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경의 커피톡] ㊶ 커피를 만들 때 필수적으로 원두를 분쇄해야 한다

  • 신혜경 칼럼니스트
    입력 2022.01.28 06:00

    커피를 만들 때 필수적으로 원두를 분쇄해야 한다. 원두를 잘게 부수어야만 물이 커피를 통과할 때 성분을 잘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일 시간 물과 접촉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론적으로는 분쇄입자가 가늘면 물과 접촉하는 표면적이 넓어져 커피성분이 더 많이 나오게 되고, 반대로 분쇄입자가 굵으면 물과 접촉하는 표면적이 작아져 커피성분이 덜 나오게 된다. 결국 물과 접촉하는 커피가루의 표면적의 넓이 차이에서 뽑아져 나오는 커피 성분과 양이 차이 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뽑아져 나온 커피 성분과 양은 최종적인 커피 음료의 맛과 직결된다.

    커피 매장에서 커피머신을 사용하여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때에는 커피 상태를 점검하고 매번 추출할 때마다 포타필터 바스켓(커피머신으로 커피를 추출할 때 분쇄된 커피가루를 담는 도구)에 담기는 분쇄된 가루 양을 저울로 재면서 체크하고 추출시간과 추출액량을 점검해야 한다.

    커피의 상태는 로스팅 정도(roasting point)와 로스팅 된 시기, 사용하는 날의 온도와 습도에 의해 받는 영향 등으로 말할 수 있는데, 그 상태에 따라 커피 조직의 상태와 원두 속에 들어있는 이산화탄소의 배출 정도가 달라진다. 커피 상태는 에스프레소 추출을 위하여 분쇄기로 분쇄할 때 절삭되어 밀려나오는 커피가루의 상태를 육안으로 보며 점검할 수 있다. 평소 분쇄된 커피가루의 상태가 파우더(powder)와 뭉쳐진 덩어리가 함께 섞어져 있는데, 그와 달리 파우더(powder)만 있어 가루가 흩날리거나 몽글몽글 뭉쳐진 덩어리만 보인다면 분쇄도를 조절해야 한다.

    분쇄입자 크기가 사용하는 커피의 적정 굵기보다 굵으면 분쇄된 커피 낱알이 하나하나 흩날리게 되고 커피머신에서의 고압(8~10bar)의 물에 맞서는 저항력이 낮아져 추출이 빨라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과소추출되어 크레마색은 밝아지고 신맛이 도드라지게 된다. 반면 분쇄입자 상태가 적정굵기보다 가늘면 커피가루가 뭉치듯 덩어리지게 되어 고압의 추출압력을 가진 물에 맞서는 저항력이 높아져 추출이 느려지게 되어 성분이 과다추출됨으로써 크레마색이 검어지고 쓴맛이 도드라지게 된다.

    분쇄되는 커피가루의 상태를 살펴본 후에는 추출되는 상태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원하는 추출액량으로 추출되었는지와 그 액량까지 추출되는 시간을 점검하는 것이다. 머신의 추출버튼을 누른 후 기준잡은 추출액량까지 추출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추출액량은 사용하는 원두에서 발현되어야 하는 기대 향미에 따라서 기준을 잡게 되는데 원두의 상태(종류, 로스팅 정도 등)에 따라 달리 기준잡을 수 있다. 추출시간과 액량 기준이 항상 20~30초이내에 1shot/ 1oz(약 30ml)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만일, 원하는 추출액량으로 추출되는 시간이 평소보다 오래 걸린다면 분쇄입자를 굵게 조정하거나 포타필터 바스켓에 담는 커피양을 줄여 추출시간을 줄여줘야 한다.

