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처럼 무료로 서비스를 공급하거나, 적자를 감수하고 몸집을 키우는데 주력해온 쿠팡 같은 빅테크도 ‘시장지배적사업자'로 인지할 수 있게 됐다. 또 자신의 사업을 우대하는 방식으로 확장해온 네이버 같은 빅테크의 전반적 규제도 강화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플랫폼 특유의 영업 방식이나 시장 상황을 고려해 불공정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규제방침을 마련했다.

네이버 / 조선DB
네이버 / 조선DB
10일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6일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및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을 발표했다. 이번 심사지침은 전통산업과는 다른 성장방식과 전략을 추구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특수성을 반영했다. 심사지침 자체는 공정위의 법 집행 기준으로 쓰일 뿐 법률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인 효력은 없다. 다만 공정위는 플랫폼 경제라는 새 질서가 나타난 상황에서, 법원도 지침을 고려해 판단할 것을 기대했다.

이전에는 플랫폼 경제가 급변하면서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는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를 판단하기 어려웠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빅테크 기업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를 해도, 그 시장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라고 입증하는 것이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은 4조에서 1개 기업이 시장점유율 50% 이상, 3개 이하 기업이 시장점유율 75% 이상을 차지할 때 시장지배적사업자로 추정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전략적 적자' 정책으로 매출을 발생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이용자들을 장악하는 경우가 많았다. 뿐만 아니라 이용자에게는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다수였다. 대부분의 오픈마켓은 이용자로부터 이용요금을 받지 않고, 페이스북도 소셜네트워킹 서비스를 이용하는 금전적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적 방식처럼 기업이 제공하는 가격 인상시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따져서 기업의 시장지배력을 측정해 규제를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이번 심사지침은 이같은 현실적 어려움을 반영해 규제 기준을 제시했다. 가격이나 매출 등의 기준만으로 시장지배력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변수와 시장 상황을 종합 고려키로 했다.

예컨대 공정위는 매출이 없는 플랫폼이라도 현실적인 ‘게이트키퍼로’서의 영향력을 반영한다. 이용사업자들이 해당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고선 거래가 어려운 경우 충분히 그 플랫폼의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 외에도 공정위는 가입자 수, 보유 데이터량 등도 종합 고려해 플랫폼 기업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판단하기로 했다. 디지털 플랫폼에서는 데이터 확보량이 시장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매우 중요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의 데이터가 쌓일 수록 시장에서 경쟁력도 높아지고 영향력이 오르는 만큼 이를 배제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시장 획정 현실화

공정위는 또한 시장 획정의 엄밀성에 치중하지 않고, 변화하는 플랫폼 경제 생태계를 현실적으로 반영할 방침이다. 시장획정이 잘못돼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자체를 규제할 수 없게 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공정위는 네이버와 소송에서 공정위가 획정한 시장이 법원서 인정되지 않아 패소한 경험이 있다. 2008년 공정위는 네이버가 동영상 콘텐츠 업체 판도라TV와 계약을 맺으면서 판도라TV에 개별광고를 넣지 못하도록 한 행위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2억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2014년 대법원은 문제가 된 행위가 네이버의 ‘동영상 중개 과정'에서 이뤄졌다며, ‘인터넷 포털 서비스'라는 공정위의 시장 획정은 부당하다고 봤다. 당시 네이버는 인터넷 포털 시장에서는 점유율 50%를 훌쩍 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였지만, 동영상 중개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낮았다.

그러나 플랫폼 분야에서는 상품 서비스가 융합되고, 급격하게 시장이 변화되면서 시장 경계 자체가 불분명해지고 있다. 이에 공정위는 "특정 지점의 일시적 시장획정 방식이 타당한지 여부를 엄밀하게 치중하기 보다는 대안적인 획정 방안을 검토하거나, 혁신의 저해, 상품 서비스의 다양성 감소 등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쟁제한의 폐해에 중점을 두고 위법성을 심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의 다면적 특성을 고려한 시장 획정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무료 서비스라도 플랫폼 사업자와 이용자 간 가치의 교환(거래)이 발생한다면 관련 시장을 확정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시했다.

자사우대, 최혜대우, 끼워팔기, 멀티호밍 ‘경쟁제한 행위유형' 제시

공정위는 플랫폼 기업의 자기사업우대, 최혜대우, 끼워팔기, 멀티호밍 등 4개 유형을 플랫폼 사업자의 주요한 경쟁제한 행위유형으로 규정했다. '자사우대'는 플랫폼 사업자가 상·하방 시장에서 동시에 사업을 하면서, 경쟁사업자보다 자사 서비스에 혜택을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플랫폼 기업 A사가 자회사가 만든 PB상품이나 자체 서비스를 타 상품보다 더 돋보이게 전시하는 등의 행위가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이에 자신의 사업들을 우대하는 방식으로 확장해온 네이버 같은 빅테크는 긴장을 놓기 힘들 전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는 사업을 하면서 중립적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자신의 다른 사업만 우대하는 행위는 시장지배력을 전이하는 것이다"라며 "(익히 알려진) 검색 시장에서의 자사 서비스 우대 노출 같은 행위뿐 아니라, 플랫폼 사업 전반에서 자신의 사업을 직·간접적으로 우대하는 행위를 포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