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경의 커피톡] ㊵커피의 단맛은 어디서 오나?

  • 신혜경 칼럼니스트
    입력 2022.01.14 06:00

    커피를 마시다 보면 꿀처럼 달달한 맛을 느껴질 때가 있다. 또 어떤 때에는 약간 쌉싸름한 달고나 같은 맛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커피의 단맛은 어떤 성분으로부터 기인되는 것인가? 커피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단맛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 또 이런 단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어떤 훈련을 해야 하는가? 등 궁금한 점이 많다.

    식품의 맛과 향에 대하여 많은 연구를 한 최낙언은 저서 ‘맛이란 무엇인가’에서 사람이 단맛을 느끼는 것은 탄수화물에서 비롯된다고 하였다. 잘 알다시피 탄수화물은 생명의 에너지원으로서 세포활동에 꼭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에너지원(ATP, Adenosine Triphosphate)은 당이 분해될 때 생긴다. 따라서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생존을 위해서 당 분해는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의식하든 못하든 단 맛을 느끼고 좋아할 수밖에 없다. 또, 식물의 세포벽을 만들고 강하게 유지시키는 셀룰로오스, 헤미셀룰로오스, 펙틴 등의 불용성 탄수화물도 있다.

    단맛을 내는 당류는 많은 종류가 있다. 포도당, 과당, 엿당, 젖당은 분자량이 작은 당류이고, 녹말, 글루코스, 셀룰로오스 등은 분자량이 큰 당류이다. 흔히 분자량이 작은 당을 단당류, 큰 당을 다당류라고 말한다. 우리가 바로 단맛을 느낄 수 있는 당류는 분자량이 작은 당류이다. 설탕도 분자량이 작은 당류에 속한다. 단맛의 강도는 보통, 과당, 설탕, 포도당 순으로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 사람이 달다고 느끼는 역치는 사람마다 10배나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과당이나 설탕보다 포도당을 더 단 것으로 느끼는 사람도 있다.

    단당류라고 하더라도 당의 종류에 따라 단맛의 느낌이 다르다. 설탕은 혀에 감지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는 대신 단맛이 오래간다. 반면 과당은 단맛이 빠르고 강하게 느껴지지만 재빨리 사라진다. 물엿은 단맛이 느리고 약하게 감지되지만 그 지속력은 길게 느껴진다. 그러므로 이런 당류의 특성을 이용하여 제품을 만들면 제품별로 맛과 향미를 극대화 할 수 있다.

    특히, 설탕은 물에도 잘 녹는 성질이 있다. 물과 설탕의 비율을 1:2로 하여도 물에 녹는다. 심지어 물을 넣지 않고 가열해도 160°C에서 녹기 시작하여 170°C에서 카라멜화된다. 또한 산을 약간 가미하여 가열하면 쉽게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되어 단맛이 더 감지되기 쉬운 상태가 된다. 더욱이 설탕을 물에 녹이면 점성이 높아진다. 즉, 설탕물을 흘렸을 때 끈적거리는 현상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점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설탕의 이런 점성을 잘 응용하면 요리할 때 음식물 입자를 결합시켜주어 끈적이는 물질을 만들 수 있다.

    과당은 일반적인 당류 중에서 단맛이 가장 강한 당류이다. 물에 잘 녹고 물을 잘 흡수하고 간직한다. 우리 몸에서는 포도당과 설탕에 비해 가장 느리게 대사한다. 과당 분자는 물에 녹을 때 물의 온도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하는데, 그 모양에 따라 단맛 수용체에 결합하는 힘이 달라진다. 차갑거나 약한 산성과 만나면 모양은 ‘육각고리 형태’를 이루고 가장 강한 단맛을 낸다. 반면 물의 온도가 높아지면 ‘오각고리 형태’로 변하면서 단맛이 덜해진다. 물의 온도가 60°C가 되면 감미도는 거의 절반수준까지 떨어진다. 따라서 산성을 지니고 있는 커피에 과당을 넣어 아이스 음료로 마시면 단맛이 아주 도드라질 수 있어 과당의 양을 줄여야 하고, 반면 뜨거운 커피를 마실 때에는 더 많은 양을 사용하여야 단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단맛은 탄수화물뿐만 아니라 감칠맛을 내는 단백질 속에서도 느낄 수 있다. 단백질에는 수 백 개 이상이 결합되어 있는 아미노산이 주를 이룬다. 이는 맛으로 느껴지지 않지만 서로 결합되지 않고 소량 존재하는 유리아미노산은 맛으로 느낄 수 있다. 유리아미노산 중 물에 잘 녹지 않는 것은 쓴맛을 내나, 물에 잘 녹는 것은 단맛을 낸다. 글루탐산과 아스파르트산이 이에 속한다. 커피 속에는 단맛을 내는 글루탐산이 34.8%로 다른 식품에 비하여 많은 편이다. 그러므로 커피를 마실 때 느끼는 단맛은 당류 이외에도 커피에 함유되어 있는 다른 성분 물질로부터 기인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식품에 들어있는 글루탐산 함량(%)(최낙언, “맛이란 무엇인가?”에서 발췌)
    그린커피의 탄수화물 종류 및 함량(건조물: %)(신혜경, ‘그린커피’ (2015)에서 발췌)
    커피는 잘 익은 커피체리를 수확하여 가공한 후 로스팅하고 추출하여 음료를 만드는 것이다. 커피체리에는 보통의 과일과 마찬가지로 단맛을 비롯한 여러 가지 맛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그린커피(생커피)에 들어 있는 향미성분은 로스팅을 거치면서 그 성분의 함량이 변하게 된다.