    반대로 추출시간이 짧아졌다면 분쇄입자를 가늘게 조절하거나 담는 커피양을 늘려 추출시간을 조절하여 주어야 한다. 커피매장에서는 에스프레소 맛이 원하는 대로 구현되고 있는지를 수시로 체크해야 하는데, 이런 체크는 물론, 커피머신이 정상적으로 작동된다는 가정하에서이다. 만약 커피머신에 이상이 생기면 제대로된 추출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상작동하는 머신에서는 에스프레소 추출을 8~10bar의 압력에서 이루어지는데 만일 커피머신의 추출압력이 8~10bar 이상을 넘어서면, 정상적인 경우보다 추출시간이 짧아진다. 이때 분쇄도가 굵은 상태였다면 과소추출되어 신맛과 함께 가벼운 맛을 내게 되고 분쇄도가 가는 상태였다면 과소추출되는 경우의 맛뿐 아니라 쓴맛과 거친 여운까지 모두 끄집어 내게 된다.

    반대로 머신의 추출압력이 8bar 이하로 낮아져 있으면, 추출시간은 정상적인 경우보다 길어지게 된다. 이때 분쇄도가 가는 상태라면 더 오랜시간 추출되므로 과다추출되어 쓴맛과 매우 거친 맛이 도드라지게 되고 반면 분쇄도가 굵은 상태였다면 과다추출의 맛은 나지만 분쇄도가 가는 경우보다는 살짝 부드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게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머신으로 추출한 에스프레소가 맛이 있을 리 없다. 그러므로 커피머신의 작동여부는 늘 관리해야 한다.

    커피의 분쇄입자 정도는 로스팅 한 정도(roasting point)와 로스팅한 시기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밝게 로스팅된 원두는 커피조직의 밀도가 높아 원활한 추출을 위해 일반적으로 분쇄입자를 평소보다 더 가늘게 조절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분쇄입자를 너무 가늘게 만들면 커피입자가 뻘 상태가 되어 물이 커피층을 통과하기 어려워 물이 커피층 가장자리 사이에 구멍(water channel)을 새롭게 만들어 지나가려고 한다. 이렇게 추출되면 추출시간은 짧아지게 되고 신맛이 도드라지게 된다.

    따라서 밝게 로스팅 된 원두는 오히려 분쇄입자를 평소만큼 가늘지 않게 조절해야 하고 담는 커피양도 늘려 주어야 한다. 추출할 때는, 커피층에 물을 살짝 적셔주는 1차 추출을 하고 불려주는 시간을 준 후 2차로 제대로된 커피맛을 끄집어 내야 한다. 또 밝은 원두는 분쇄될 때 파우더(powder) 상태로 흩날리기 쉬우므로 포타필터 바스켓을 벗어나 낭비되는 양도 늘어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반대로, 강하게 로스팅된 원두는 커피조직의 밀도가 낮아 어떤 입자크기로 분쇄하더라도 커피성분을 충분히 뽑아낼 수 있다. 만일 로스팅된지 오래된 강볶음 원두라면 원두 표면에 오일 성분이 스며나와 원두 알갱이가 번들거리게 보일 것이다. 이런 원두를 계속 분쇄하게 되면 뭉치듯 덩어리져 분쇄되기가 쉽고 또 분쇄기 날에 오일이 묻어나기 때문에 오일의 산패된 기름쩐내가 스며들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계속 강볶음 원두를 사용할 때에는 분쇄기를 자주 청소해야 한다. 반면에 갓 볶은 강볶음 원두를 사용할 때에는 원두 속에 아직 많이 남아있는 이산화탄소를 생각해야 한다. 갓 볶은 원두로 에스프레소를 만들면 용액 속의 크레마는 가스를 내포한 두꺼운 층을 만들게 되고 맛을 보면 텁텁하고 혀가 아릴 정도로 아주 거친 맛을 낸다. 이러한 커피 역시 한 잔을 다 마시기 힘들어진다.

