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법사위가 구글인앱결제강제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앞서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관행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된 데 따른 나비효과로 보인다. 다만 미국판 법안은 한국에 비해 한층 강력한 규제안을 담고있다. 국내에서 인앱결제강제금지법이 통과된 이후에도 구글이 법 취지를 무력화하는 대응책을 내놓는 가운데, 미국 상원서 논의되는 해당 법안이 낳을 파괴력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3일(현지시간)미국 상원 법사위원회를 통과한 ‘오픈앱마켓법' / CONGRESS.GOV 갈무리
지난3일(현지시간)미국 상원 법사위원회를 통과한 ‘오픈앱마켓법' / CONGRESS.GOV 갈무리
‘미국판 구글인앱결제강제금지법' 오픈 마켓법 통과…한국과 차이는?

3일(현지시각) 미국 상원 법제사법위원회는 ‘오픈 앱마켓법(Open App Markets Act)’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한국 ‘구글인앱결제 강제금지법'처럼 애플이나 구글이 자사의 결제시스템을 사용토록 인앱 결제를 의무화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내용을 담았다. 한국과 비교해 보다 강력한 규제안이다. ‘미국판' 구글인앱결제강제금지법인 셈이다.

앞서 우리나라 국회는 지난해 9월 세계 최초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구글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인앱결제강제금지법은 앱마켓 사업자가 모바일콘텐츠 등의 거래를 중개할 때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모바일콘텐츠 등 제공사업자에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는 구글이 콘텐츠 제공사업자들에 일괄적으로 ‘인앱 결제 시스템' 사용을 강제하면서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였다.

그러나 구글이 내놓은 후속조치는 법안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구글은 사실상 법을 우회하고 인앱결제 정책을 유지하다시피하는 정책을 내놨다. 지난해 11월 구글은 ‘특정한 결제방식'만을 강제해선 안 된다는 법안대로 구글인앱결제 외 제3자 결제를 허용했다. 개발사가 자체구축한 3자 결제방식도 이용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제공한 것이다. 다만 제3자결제에 인앱결제(10~30%)에 맞먹는 6~26%의 수수료율을 매겼다. 업계에서 요구해온 아웃링크 외부결제 방식은 여전히 허용하지 않았다.

애플 꼼수도 차단

미국의 법안은 이런 허점을 차단했다. 애플과 구글처럼 운영 체제를 통제하는 앱스토어 운영자에 사용자가 다른 앱스토어에서도 어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방법을 허용토록 했다. 예를들어 안드로이드 iOS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자율적인 선택에 따라 ‘플레이스토어'를 삭제하고, ‘앱스토어' 같은 타사 앱마켓을 충분히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수수료 갑질'이라는 시각에서 규제하려고 한 데 비해 미국에서는 구글의 결제갑질을 ‘시장 경쟁 제한'과 ‘소비자 선택권 침해'의 문제로 접근한 것이다. 특히 미국 정부는 우리나라 공정위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경쟁당국 FTC가 관할하도록 했다. 이에 법의 초당적 통과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나인투파이브맥 등 외신은 "앱스토어가 모바일 앱 시장 접근을 위한 관문이 된 상황에서, 이 중요한 관문을 소수 빅테크 기업이 독과점하게 둬서는 안된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오픈마켓법'은 애플의 꼼수도 차단했다. 애플은 네덜란드에서 외부결제에 27%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구글과 비슷하게 외부결제는 허용하되 수수료율을 현재와 비슷하게 유지해 외부결제 이용이 무의미하도록 만드는 전략이다. 앞서 네덜란드 경쟁당국은 데이팅앱에 대해서 외부결제를 허용하도록 애플에 시정명령을 내린데 따른 대응책이다.

해당 법이 의회를 통과하면 iOS 생태계에 상당한 지각변동을 낳을 수 있단 평가다. 법에 따르면 어떤 스마트폰을 구매하든 다양한 앱마켓들을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지기 때문이다. 소비자 선택에 따라 iOS 기반 스마트폰 구매자는 ‘플레이스토어'를 지우고 다른 더 편리하거나 저렴한 앱마켓을 이용할 수 있다. 논리상으로는 앱마켓간 경쟁이 촉발되고, 앱 수수료 경쟁력이 있는 앱마켓만이 살아남게 될 수 있다.

외신은 "지난 8월 처음 제안된 새로운 법이 통과되면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며 "한국과 네덜란드의 인앱결제강제금지법안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앱공정성연합은 "초당적 오픈앱마켓법안은 미국과 전 세계 개발자들의 경쟁을 억제하는 관행에 대해 거대 기술 회사에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라며 "이 중요한 문제에 대한 용기 있고 비전 있는 리더십에 의회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특정 결제방식강제금지는 해결책 아냐"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시장경쟁 관점에서 결제갑질 문제를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경쟁법 전문가는 "특정결제방식 강제금지에만 초점을 맞추는 법안으로는 글로벌 빅테크가 높은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상황 자체를 개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의 섣부른 접근을 견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방통위가 구글 견제를 위해 향후 무리한 시정명령 등을 내렸다가 행정소송에서 진다면 문제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복수의 경쟁법 전문가는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 방통위가 같은 법(50조1항)을 근거로 제재한 행위는 공정거래법으로 다시 제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2017년 이후 방통위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제재한 유일한 글로벌 기업은 페이스북인데, 방통위는 행정소송 1·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섣부른 접근으로 패소가 되면 ‘구글 견제' 자체가 현실적으로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