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정부 과학기술 정책을 다루고 예산도 심의하는 기구지만, 그동안 정부의 구체적인 리퀘스트(요청)가 부족했다"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포스텍 물리학과)은 25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부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와 민간 전문가 활용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현 정부와 각 부처가 R&D 국가 정책을 설계하면서 과학 관련 기술·지식을 보유한 전문가들에게 주도적인 역할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가 과학기술 자문회의는 민간 전문가들이 모인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국가 과학 관련 정책과 기술에 대해 자문한다.

25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염한웅 부의장 /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25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염한웅 부의장 /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염한웅 부의장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말고도 환경부 등 각 부처마다 관련된 심의기구나 전문가 풀이있지만 정작 이들은 ‘을’에 가깝다"며 "관련 부처의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전문가들의 목소리나 조언 등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3월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 앞서 나오고 있는 대선 후보들의 과학관련 공약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내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대선 이후 신설될 과학기술부총리제 등이 현재 과학기술부장관과 큰 차이점이 없는 단순한 ‘정무적 메세지’에 그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염 부의장은 "과학기술부총리제와 과기부 장관의 차이점이 어떤 것일지 묻고 싶다. 단순히 과학기술계를 잘대해주겠다라는 메세지로 해석될 수 있다"며 "과학기술부총리에 과학기술 R&D 예산권을 주는 것 자체는 큰 의미지만, 결국 다음 정부에서 예산 부분을 기획재정부와 어떻게 갈음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민간 위주 R&D 정책 지원보다 감염병 예방 등 공공·사회를 위한 R&D에 더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쓴소리도 남겼다. 반도체 등 미래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미 민간 기업에서 자금 투입하고 있는 만큼 정부에서는 민간의 관심이 적은 분야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염 부의장은 "정부에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기술에 투자한다고 하는데 이를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실제로는 도움이 안 되는 정책을 많이 하고 있다"며 "인공지능(AI) 기술 같은 경우도 네이버나 카카오 등 민간에서 적극 투자와 혁신에 나설 것이고, 정부는 국민 생명 연관 분야에 더 R&D 재원을 투자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