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어댑터·이어폰 뺀 아이폰, '친환경' 제품?

입력 2022.01.12 08:21 | 수정 2022.01.12 10:34

‘T다이렉트샵’은 SK텔레콤의 공식 온라인 판매점이다. 스마트폰은 물론, 태블릿 등 다양한 기기를 판매한다. T다이렉트샵에서 애플 스마트폰을 검색하면 ‘아이폰 SE (2020, 친환경포장)’이라는 제품이 나온다. 친환경포장이라는 문구는 판매 스마트폰 중 이 제품이 유일하다.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트렌드인 만큼, 해당 제품은 자연을 해치는 오염물질을 사용하지 않은 포장재를 쓴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친환경과 전혀 상관이 없는 제품이다. IT조선이 확인한 결과, 이 제품에는 ‘친환경포장’이라는 용어가 붙었지만 실제로는 아이폰SE에서 이어폰과 충전용 어댑터를 제외한 제품임을 뜻한다. 친환경을 가장한 그린워싱(친환경과 세탁의 합성어인 그린워싱은 마치 친환경인 것처럼 내세우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행태)인 셈이다. 명백한 위장 환경주의다. SK텔레콤이 과장 허위광고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T다이렉트샵에 있는 아이폰SE 2세대 판매 페이지. 친환경포장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 T다이렉트샵 홈페이지 갈무리
SK텔레콤 측은 애플 정책에 따라 친환경포장 문구를 제품 이름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애플은 2020년부터 아이폰 구성품에 어댑터와 이어폰을 제외해 박스 크기를 줄이는 친환경 정책을 폈는데, 이를 반영한 문구라는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애플은 아이폰 SE 2세대 모델을 처음 출시했을 때 충전기 어댑터와 이어폰을 포함했지만, 최근 어댑터와 이어폰을 구성품에서 제외하는 패키징을 새로 선보였다"며 "애플이 사용했던 문구를 T다이렉트샵 내 제품 이름으로 썼을 뿐, SK텔레콤이 임의로 만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SK텔레콤 관계자는 "어댑터와 충전기를 제외한 구성으로 충전기 재활용을 유도해 생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 요소를 부각했다"며 "표현에서 소비자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모델을 판매하는 KT 온라인몰(KT샵)에는 친환경포장이라는 제목이 없다. SK텔레콤 주장과 다른 설명도 더했다.

KT 관계자는 "KT샵에서 판매하는 아이폰SE 2세대 모델 역시 이어폰과 어댑터를 제외한 제품이다"며 "판매 과정에서 친환경포장 문구를 포함해야 한다는 애플 측 요청은 없었다"고 말했다.

애플이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하는 환경 보호 관련 안내문 모습. 애플은 제품 안내용으로 ‘환경 보호 노력’을 기재했지만, 모델명에는 ‘친환경포장’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았다. SK텔레콤의 아이폰SE(친환경포장)과는 완전히 다른 정책이다. / 애플
통신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친환경포장 문구를 쓴 것이 자체적인 판매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SK그룹 차원에서 친환경을 포함한 ESG 경영을 강조하는데, 아이폰SE 제품 판매 페이지 역시 이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다만, T다이렉트샵을 통해 판매되는 제품 중 친환경포장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은 아이폰SE 한 제품인 만큼, 직접적인 인과관계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 다른 통신 업계 관계자는 "보통 애플은 한 통신사에만 강제하는 정책을 내놓지 않으며, SK텔레콤 말대로 애플 정책에 따라 아이폰 판매 페이지에 해당 문구를 넣었다고 이통3사 모두 똑같이 했을 것이다"며 "현재의 판매 행태는 SK텔레콤의 의지로 봐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애플은 2020년 하반기 아이폰12 시리즈를 선보이며 기존 박스 구성품 중 일부를 줄였다. 박스 크기를 작게 만들면 탄소 배출과 쓰레기가 줄어들게 되고, 이는 환경 보호로 이어진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애플이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률 증가를 위해 구성품을 줄였다고 지적했다. 애플 제품에서만 쓸 수 있는 USB-C 라이트닝 대신 일반 케이블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친환경 정책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휴대폰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이어폰과 어댑터를 포함하지 않는 아이폰SE를 판매하는 SK텔레콤이 소비자 저항을 줄이고자 친환경포장 문구를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린워싱과 같은 위장 환경주의가 장기적인 기업 비즈니스에 독이 될 것이라고 본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ESG 경영이 트렌드가 된 후 소비자의 ESG 기대 수준이 높아졌는데, 이런 상황에서 진정성 없는 환경 정책을 펴는 것은 그린워싱 지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환경 비전을 제시해야 하며, 소비자 이해를 높이는 커뮤니케이션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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