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김기남 DS(반도체)부문 부회장, 김현석 CE(소비자가전)부문 사장, 고동진 IM(모바일)부문 사장 등 대표이사 3인과의 동행을 올해 종료하기로 결심했다. 재계는 2022년에도 3인 대표의 유임 가능성을 점쳤지만, 삼성전자는 안정보다 세대교체에 우선순위를 둔 인사를 시행했다.

삼성전자는 7일 기존 3인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사업부문을 2개로 통합하는 2022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TV 사업부를 이끈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사장이 삼성전자 새 대표이사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정현호 사업지원TF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은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겸 DS부문장을 담당한다.

왼쪽부터 김기남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김현석 삼성전자 사장·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 삼성전자
왼쪽부터 김기남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김현석 삼성전자 사장·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 삼성전자
김기남 부회장은 종합기술원 회장을 맡는다. 김현석 CE부문 사장, 고동진 IM부문 사장은 고문으로 위촉되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남 신임 회장은 만 63세, 김현석 사장과 고동진 사장은 각각 만 60세다. 정년이 넘어도 근무할 수 있는 '시니어 트랙' 제도가 내년 도입되는 점을 고려해 이들이 수혜를 볼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삼성전자는 과감한 세대교체에 방점을 뒀다.

김기남·김현석·고동진 3인 대표는 2017년 10월 부문별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뒤 2018년 3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2020년 초 인사 단행 때만 해도 3인 대표가 각각 겸직을 내려놓으면서 세대 교체설이 흘러나왔다. 당시 김기남 부회장은 종합기술원장직을 내려놨고, 김현석 사장도 생활가전사업부장 자리를, 고동진 사장은 무선사업부장 자리를 내려놨다.

하지만 이들은 2021년에도 유임을 확정하며 햇수로는 4년째 대표이사 자리를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2020년 12월 사장단 인사 당시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 기존 3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면서 안정을 도모하고, 혁신과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과감한 쇄신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3인 대표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간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부문에서 삼성전자의 안정적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해 발발한 코로나19 불확실성 속에서도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이 대표에 선임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삼성전자의 총 매출은 무려 1000조원에 가까운 990조원쯤에 달한다. 연도별로는 2018년 243조7700억원, 2019년 230조4000억원, 2020년 236조8000억원, 2021년 280조원(추정) 등 성과를 올렸다.

김기남 부회장은 반도체 부문에서 공적을 인정받아 회장으로 승진했다. 종합기술원 회장으로서 미래기술 개발과 후진양성에 힘쓴다. 전문경영인으로는 유일하게 회장직을 단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 이후 두 번째다. 그는 권오현 고문과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가야할 길을 큰틀에서 조언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미래를 대비한 도전과 혁신을 이끌 인물을 세트(SET)사업, 반도체 사업의 부문장으로 각각 내정하는 세대교체 인사를 통해 격화되는 글로벌 경쟁구도 하에 진용을 새롭게 갖춰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