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가 1달 반쯤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난 정부에서 진행된 과학계 내부에서는 기초과학 연구개발(R&D) 육성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기초과학 연구개발 진흥에 투입되는 예산이 가파르게 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체감이 잘되지 않고 여전히 기초과학의 본질과는 다르게 트렌디한 연구를 지향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지원의 체감을 못 느낀다는 의견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초과학 연구개발 관련 예산이 과거 대비 2배쯤 늘었는데 현장에서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기초과학분야 연구개발(R&D) 과정 / 기초과학연구원(IBS) 홍보영상 갈무리
기초과학분야 연구개발(R&D) 과정 / 기초과학연구원(IBS) 홍보영상 갈무리
국내 과학계는 26일 3월 초 시행되는 20대 대통령 선거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최근 글로벌 환경은 포스트 코로나 대비, 과학기술 패권 경쟁 심화 등을 겪고 있다. 국내 과학계는 이에 대응해 국내 과학계의 질적·양적 성장을 이끌 공약과 청사진을 대선 후보에게 요구 중이다.

차기 정부와 대통령의 기초과학 R&D 육성 방향은 국내 과학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두는 분야 중 하나다. 그간 국내 과학계는 응용·기술 위주 연구로 인해 타 국가보다 성장이 더뎠던 기초과학 R&D 분야 육성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현재와 과거 정부에서도 이런 의견을 받아들여, 기초과학 R&D 분야에 투입하는 예산을 증액해왔다. 2022년 기초과학 R&D에 배정되는 예산은 2.5조원 쯤으로, 2017년 1.26조원보다 2배 가까이 증액됐다. 원리·이론 연구를 목적으로 두는 기초과학 특성상에 맞춰 장기간 지원과 연구자 중심의 R&D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함이다.

그러나 국내 과학계에서는 아직도 갈증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산 증액과 비례해 현장에서 느껴지는 효과가 크지 않고, 기초과학 R&D임에도 트렌드에 치중하는 연구 문화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심정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은 ‘대선캠프와의 과학정책 대화’에서 "기초과학 연구개발 지원비가 2017~8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는데 정작 현장에서는 기초 연구 지원과 관련해 변화된 것이 무엇이냐고 말한다"고 이야기했다.

정부의 기초연구 연구비 증액을 주도해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정부의 기초연구 연구비 증액을 주도해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이와 달리 기초과학 R&D 예산 규모가 2배쯤 늘었는데도 현장에서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기초과학 R&D 진흥이 장기간 꾸준히 이뤄졌던 데다 연구비의 절대적 총량이 증가했는데 영향이 없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포스텍 물리학과)은 "기초과학연구 확대는 과학기술자문회의 등에서 가장 꾸준히 추진해왔던 일이다"며 "기초 연구 예산이 2014년 7000억원쯤에서 2017년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1조2000억원까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 정부에서는 2조4000억까지 증액했는데, 2014년과 비교하면 7년 동안 상당한 양의 기초연구비가 늘어났는데 이를 현장에서 체감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덧붙였다.

기초과학 R&D의 트렌드 지향 문제도 예산의 현장 적용 문제보다는 인용 횟수 등 정량적인 성과에 집중하는 연구 평가 시스템이 원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과기정책의 결함보다 네이처 등 글로벌 과학 지면에서도 상대적으로 피인용수가 많은 논문과 연구결과를 주로 선택하다보니 생기는 불가피한 문제라는 것이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