "그 의도는 이해했지만 더 많은 문제를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사들은 퀄컴 스냅드래곤이라는 이름을 공동 브랜딩에 쓰지 않으려 했다"며 "이는 이름 자체만으로도 너무 길어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었다"고 회상했다.

맥과이어 CMO는 회사 입사 후 아몬 CEO와 수 년간 철학적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언젠가 책임자의 자리에 오르면 이름을 변경하는 등 결심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퀄컴은 실제로 스냅드래곤 888을 내놓은 후 다음 제품 이름을 짓는데 골치를 앓았다.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숫자 ‘8’(8은 복(福)이라는 한자어와 비슷한 발음이어서 중국에서 인기가 좋음)의 마지막인 899 제품을 내놓은 후 더이상 추가할 이름 찾기가 어렵다. 차라리 ‘스냅드래곤8’처럼 제품 브랜드에 8을 각인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선택일 수 있다.

다양한 조사와 고객사의 피드백 등을 분석해 내부를 설득했다는 맥과이어 CMO는 "앞으로 단독 브랜드로 사용할 스냅드래곤은 그 자체가 잠재력이 큰 이름이다"며 "스냅드래곤8 1세대 이후 출시할 제품은 뒤에 플러스나 x와 같은 기호가 붙을 것이다"고 말했다.

하와이(미국)=이진 기자 jinle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