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5억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 탓에 건강보험 적용 요구가 끊이지 않았던 노바티스의 원샷 항암제 ‘킴리아주(성분명 티사젠렉류셀)’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문턱을 넘으며 급여 등재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가 협상’이라는 본격적인 싸움이 남아 환자들이 언제쯤 실질적인 혜택을 받게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바티스 원샷 항암제 ‘킴리아주(성분명 티사젠렉류셀)’ / 한국노바티스
노바티스 원샷 항암제 ‘킴리아주(성분명 티사젠렉류셀)’ / 한국노바티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2020년 8월 첨단재생바이오법 시행 이후 최초 허가를 받은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킴리아는 투약비용만 5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의약품이다.

킴리아는 환자의 세포를 미국 노바티스 공장으로 가져가서 한 달여 만에 맞춤형 세포치료제를 만들어서 들여온다. 환자의 면역세포를 재프로그래밍해서 암세포만을 공격하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이다. 제조 방식이나 효과, 용법 등 일반 항암제와 전혀 다른 ‘원샷 치료제’로, 골수이식 후 재발한 백혈병(25세 이하)이나 두 가지 이상의 약으로 전신 치료한 후 재발한 림프종 등에 쓰인다.

킴리아 치료가 필요한 백혈병·림프종 환자의 생존 기대 기간은 3~6개월이다. 그동안 일부 환자의 부모가 아파트를 팔아서 약값 5억원(입원비 포함)을 부담해왔다.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환자는 건보 적용을 기다리다 대부분 사망하기도 했다.

이에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백혈병환우회 등과 같은 단체들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제시한 ‘문재인케어’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며 정부를 향한 규탄 시위를 이어나갔다.

13일에는 폐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1차 치료제 급여 확대와 백혈병·림프종 CAR-T 치료제 ‘킴리아’의 건강보험급여 등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해 건강 보험 신속등재 제도 도입을 촉구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킴리아는 제약사가 급여를 신청한지 11개월이 됐다. 보통 환자의 여명기간이 짧기 때문에 급여를 기다리던 많은 환자들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며 "현 정부 출범 당시 아파서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가 없게 하겠다고 대통령이 약속했지만 바뀐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12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생명과 직결된 신약이 국민건강보험에 보다 신속히 등재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3일 새해 첫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열어 킴리아 급여 적정성 평가를 진행, 소아 백혈병과 성인 림프종 두 가지 적응증 모두에 대해 ‘급여 적정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약제의 임상적 유용성 측면에서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만한 근거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로써 킴리아 급여 등재 이슈는 심평원 차원의 검증 작업을 넘어, 공단과의 약가 협상이라는 본 게임에 접어들게 됐다.

다만 약평위는 보험적용 약값을 설정하는 데 있어 ‘환자단위 성과기반 위험분담’과 ‘총액제한’을 적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앞서 암질환심의위원회가 제안했던 재정분담안이다.

이를 구체화해 나가는 작업이 향후 약가 협상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심평원 관계자에 의하면 공단에서 이미 여러 세부안을 마련해 제약사와 꾸준한 협의를 진행해 온 터라 실제 건보 적용까지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킴리아의 건보 적용 가격은 3억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건보 적용 가격이 3억3700만원이기 때문이다. 약값 일부는 제약회사가 분담하게 된다. 또 연간 건보재정 부담 총액을 제한하고 이를 초과한 약값 또한 제약회사가 부담한다.

건보 적용 약값이 정해지면 환자가 5%를 내고 나머지는 건보가 낸다. 소득 분위에 따라 연간 환자 부담을 83만(1분위)~598만원(10분위)으로 제한하는 제도다. 따라서 환자의 최대 부담금은 598만원이다. 환자가 5%에 해당하는 약값을 먼저 내고 나중에 83만~598만원을 초과한 금액을 돌려받는다.

현재 킴리아 적용 대상은 백혈병이 50명, 림프종이 150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밖에 약평위는 한국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급여 확대 안건도 통과시켰다.

키트루다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PD-L1 발현 양성이면서 EGFR 또는 ALK 변이가 없는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단독요법) ▲EGFR 또는 ALK 변이가 없는 전이성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페메트렉시드·플라티눔 병용) ▲전이성 편평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파클리탁셀·카르보플라틴 병용) 등까지 확대하는 내용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자들이 그토록 바라던 킴리아 등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보험 적용이 마침내 끝을 달리는 분위기다"며 "만약 건보 적용이 완료된다면 앞으로 국내에 들어올 초고가 신약들에 대한 건보 평가 기준이 달라질 것이라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