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한국 조선업계가 각종 악재를 뚫고 호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고부가가치・친환경선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입증했다. 한국 조선업계는 친환경은 물론 스마트십을 통해 미래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조선업계는 1744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Compansated Gross Tonage)를 수주했다. 이는 수주 1위를 차지한 중국(2286만CGT)에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수주기록은 전년(870만 CGT)의 2배이자 2013년(1845만CGT) 이후 8년 만에 최대 수주 실적이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는 고부가가치 선박과 친환경 선박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형 액화천연가스(이하 LNG) 운반선(174㎦ 이상) 발주량의 89.3%를 한국 기업이 차지했다. 또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수주 비중도 88%에 달했으며 대형 컨테이너선(1.2만TEU 이상) 수주량도 47.6%로 집계됐다.

친환경 선박도 전 세계 발주량(1709만CGT)의 64%를 국내 조선업계가 따내며 1위 자리에 올랐다. 한국의 전체 친환경 선박 수주량 가운데 82.4%가 LNG 추진 선박이며 액화석유가스(LPG) 추진 선박(11.6%), 메탄올 추진 선박(4.5%) 등의 순이었다.

이 같은 수주 기록을 견인한 국내 조선업계 빅3 역시 일찌감치 목표수주량을 초과달성하는 등 호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7월,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은 9월, 삼성중공업은 10월에 각각 목표수주량을 초과달성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선박 자율운항 전문회사인 아비커스와 미국선급협회 업무협약 체결 / 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그룹의 선박 자율운항 전문회사인 아비커스와 미국선급협회 업무협약 체결 / 한국조선해양
올해 세계 발주 규모는 2021년 대비 23.3% 감소한 3600만CGT 수준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집중 발주된 컨테이너선 수요가 줄면서 전체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지난해 수주 계약 증가로 인한 선박 건조공간 제한 및 선가 상승에 따른 발주 시기 관망 등도 발주량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는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조선업계는 친환경 선박 수주를 중심으로 실적 방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LNG를 넘은 차세대 무탄소 에너지원 활용을 통해 미래시장까지 정조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25년까지 암모니아 추진선 등을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헀다. 암모니아는 탄소를 함유하고 있지 않다. 또 10bar의 기압에서 영하 34도를 유지하면 돼 저장과 운송조건이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암모니아 추진선의 핵심 기술인 암모니아 연료공급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며 업계 최초로 이에 대한 개념설계 기본인증을 한국선급으로부터 획득하기도 했다.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 역시 각각 2025년, 2024년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율운항 시험선단비(DAN-V)와 육상관제센터 모습/대우조선해양
자율운항 시험선단비(DAN-V)와 육상관제센터 모습/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은 한국전력기술과, 삼성중공업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소형 원자로(SMR) 추진선도 개발 중이다. 탄소 배출이 전혀 없고 선박 수명이 다할 때까지 연료를 재충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미래시장 선점을 위해 스마트십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환경 규제 강화와 노후선박 교체 수요까지 겹치면서 스마트십 시장이 2021년 95조원 규모에서 2025년 18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현대중공업그룹은 자율운항 선박 기술표준 개발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선박 자율운항 전문회사인 아비커스는 미국선급협회와 협력해 자율운항 선박 기술개발을 앞당긴다는 복안이다. 아비커스는 자율운항과 자율접안, 완전 자율운항 등 자체 개발한 다양한 솔루션을 실증할 수 있게 됐다.

대우조선도 자율운항 시험선 ‘단비(DAN-V)’를 통해 자율운항 시험선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단비는 시흥R&D캠퍼스 내 스마트십 육상 관제센터와 연동해 자율운항과 안전운항 관련 기술을 테스트할 계획이다. 또 서울대와 함께 자율운항선박의 안전운항 주요 기술을 개발하는 등 미래 핵심 기술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2016년부터 자유항해 시스템 상용화 연구를 진행 중인 삼성중공업은 독자 개발한 자율항해 시스템인 'SAS(Samsung Autonomous Ship)'를 지속 발전시키고 있다. 2021년 9월에는 자율운항선박 간 충돌회피 실증에 성공하기도 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호실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고부가가치 선박 및 친환경 선박 수주 때문이었다"며 "조선업 주도권을 가지고 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국, 일본 등의 기술력도 만만치 않아 안주하고 있을 상황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차별화된 경쟁력을 위해서는 LNG 추진선을 뛰어넘는 친환경 선박이 필요하다"며 "사고 위험성도 적고 안정적인 운행이 가능한 자율주행 선박 등 스마트 선박 발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