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저평가돼 있던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다만 주주가치 훼손을 우려하고 있는 소액주주들과 포스코로부터 무시를 걱정하고 있는 지역사회의 반발은 숙제로 남았다.

포스코그룹은 28일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체제 전환 안건을 처리했다. 의결권이 있는 주식수 기준 75.6%의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했다. 출석주주 89.2%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주총안 승인을 위해서는 전체 주식의 3분의 1 이상,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포스코그룹은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와 철강사업회사 포스코로 분할됐다.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는 그룹의 미래 신사업 발굴과 사업·투자 관리를 전담하게 된다. 또 그룹의 성장 전략을 수립하고 미래 사업을 발굴해 인수·합병 등 신사업을 추진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개발자 역할도 맡게 된다.

포스코센터 / 조성우 기자
포스코센터 / 조성우 기자
사업회사인 포스코는 철강 사업을 전담한다. 또 주친환경 생산 체제 기반 구축, 프리미엄 제품 판매 강화, 해외 투자 확대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포스코그룹은 지주사 전환 이후 2차전지 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식량 등 7대 핵심 사업을 중점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기업 가치를 현재의 3배 이상으로 높인다는 목표다.

포스코그룹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철강회사 이미지를 벗고 더욱 높은 기업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임시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성장사업 분야에서의 진척과
작년도 사상최고의 영업이익에도 불구하고 포스코의 시가총액은 지난 2007년 최고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저평가돼 있다"며 "아직도 저성장 철강 주식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어서 새로운 성장사업의 잠재력이 거의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의 경영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철강과 신사업 간의 균형성장을 가속화하고 사업정체성 또한 친환경 소재 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성장주로서의 노력이 기업가치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청사진에 동의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이 주주가치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물적분할은 모회사의 특정사업부를 신설회사로 만들고 지분을 100% 소유해 지배권을 행사하는 기업 분할 형태다. 신설회사를 100% 자회사로 만드는 만큼 모기업 주주에게는 신설회사 주식이 주어지지 않는다.

지주사전환 반대를 외치는 이강덕 포항시장(가운데)와 포항시민들 / 조성우 기자
지주사전환 반대를 외치는 이강덕 포항시장(가운데)와 포항시민들 / 조성우 기자
만약 사업회사가 상장할 경우 지주회사의 가치는 떨어지게 돼 주주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포스코그룹이 사업회사의 상장은 없다고 못박았지만 소액주주들은 오너가 없는 회사인만큼 최고경영자가 바뀌면 이 같은 약속도 뒤집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해 반대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지주사 전환 안건이 처리가 되는 과정에서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김우진 포스코 소액주주연합 운영자는 "발언권을 신청했지만 주지도 않았다"며 "어떠한 설명도 없이 안건을 처리한 이후 주주총회를 끝내버렸다"고 밝혔다.

소액주주들은 정기주주총회까지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 ▲무상증자 ▲30% 배당의 일부 자사주 매입 소각 등의 이행을 포스코그룹에 요구했다. 요구를 이행한다면 즉각 활동을 중단한다고 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3% 이상의 주식수를 모아 정식으로 주주제안을 하는 것까지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지역사회 역시 지주사 전환에 반발하고 있다. 현재 포스코의 본사는 포항이며 지주사 전환 이후에도 철강사업을 담당하는 포스코의 본사는 포항이다. 하지만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의 본사는 서울이여서 그간 포항이 소외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포항지역민 300여명은 임시주주총회 당일 이른아침부터 포스코센터 앞에 집결해 지주사 분할 반대를 외쳤다. 이강철 포항시장을 비롯한 포항시의원 다수도 집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포항시민의 희생으로 성장한 포스코가 포항시민을 무시하고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며 "포항에 포스코홀딩스와 미래기술연구원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스코그룹은 소액주주, 지역사회의 우려가 기우라는 입장이다. 포스코그룹은 지주사로 전환되도 철강회사 포스코의 본사는 포항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지주사 전환을 통해 그룹의 다양한 사업을 발전시켜 기업가치를 제고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