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과한 ‘멸공' 정용진, 밖에서 호평 안에선 혹평

입력 2022.01.15 06:00

공산주의를 멸한다는 뜻의 ‘멸공’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결국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지만 사회 곳곳에 다양한 잡음이 남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노이즈 마케팅’으로 큰 주목을 받았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회사 임직원이 받았다며, 정용진의 오너쉽을 재평가할 시간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정 부회장은 13일 인스타그램에 한국노총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의 주장을 담은 기사를 캡처한 후 자신의 발언에 문제가 있었다며 몸을 낮추는 반응을 보였다. / 인스타그램 갈무리
‘멸공’ 논란은 5일 정용진 부회장이 멸공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올린 비타민 사진을 인스타그램 측이 삭제하면서 시작됐다. 인스타그램은 사진 삭제 후 며칠이 지나 이 같은 조치가 ‘시스템 오류’였다고 해명했지만, 정 부회장은 다음날인 6일 중국 시진핑 주석 사진이 포함 된 기사를 캡쳐해 올리는 등 특정 집단에 저항하는 행동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해당 게시물에 또 다시 논란이 일자 정 부회장은 이를 삭제했다. 대신 그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을 올리며 "나의 멸공은 중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나는 남의 나라가 공산주의던 민주주의던 일말의 관심도 없는 사람. 나의 멸공은 오로지 우리 위에 사는 애들에 대한 멸공"이라고 적었다.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정 부회장은 9일 ‘넘버원 노빠꾸’라고 쓰인 케이크 사진을 올리며 다시 한번 자신의 멸공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사진 게시글을 통해 정 부회장은 "나의 멸공은 오로지 우리를 위협하는 위에 있는 애들을 향한 멸공"이라며 "걔네들을 비난 않고 왜 나에게 악평을 쏟아내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억울함을 나타냈다.

정치권의 반응은 양분됐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8일 신세계 계열 이마트를 찾아 멸치와 콩나물을 구입해, 정 부회장이 시작한 ‘멸공 챌린지’에 동참하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 발언에 대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라이벌 의식 때문에 과속하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정 부회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에 대한 이유로 ‘멸공 챌린지’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 인스타그램 갈무리
신세계 계열 스타벅스도 이슈화 됐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11일 오전 페이스북에 "커피는 동네 커피가 최고입니다!"며 한 카페 앞에서 커피를 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전했다. 그러면서 ‘작별’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반면 윤 후보의 고향 친구로 알려진 국민의힘 5선 중진인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같은 날 스타벅스 텀블러를 들고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정 부의장은 ‘텀블러맨(Tumblerman)’이라며 스타벅스 텀블러를 들고 있는 사진을 공개한 뒤, 한 누리꾼이 ‘모닝커피 하셨군요’라고 묻자 "네 ☆ 커피 마셨어요"라고 답했다.

놀이 문화처럼 퍼진 정치권과 달리 신세계 계열 내부에서는 정 부회장의 행동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한국노총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은 "멸공도 좋지만 본인이 해온 사업을 먼저 돌아보라"고 비판에 나섰다.

이마트 노조는 12일 발표한 성명에서 "그룹의 주력인 이마트가 온라인 쇼핑 증가와 각종 규제에도 직원들의 노력으로 타사 대비 선방하고 있는 어려운 환경에서 고객과 국민에게 분란을 일으키고 회사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정 부회장의 언행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은 자유이나 그 여파가 수만명의 신세계, 이마트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게도 미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또 "그간 사업가로서 걸어온 발자취를 한번 돌아봐야 한다"며 피케이(PK)마켓·삐에로쇼핑·부츠 등 이마트가 손을 댔다가 실패해 철수한 사업들을 언급했다.

정 부회장이 ‘멸공’을 외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을 탓하기 전에 사업가로서 시장에서 통할 만한 사업을 제대로 운영했는지 되물은 것이다.

노조는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해도 ‘오너 리스크’라는 말이 동시에 나오고 있음을 노조와 사원들은 걱정한다"고 했다.

결국, 정 부회장은 같은 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나로 인해 동료와 고객이 한 명이라도 발길을 돌린다면 어떤 것도 정당성을 잃는다. 저의 자유로 상처받은 분이 있다면 전적으로 저의 부족함이다"며 몸을 낮췄다.

익명을 요구한 신세계 관계자는 "부회장의 SNS 돌발행동은 대부분 사측과 전혀 논의가 되지 않은 상태로 올라간다"며 "매번 출근할 때 ‘인스타그램’을 확인하는 버릇까지 생길 정도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마트 노조뿐 아니라 신세계 그룹 전 사원이 정 부회장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많이 당혹스러워 했다"고 덧붙였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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