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라이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제품 판매 후에도 고객의 만족도를 꾸준히 높이는 서비스 경쟁에 돌입했다. 모바일 연동으로 제품 간 연결성을 강화해 ‘맞춤형’ 제어 경험을 제공하거나 구형 가전 제품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마치 새 제품을 쓰는 듯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노력은 기존 고객이 타사 제품을 구입하지 않도록 하는 유도하는 이른바 ‘록인(lock-in) 효과’를 노린 전략이다.

왼쪽부터 노태문 사장(MX사업부장), 한종희 부회장(DX부문장), 이재승 사장(생활가전사업부장)이 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CES 2022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 삼성전자
왼쪽부터 노태문 사장(MX사업부장), 한종희 부회장(DX부문장), 이재승 사장(생활가전사업부장)이 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CES 2022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개별 기기를 모바일 하나로 연결하는 ‘플랫폼’ 구축에 힘쓴다. 삼성전자 TV와 갤럭시 스마트폰을 연동해 OTT 콘텐츠를 공유하고, 삼성전자 에어컨과 공기청정기가 유기적으로 작동해 실내 공기질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삼성전자는 2021년 12월 스마트폰 등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던 무선사업부의 명칭을 'MX(Mobile Experience) 사업부'로 바꿨다. 스마트폰부터 태블릿, PC, 웨어러블 등 다양한 제품은 물론 고객 서비스까지 편리하게 연결하는 하나의 갤럭시 생태계를 활용한 최적화 경험을 제공한다.

갤럭시 생태계는 갤럭시 제품과 소프트웨어를 유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고객은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스마트워치 등과 가전이 연결돼 끊김없이 사용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한종희 부회장은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기간 중 "올해는 가전 제품을 잘 연결하고 사용자 맞춤형으로 제어해 기능뿐 아니라 사용 경험까지 나에게 맞춰 디자인하는 단계로 진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전까지는 맞춤형 가전인 ‘비스포크’로 소비자를 삼성 생태계에 묶어두는 ‘록인’을 추구했다면, 이제는 홈허브에서 관련 기기를 통합 관리한다는 목표다. 단순 제조사를 넘어 소프트웨어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확고히 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의중이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부사장)이 25일 ‘UP가전(업 가전)’을 소개하고 있다. / LG전자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부사장)이 25일 ‘UP가전(업 가전)’을 소개하고 있다. / LG전자
LG전자는 최근 ‘UP(업) 가전’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제품 구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서비스를 지속 제공해 가전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UP 가전은 이용자 요구와 불편함을 파악해 맞춤형 업그레이드를 지속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LG전자는 2022년 세탁기·건조기·워시타워·얼음정수기냉장고 등 20종에 달하는 제품군에서 UP 가전 신제품을 선보이며 라인업을 늘릴 계획이다.

고객은 스마트홈 플랫폼 LG 씽큐 앱의 ‘UP 가전 센터’에서 손쉽게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수 있다. LG 퓨리케어 에어로타워의 경우 최근 바람을 더 멀리 보내주는 '다이렉트 청정모드'가 새롭게 탑재됐다. 기존 에어로타워 사용자는 UP 가전 센터에서 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트롬 세탁기·건조기 오브제컬렉션 사용자는 반려동물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제거하는 ‘펫케어 기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별도 부품을 장착하면 하드웨어도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LG전자도 지난해 무선청소기 신제품에 처음 적용된 전용 액세서리 ‘올인원타워’를 기존 고객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별도 판매 중이다. 올인원타워는 설계 초기 단계에서부터 기존 모델을 사용하는 고객들을 감안해 개발됐다. 올인원타워는 청소기 충전과 액세서리 보관은 물론 먼지통 비움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신개념 거치대다.

류재철 LG전자 H&A 사업본부장(부사장)은 25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휴대폰, 컴퓨터, 전기차처럼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경험을 제공하려는 고민에서 UP 가전이 시작됐다"며 "사는 순간 구형이 되는 가전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