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단체, 아이폰 성능 고의로 낮춘 애플 형사 고발…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입력 2022.01.13 17:36

소비자 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애플을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애플은 2017년 아이폰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때 기기 성능을 고의로 낮췄는데,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애플의 이런 행동이 악성 프로그램이었다고 판단했다. 법에 따른 증거 자료를 충분히 확보한 만큼, 과거 형사 고발 때와 달리 이번엔 애플에 대한 처벌 가능성이 60~70% 더 커졌다고 전망했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오른쪽)이 애플을 상대로 한 고소장을 손에 들고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김평화 기자
"아이폰 성능 낮춘 애플, 국내 소비자에 손해배상해야"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13일 오전 서울강남경찰서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다니엘 디시코 애플코리아 대표를 상대로 정보통신망법 위반 관련 형사 고발장을 제출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날 고발장 제출 전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발 취지를 밝혔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애플이 아이폰6, 7 시리즈 제작 결함을 은폐하고자 기능 저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배포해 아이폰 성능이 30~53% 저하됐다. 타 국가에선 이에 대해 과징금과 벌금을 납부했지만 한국 소비자는 방치됐다"며 "기존에 재물손괴죄와 사기죄로 애플을 고발했지만 검찰이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는데, 이번에는 애플이 위반한 법을 다시 해석해 고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2018년 애플을 상대로 한 차례 형사 고발을 했지만,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번엔 다른 증거 자료와 함께 법률 근거를 마련한 만큼 애플의 혐의를 밝힐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 사무처장은 "애플이 외국에서 iOS (업데이트로 인한) 처벌이나 과징금을 받은 사례를 (증거 자료로) 충분히 더했고, 손해를 배상했던 자료도 추가해 보강했다"며 "특히 iOS는 소프트웨어 관련인 만큼 정보통신망법에 해당하며, 이번 건의 경우 지난 고발 건과 비교해 60~70% 승소 가능성이 더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애플이 아이폰 성능을 낮추는 운영체제(OS)를 배포할 당시 소비자에게 고지를 하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애플은 글로벌 기업인 만큼 책임을 지고 해외처럼 국내 소비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능 낮춘 소프트웨어는 악성 프로그램…"혐의 입증 불발 시 항고나 상고도 고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공개한 고발요지서를 보면, 아이폰 사용자는 2017년 당시 iOS 업데이트로 앱 실행 시간이 지연되거나 화면 스크롤 과정에서 프레임 속도가 늦어진 경험을 했다. 화면 터치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업데이트 전 성능의 40~88%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게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주장이다.

애플은 세계 각 지역 소비자가 이같은 불만을 표출하자 2017년 12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애플은 아이폰6와 6+, 6S, SE, 7, 7+ 등의 기종에서 성능 속도를 낮추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적용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해당 기종의 전원 꺼짐 현상을 예방하고자 성능을 낮췄다는 설명도 더했다. 하지만 비판 여론이 줄지 않자 결국 2018년 1월 팀 쿡 CEO가 미국 ABC 방송에 출연해 직접 사과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서울강남경찰서로 향하고 있는 모습. / 김평화 기자
이후 해외에선 아이폰 배터리 성능 저하 이슈와 관련한 과징금과 벌금 처분이 내려졌다. 2018년 이탈리아 공정거래위원회는 1000만유로(136억원)를, 2020년 프랑스는 애플에 2500만유로(340억원)를 벌금으로 책정했다. 미국과 칠레에선 소비자 집단 소송이 이어졌다. 애플은 2020년 5월 미국 산호세 지방법원에서 5933억5000만원의 합의금을 지불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에선 별다른 처분이 없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2018년 1월 재물손괴와 업무방해, 사기 등 혐의로 팀 쿡 CEO와 다니엘 디시코 애플코리아 대표를 고발했지만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와 법무법인 한누리, 휘명 등이 모은 6만4679명의 소비자가 제기한 집단 소송은 형사 사건 불기소 처분 후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애플이 기존 불기소 처분을 받았던 재물손괴 등이 아닌 다른 법을 어겼다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한 후 팀 쿡 CEO와 디시코 대표를 형사 고발했다. 기기와 소프트웨어 관련 체제를 모두 정보통신시스템으로 보고, 관련 조항을 담은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을 보면, 정당한 이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을 훼손, 위조하거나 운용을 방해하는 악성 프로그램을 전달, 유포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애플이 성능 저하를 목적으로 배포한 iOS 버전을 악성 프로그램으로 보고 고소를 했다. 법원이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측의 손을 들어줄 경우, 정보통신망법 제72조2항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박 사무처장은 "이번에는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는 한누리나 관련 변호사실 도움을 받아 철저한 준비 자료와 해외 사례를 첨부했다"며 "그럼에도 혐의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항고나 상고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에서 사건 증거 자료에 대한 파악을 진행한 후 고발인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본다"며 "아마 사안이 크고 전문적인 만큼 지방서 대신 경찰청 본청에서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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