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합리적 선택과 책임감의 딜레마

입력 2022.01.14 19:36 | 수정 2022.01.14 20:59

‘주식이라는 형태의 보상이야말로 사람들이 미래의 가치를 창조하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효과가 있다’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 피터 틸(Peter Thiel)은 자신의 저서 ‘제로 투 원(Zero to One)’에서 최고 경영자(CEO)에게 훌륭한 동기부여 수단은 현금보다 주식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새로 선임하는 경영진에게 거액의 스톡옵션을 부여하며 회사 경영을 맡긴다. 경영진은 회사의 가치를 크게 키워 그에 대한 보상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이것이 오히려 독(毒)이 된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달 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를 포함한 8명의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행사, 주식을 대량 매각하면서 900억원에 가까운 주식을 현금화했다. 시장은 크게 출렁거렸다. 주가 하락과 이에 따른 주주들의 항의, 노조의 반발이 뒤따랐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일면서 류영준 대표는 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자 자리도 사임해야 했다. 카카오는 재발 방지책을 내놓았다.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행사할 때, 신규 상장 계열사의 CEO는 2년간, 그 외 주요 임원은 1년간 주식 매도를 제한했다. 퇴임해도 같은 규정이 적용되고, 임원은 주식 매도 1개월 전에 회사에 사전 공유해야 한다.

류 대표와 임원진의 입장에서 볼 때, 부여받은 주식을 팔아 현금화하는 건 그리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 스톡옵션 행사시 납부해야 하는 거액의 소득세를 감안하면 미리 서두르는 것이 합리적 판단이었다. 마침 상장한지 한 달 뒤라 주가는 순항 중이었고, 코스피200에 편입되는 호재도 있었다. 시장 유동성을 감안하면 큰 충격은 없을 거라는 나름의 판단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일반 투자자가 아닌, 고위 경영진이었다는 존재감을 감안하면 합리적 판단은 이내 무색해진다. 그들은 내부 정보를 가장 잘 아는 위치에 있었다. 류 대표의 카카오 대표로의 영전까지 감안하면, 그들의 모럴 헤저드는 개인의 것이라 치부하기도 어렵다.

류영준 대표는 지난해 10월 상장을 앞둔 간담회에서 "전 국민의 생활 금융 플랫폼이 되겠다"고 선언하며, 국민과의 동반성장을 약속했다. 그 약속은 이제 국민의 편익과 당사자들의 사익을 맞바꾼 꼴이 됐다.

삼성그룹을 창업한 고(故) 호암 이병철 회장은 ‘어떤 사람이 사장이 되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다음의 일곱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첫째, 덕망을 갖춘 훌륭한 인격자 이어야 하고
둘째, 탁월한 지도력을 구비하고
셋째, 신망을 받는 인물이어야 하며
넷째, 창조성이 풍부해야 하고
다섯째, 분명한 판단력을 갖추고
섯째, 추진력이 있어야 하고
끝으로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들을 만한 내용이 없다는 건 그만큼 최고 경영자의 자리가 호락한 것이 아님을 방증하는 것일 터다. 이번 사태를 보며 호암이 설파한 최고 경영자의 자격 중 마지막 덕목이 주는 울림이 제법 크게 다가온다.

손희동 디지털파이낸스부 부장 sonn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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