    커피 분쇄입자의 크기는 어떤 도구로 어떻게 추출하는지에 따라서도 달리해야 한다. 가정이나 직장에서 커피를 추출할 때 사용하는 홈카페 도구는 그 종류가 아주 많다. 대표적으로는 에스프레소 추출용으로 사용하는 자동머신이나 드롱기 반자동 머신을 들 수 있다, 또한 불에 직접 가열하여 커피원액을 뽑아내는 휴대용 모카포트, 물에 커피를 침지시켜 일정시간동안 은근하게 우려내는 프렌치프레스, 찬물로 한 방울씩 장시간 추출해 내는 가정용 콜드브루어(더치커피용), 손기술을 이용하는 핸드드립용 도구, 상부 플라스크 관을 하부플라스크에 꽂아 물을 끓여 수증기의 압력으로 관을 통해 물을 상부플라스크로 끌어올려 커피를 우려내는 사이펀 등도 있다.

    이러한 홈카페 도구를 이용할 때에는 사용하는 커피의 상태에 따라 원하는 향미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그에 맞는 추출 방법(침지나 투과방식)과 도구를 잘 선정해야 한다. 이때, 적합한 커피입자로 분쇄를 잘 해야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다. 물론 사용하는 물도 온도와 양, 물과 접촉하는 시간 등 잘 따져야 한다. 원두의 상태와 사용하는 추출도구 및 추출 방법에 따라 커피분쇄입자를 달리해야 하는 이유는 추출도구마다 발현되는 압력이 분쇄된 커피에 가해지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에스프레소 커피머신으로 추출할 때는 8~10bar의 고압력이 사용되기 때문에 이러한 고압력을 버티면서 커피입자에서 성분을 충분히 뽑아낼 수 있도록 가급적 분쇄입자를 가늘게 만들어야 한다.

    반면 사이펀을 이용할 때는 하부플라스크에서 물이 끓으며 생기는 수증기에 의해 생기는 압력이 대략 3bar 정도에 지나지 않으므로 사이펀을 이용하여 추출할 때에는 이러한 압력을 감안하여 분쇄입자를 다소 굵게(약 0.5~1mm) 만들어야 한다. 핸드드립으로 추출할 때는 아무런 압력도 발생하지 않으므로 그에 맞춰 분쇄입자를 조절하여야 한다.

    사용 도구에 따른 알맞은 분쇄입자는 다음과 같다.

    만약, 분쇄입자가 일정하게 절삭되지 않거나 미분(微紛)이 많이 섞어져 나오면, 분쇄 칼날이 마모되었거나 청소가 미비한 경우이다. 이런 커피가루로 추출하면, 물과 만나는 분쇄가루 면적이 달라지게 되어 결과적으로 수용성 성분들이 물에 녹아나오는 속도와 성분 함량이 차이나 원하는 향미를 만들기 힘들게 된다. 따라서 원두를 분쇄할 때에는 분쇄기의 날의 상태를 살피고 잘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일반적으로 분쇄기는 분쇄과정에서 열을 발생시키는데 정전기로 인해 원하는 절삭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가정에서는 많은 양을 한꺼번에 분쇄하진 않으므로 열 발생의 걱정보다는 칼날 사이에 남아있을 수 있는 오일과 미분 관리를 위하여 청소를 깨끗이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통상 커피 전문점이나 인터넷으로 원두를 구매할 때 어떤 도구로 어떻게 추출할 것인지를 물어본다. 그 이유는 추출도구에 따라 적절한 분쇄도를 달리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분쇄를 미리 해 두면 사용할 때 편리하기는 하나 커피향미가 빨리 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커피를 추출하는 시점인 그때마다 소량을 분쇄하여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편리함이 더 우선 되어야 한다면 커피를 모두 분쇄해서 보관을 잘 해야 한다. 사용할 때마다 공기가 함께 들어가지 않도록 마감처리를 잘하고 좀더 낮은 온도에 보관하여 커피향미의 변화가 급속도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맛있는 한 잔의 커피를 즐기기 위하여 커피 분쇄 정도와 보관 방법을 잘 알고서 홈카페를 제대로 즐겨보도록 하자.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혜경 칼럼니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고, 한림성심대학 바리스타음료전공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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