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라스베이거스의 택시운전사

입력 2022.01.12 06:00

카지노와 고급 호텔이 즐비한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관광과 도박의 도시이자 글로벌 IT 트렌드를 주도하는 메카다. 매년 1월 CES 행사가 열리며, 기자 역시 현장을 취재하며 2022년을 이끌 핵심 이슈를 뉴스로 보도했다.

행사가 끝난 후 라스베이거스 당시를 복귀해 보는데, 불현듯 한 사람이 눈앞을 아른 거린다. IT 업계 얘기가 아니라 그저 하루하루 겜블링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을 우연히 만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호텔 내 카지노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 이광영 기자
CES는 1967년 6월 24일 미국 뉴욕에서 처음 열린 이후 해마다 몸집을 불려온 세계 최대 IT전시회다. 1998년부터 연초에 한 차례 열리는 행사로 전환된 이후 라스베이거스는 글로벌 기업이 새해부터 총집합해 신기술을 발표하는 도시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명성처럼 깜짝놀랄 만한 기술의 향연이 인상깊었지만, 화려한 도시 라스베이거스의 이면을 경험하기도 했다. 팬데믹으로 모든 것이 새로웠던 출장 기간 중 전시관 바깥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 하루하루 도박과 유흥으로 탕진하며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했던 라스베이거스의 단편적 이미지와 달리 그곳엔 또다른 세계가 있었다.

CES 2022 마지막 일정인 7일(현지시각) 오전, 여느 때처럼 차량공유서비스 ‘우버’ 앱을 열어 차량을 호출했다. 배정된 차주 이름은 ‘다니엘’. 한국 출신이 많이 쓰는 퍼스트네임(이름)이다. 차에 올라타자 예상대로 50대로 보이는 한국인 기사가 우리를 맞이했다.

출장 차 이곳을 처음 방문했다는 말을 마치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얘기를 꺼냈다. 다니엘은 하와이에서 교민으로 살다 은퇴했으며, 7개월 전 라스베이거스로 거처를 옮겼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휴양을 즐기며 가끔 용돈벌이 겸 우버 기사로 일하는 중이다. 실례가 될 것 같아 가족관계는 묻지 않았다.

카지노를 해봤냐는 그의 질문에 내가 아직 해보지 않았다고 답하자, 그는 자신이 ‘겜블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털어놨다.

다니엘은 ‘포커플레이어’였다. 매순간 집중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포커는 절대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야 이곳에서 돈을 잃지 않고 버텨나갈 수 있다고 얘기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밤 풍경 / 이광영 기자
다니엘의 꿈이자 로망인 무대는 매년 9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월드 시리즈 오브 포커(WSOP)’다. 2021년 52회째를 치른 이 대회는 2개월 가까이 시합을 하며 7만명이 넘는 참가자가 경쟁을 펼친다. 우승자는 우리 돈 100억원에 달하는 상금을 받는다. 드라마 ‘올인’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차민수씨도 참가했던 바로 그 대회다.

그는 세계 최대의 이벤트라 하는 것은 죄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고 설명했다. 실제 세계 최대 복싱 이벤트의 단골 장소는 ‘MGM 그랜드가든’이다. 매니 파퀴아오와 플로이드 메이웨더의 세기의 대결이 이곳에서 이뤄졌다. ‘비운의 복서’ 김득구의 챔프 도전도 1982년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 호텔에서 열렸다. CES 역시 이런 도시의 특성을 닮아 세계 최대 IT전시회로 성장한 셈이다.

다니엘의 실제 생활은 어떨지 알 수 없었지만, 그는 분명히 현재 본인의 삶에 만족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다 1년에 한번 출장으로 방문하는 우리와 달리 그에게 라스베이거스는 매일이 도전의 연속인 도시였다. 어쩌면 3일간 신기루에 불과한 CES는 라스베이거스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나머지 362일간의 진짜 라스베이거스를 경험하지 못한 채 나는 이곳을 떠났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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