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뉴스레터 개편 기념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재택근무 환경을 업그레이드 한다면 어떤 아이템을 원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응답자의 36.8%가 노트북을 원했다. 그 뒤를 이어 모니터(17.5%), 책상(14%)과 의자(10.5%)를 업그레이드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독자들의 답변처럼 실제로 노트북의 경우 코로나19가 시작된 2019년 이후 수요가 증가해 2020년 2분기에만 노트북을 포함한 PC 출하량이 전년대비 11% 증가한 7230만대(IDC 자료)를 기록했다. 가트너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근로자의 약 48%가 재택근무를 할 것이라며 더 많은 노트북 수요를 끌어낼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수요가 지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음은 굳이 힘주어 말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이번 설문에서 눈에 띄는 흥미로운 의견이 나왔다. ‘향후 설문조사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에 대해 한 독자가 ‘재택근무 찬성? 반대?’를 설문조사하고 싶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고 보니, 회사 구성원의 선택 여부와 상관없이 재택근무가 당연시되지 않았던가.

이 의견을 제시한 독자가 재택근무 찬성, 반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은 것은 사실은 "업무 효율성을 따져봤을 때 진짜 잘하는 사람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는 것이 골자다. 재택근무가 많아지고 있지만, 주변에 재택근무로 일을 잘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외국계 IT기업은 앞장서서 회사 건물의 빗장을 잠갔다. 전체 직원 중 15% 정도 내외에서 출근을 허용하는가 하면, 출근을 해야 할 경우도 목적 있는 사유서를 제출하고 결제를 받아야 한다. 재유행 확산을 우려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강화되면서 여전히 회사 건물의 빗장을 단단히 잠그고 기약 없는 재택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최근은 일부 외국계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재택근무 본사 지침이 있으나 한국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자율근무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도 한다.

국내 IT기업들의 상황은 어떨까. 국내 대표적인 IT기업 임직원들에게 상황을 살폈다. 외국계 IT기업처럼 출근이 자유롭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엄격한 상황에서는 출근을 하려면 마땅한 사유로 부서 내 총괄 임원의 승인을 받아야 할 정도다. 다시 말하면 촘촘한 재택근무 기준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재택, 원격근무 솔루션 기업인 알서포트의 김택중 CTO는 마이크로소프트웨어 401호에 쓴 글에서 주변인들에게 ‘재택근무 솔루션 회사는 어떻게 재택근무를 하는가'를 가장 많이 질문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칫 재택근무가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시국에 단숨에 시작할 수도 있는 근무방식으로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주변에는 아직도 주먹구구식 재택근무를 하는 곳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코로나19가 언제쯤 종식될지는 알 수 없다. 설령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해도 재택근무는 한때의 유행이 아닌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기업 관계자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입을 모은다.

2022년 새해다. 재택근무 환경을 되짚어 보고 기초부터 제대로 설계됐는지 점검하는 것도 상향된 매출 목표 등을 설정하는 일만큼이나 중요하지 않을까. 부득이하게 받아들인 재택근무 환경에서 일 잘하고 싶은 직원들이 되고 싶은 우리네 마음도 살펴보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윤정 뉴비즈부장 it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