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에서 개발한 e코너 모듈이 CES 2022를 통해 데뷔했다. e코너 모듈은 자동차 휠마다 조향과 제동, 현가 시스템을 삽입한 기술이다. 개별 바퀴카 폭넓게 회전해 측면 이동이나 탱크턴(제자리 회전, 제로턴이라고도 함)을 하는 등 기존과 차별화된 주행이 가능하다.

다만 아직 상용화 단계를 위해선 넘을 과제가 많다. 콘셉트카에 사용된 휠이 상당히 작은 만큼, 실증으로 실제 차량에 적용해 안전한 주행이 가능함을 증명해야 한다. e코너 모듈의 일부 기술도 국내법상 공도에서 아직 사용이 불가능하다. 제자리 회전에 이은 역주행 위험성 등이 이유다.

CES 2022에서 글로벌 무대에 공개된 e코너 모듈을 탑재한 콘셉트카 비전 투고 / 이민우 기자
CES 2022에서 글로벌 무대에 공개된 e코너 모듈을 탑재한 콘셉트카 비전 투고 / 이민우 기자
현대모비스는 1월 CES 2022에서 e코너 모듈을 탑재한 콘셉트카를 세계 무대에 선보였다. CES 2018에서 e코너 모듈의 콘셉트를 제시한지 4년만이다. e코너 모듈을 탑재한 비전투고는 참관객에게 게처럼 옆으로 이동하는 크랩주행과 평행주차를 시연했다.

e코너 모듈을 본 관람객 사이에서는 도심 속 좁은 공간에서의 주행, 주차 어려움을 줄여줄 것이란 기대가 많다. 스타렉스 9~10인승 규모에도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일부 기업에서도 e코너 모듈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상용화에는 단계가 많이 남은 것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실제 차량은 도로 위 주행 성능 등을 이유로 제법 큰 바퀴를 사용한다. 특히 최근 타이어 등은 19인치 내외 규격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e코너 모듈 콘셉트카의 휠과 타이어는 상당히 작게 설계된 상태다.

천재승 현대모비스 R&D 부문장은 "현재 컨셉카에 들어간 e코너 모듈은 작동 위주로 만들어진 것이고 실제 설계 기반은 차량을 대상으로 개발 중이며 5년안에 개발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한다"면서도 "저속 목적기반차량(PBV)이 타겟인 만큼, e코너 모듈이 다이나믹한 주행에 목적을 두고 있지 않아 타이어는 크게 고민되는 부분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에서 개발된 e코너 모듈 정측면 사진 /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에서 개발된 e코너 모듈 정측면 사진 / 현대모비스
e코너 모듈의 기술 개발 완성도와 별개로, 국내 도로법과 차이로 인한 장벽도 존재한다. 제자리에서 차량을 회전시키는 탱크턴의 경우 국내 도로법 상 현재 시점에서는 공도에서 불법이다. 역주행으로 인한 발생할 수 있는 교통사고 위험성 때문이다.

실제 차량에 e코너 모듈을 탑재해 탱크턴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기술 개발 완료 유무에 관계없이 사용이 불가능하다. 현대모비스에서 제시한 e코너 모듈의 모든 기술을 보기 위해선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한 일부 면제나 법개정이 필요한 셈이다.

현대모비스 e코너 모듈 R&D 관계자는 "유턴의 경우 회전하면 맞는 차선으로 진입하지만, 탱크턴은 현재 가고 있는 차선에서 회전하기에 역주행이 발생하게 된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안전 문제가 있기에 아직 법적으로 규제 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기술 개발이 법 규제보다 앞서가는 경우는 꽤 있고, 최근에는 개발된 기술을 차량에 먼저 투입한 후 소프트웨어를 통해 묶어 놓고 법 개정으로 사용가능할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며 "추후 법이 바뀌는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 가능한 부분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