    로스팅을 거치게 되면 단맛을 내는 성분은 일반적으로 불용성 다당류는 24~39%, 가용성 올리고당은 0.0~3.5%, 유리아미노산 0% 정도로 거의 남지 않게 된다. Ivon Flament 저서 ‘Coffee Flavor Chemistry’ 에서도, 로스팅을 끝낸 원두에서 단맛을 내는 당과 유리아미노산의 성분은 거의 99%까지 소실된다고 했다. 로스팅 과정에서 당류는 열에 의해 캐러멜 반응(caramelized)을 일으키고, 또 단백질과도 결합하여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 오븐에서 빵을 구울 때 빵의 노출된 겉부분은 뜨거운 열에 의해 갈색으로 변하게 되고 구수한 맛을 낸다)을 하면서 달달한 향을 만들고 달콤함을 이끌어낸다. 이러한 화학반응을 통해 대다수의 불용성 다당류를 만들어 내지만 여전히 단당류 즉, 프락토스(Fructose), 아라비노스(arabinose), 글루코스(glucose)도 남아있다. (H.D.Belitz외, Food Chemistry저서). 그러나 남은 단당류은 단맛을 느끼는 역치에 못미치는 양이므로 커피에서 단맛을 풍부하게 느끼게 해주는 것은 달콤함을 내는 향기에 더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최낙언은 맛을 평가할 때 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맛에는 향이 함께 담긴 것이니 맛을 결정함에 있어 향은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기본적인 맛을 갖추지 못하는 한 향에 큰 의미를 두어서는 안된다. 향만으로는 절대 원하는 맛을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맛과 향은 상호보완적이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커피의 단향은 보통 달콤한 과일에서 올라오는 향인 에스테르(esters)와 알데하이드(aldehydes)에서부터 달콤한 카라멜향을 가진 향인 퓨란(furans)에서 올라온다. 탄베유키히로 저서 "커피과학"에서도 이와 같은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커피의 단맛은 당류가 가열되면서 만들어지는 퓨란(Furan)류의 향기 성분에 의해서라고 한다. 이는 프라네어(planear)와 소트론(sotron)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프라네어는 딸기나 파인애플과 같은 달콤한 향과 설탕이 녹아내릴 때 나는 솜사탕 같은 향을 말하고 소트론은 캐러멜과 메이플시럽 같은 달콤한 향을 말한다.

    또 커피에는 퓨라네올(Furaneol)과 에틸-메틸 부티레이트(Ethyl-Methyl Butyate) 향이 있는데 이는 과일의 달콤함을 인식하는데 도움을 주는 성분이다. 특히, 에틸 부티레이트(ethyl butyrate)는 맡을 수 없는 아주 적은 양이라도 단맛(sweetness)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커피가 가진 신맛과 단맛도 향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게 북돋아준다. 따라서 커피에 포함되어 있는 단맛을 내는 성분과 단맛을 부각시키는 향 성분의 상호작용으로 커피를 마실 때 더 달콤하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커피 속에 존재하는 지방이 향을 더 부드럽고 풍부하며 지속되게 만든다. 보통 아라비카 커피가 로부스타 커피에 비해 더 달콤하고 더 부드럽고 풍부한 향을 더 느낄 수 있는데 이는 로부스타 커피 보다 아라비카 커피에 탄수화물과 지방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커피는 로스팅 되면서 볶아진 정도에 따라 단향과 단맛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데 그 정도(Sugar browning)를 향미로 표현하면 사탕수수, 황설탕, 흑설탕, 흑당, 달고나, 꿀, 캐러멜, 조청, 메이플시럽 등 다양하게 나타낼 수 있다. 특히, 꿀, 조청, 메이플시럽 등은 풍부한 바디(촉감)까지 부각시키므로 단맛이 더 오래 여운을 남기게 된다. 보통, 제과점에서는 설탕을 흰설탕, 황설탕, 흑설탕 등 구분하여 과자나 빵을 만든다. 그 이유는 흰설탕인지 흑설탕인지에 따라 과자와 빵의 맛과 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커피의 단맛과 향미도 로스팅을 하며 당 성분이 얼마나 열분해를 되었는지에 따라 그 차이를 느껴볼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경험에 준하여 맛을 느낀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정제되지 않은 사탕수수(Molasses) 맛을 달지 않고 견과류의 고소함이 있다고 표현하고 다른 사람은 단맛이 풍부하다고 말한다. 그러한 차이는 자신이 먹어본 다른 식품의 맛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므로 똑 같은 커피를 마시더라도 어떤 사람은 여러가지 맛과 향을 느끼는 반면 어떤 사람은 그저 구수하고 씁쓸한 맛과 향미를 느끼기도 한다. 커피에는 단맛 이외에도 신맛과 쓴맛이 어우러져 있고 부드럽고 풍부한 항기와 촉감까지 느낄 수 있다. 평소에 다양한 맛을 느끼는 미각 훈련을 하면 한잔의 커피라도 더 많은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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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혜경 칼럼니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고, 한림성심대학 바리스타음료전공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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