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분야에서 사람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는 인공지능(AI)이 이제 요리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인공지능(AI) 관련 이미지. /픽사베이
인공지능(AI) 관련 이미지. /픽사베이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총 18개의 미슐랭 스타를 받은 전문 프랑스 요리사 니콜라 마리에는 AI 로봇 형태의 새로운 부주방장을 고용했다. 마리에는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1895년부터 향료 사업을 시작한 피르메니히에서 일한다. 피르메니히는 고기 대체품을 찾는 대중의 욕구가 늘어남에 따라 식물성 고기 대체품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이러한 음식들의 풍미를 더 완벽하게 하기 위해 AI 로봇 샘(Sam)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샘은 풍미 전문가 팀과 함께 고객을 위해 다양한 풍미를 혼합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샘은 60년 이상 수집된 재료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훈련을 받았다. 기계학습을 통해 다양한 풍미의 조합을 비교하고 자신만의 정의를 학습했다.

피르메니히의 디지털 부문을 운영하는 에릭 사라치는 "풍미는 향보다 복잡하다"고 말한다. 샘은 미각과 식물성 식품 사이의 일치점을 찾기 전에 딸기가 무엇인지 또는 구운 쇠고기가 어떻게 혀에 닿는지를 이해해야 했다.

AI 로봇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인지 편향이 없다는 것이다. 인지 평향은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상황에 대해 비논리적 추론을 함으로써 잘못된 판단에 이르는 현상을 말한다. 인지 편향이 없는 샘은 피르메니히가 풍미 전문가들의 무의식적 성향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 샘은 풍미를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는지, 얼마나 많은 재료들이 포함돼야 하는지 빠르게 알려준다.

다만 샘은 아직은 기존 요리사를 대체할 수는 없다. 맛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정도다. 샘은 ‘5000개의 건반을 가진 피아노’로 불릴 정도로 많은 재료에 대한 정보를 갖추고 있다. 여전히 샘을 다루는 것은 피르메니히의 인간 풍미 전문가 팀이다. 최정상의 풍미 전문가들은 세계에 30여명 정도가 있으며, 이 중 6명이 피르메니히에서 일하고 있다. 이처럼 풍미를 만드는 사람들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로봇이 당장 그들을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평가다.

임국정 기자 summe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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