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크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버워치’,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등으로 유명한 게임 개발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총 687억달러(약 81조8000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미국 테크 산업 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인 만큼 그 배경에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
18일(현지시각) MS에 따르면 MS는 액티비전 주식을 주당 95달러에 전액 현금으로 매입하기로 했다. 이는 인수 발표 전인 14일 종가(65.39달러)보다 약 45.3% 높은 가격이다. 또 정보통신(IT) 산업 역사상 최고액 인수합병이다. 종전 최고 기록은 2016년 델(Dell)의 데이터 스토리지 업체 EMC 인수다. 당시 인수가는 670억달러다. MS 역사상 최고가였던 2016년 링크트인 인수액(260억달러 이상)과 비교하면 400억달러 넘게 차이가 난다.

MS가 이처럼 많은 가격을 주고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는 이유는 우선 메타버스 사업 확장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게임은 MS가 구상하고 있는 메타버스 서비스의 두 축 중 하나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와 필 스펜서 MS 게이밍 사업 부문 CEO는 ‘마인크래프트’, ‘헤일로’ 등과 같은 게임의 게이머 커뮤니티가 메타버스 개념과 유사하다고 봤다.

나델라 CEO는 "게임은 모든 플랫폼에 걸쳐 엔터테인먼트 내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분야로 메타버스 플랫폼 발전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인수로 더욱 거대하고 헌신적인 게임 커뮤니티를 자체 메타버스로 만들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두 번째 이유는 빅테크 기업들과 경쟁을 염두에 두고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다. 액티비전의 주주들과 규제 당국 승인을 얻어 이번 인수가 최종 확정된다면 MS는 매출 기준으로 텐센트와 소니에 이어 세계 3위 게임 회사가 된다. 텐센트, 소니만이 아니라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같은 세계적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울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바비 코틱 액티비전 블리자드 CEO는 앞서 한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세 번째로는 모바일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서다. 현재 게임 산업에서 모바일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액티비전은 인기 모바일 게임 중 하나인 ‘캔디 크러쉬’를 개발한 모바일 게임 스튜디오 킹(King)을 소유하고 있다. 반면 MS는 모바일 게임에서 거의 존재감이 없다. 엑스박스 브랜드를 총괄하는 스펜서 MS 게이밍 사업 부문 CEO는 "세계 최고의 게임 기기는 휴대폰이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앱스토어 수수료를 우회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나델라 MS CEO는 게이머가 애플 앱스토어를 통하지 않고 바로 접속할 수 있을 만큼 그의 게임 제국이 충분히 커지길 원했다는 것이다. MS는 플레이 스토어와 앱스토어에서 게임에 부과하는 수수료를 두고 구글, 애플과 다툼을 이어왔다.

나델라 CEO는 앞서 투자자들과 대화에서 "우리는 게임 판매와 구독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보다 게임 배포를 통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들과 강한 글로벌 경쟁에 직면해 있다"며 "콘텐츠 제작에서 더 많은 혁신과 투자가 필요하고 배포에서의 제약은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이유는 3C(클라우드,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블룸버그는 나델라 CEO의 기업 전략은 이러한 3C를 중심으로 결합돼 왔다며, MS는 액티비전의 과거와 미래 콘텐츠를 자사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인 ‘엑스박스 게임 패스’(Xbox Game Pass)에 포함시키고자 한다고 분석했다. 또 이번 계약은 마인크래프트, 링크드인, 깃허브에 이어 MS에 대규모 창작자 커뮤니티를 제공할 수 있는 큰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임국정 기자 summe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