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메신저리보핵산(mRNA)’ 분야에 투자하는 제약사들이 날이 갈수록 늘고 있는 가운데 관련 기술의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기술 발전과 비용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아직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mRNA는 기존 세포치료제보다 유연성을 갖고있어 코로나19 변이주인 ‘오미크론’과 같은 갑작스러운 병원체 변이에 신속 대응이 가능하지만, 까다로운 저장기술과 높은 보관 안전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인류를 구원할 기술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술적 과제들이 산재해 있다.

 mRNA 산업은 생명과학 역사상 이례적인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해결해야할 문제점 역시 산재돼 있다. / 픽사베이
mRNA 산업은 생명과학 역사상 이례적인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해결해야할 문제점 역시 산재돼 있다. / 픽사베이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설민·김현수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프로스트앤설리번의 자료 등을 토대로 '글로벌 RNA 치료제 개발 현황 및 산업 동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 내용에 의하면 2019년까지 mRNA 백신 임상시험은 대부분 암에 중점을 뒀으나 2020년부터 감염성 질환의 점유율이 급격히 높아졌고, 이후 코로나19 백신 개발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mRNA 백신 관련 특허는 최근 5년 동안 급증했으며, mRNA 전달 효율을 개선할 수 있는 지질나노입자 조성물 관련 특허의 수도 증가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2개의 mRNA 백신이 상용화되기도 했다.

글로벌 RNA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1년 49억3800만달러(6조원)로 17.6%의 성장률을 보였다. 2030년까지는 251억2200만달러(30조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RNA 치료제는 기존 DNA 치료제와 비교해 안전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DNA 기반 치료제는 세포의 세포질과 핵막을 관통해야 하지만, RNA 치료제는 세포질에 들어가기만 하면 세포 내 단백질의 활성을 조절할 수 있다. 이에 RNA 치료제는 일반적으로 저분자로 약물을 투여할 수 없는 표적 분자에 작용할 수 있다.

RNA 치료제는 유연성도 갖고 있다. 개인맞춤형 치료제와 같이 진화하는 표적에 적응하거나 코로나19와 같은 병원체 변이를 다루기 위해 신속하게 수정할 수 있다. 동시에 RNA 치료제는 단백질 치료제(단일클론항체 등) 및 저분자화합물에 비해 빠르게 개발할 수 있고 개발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실제로 지난해 빅파마가 가장 적극적으로 사들인 기술은 RNA였다. 화이자를 비롯해 모더나, 큐어백, 바이오엔테크 등이 mRNA 백신 기술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붙고있다.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 mRNA 백신이, 코로나19 사태로 1년 만에 출시된데다 백신 효능면에서도 우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화이자는 지난달 RNA 관련 기업 3곳과 계약을 맺으며 mRNA 백신 기술을 강화하고 있다. 아퀴타스의 지질나노입자(LNP) 기술과 코덱스DNA의 효소 디옥시리보핵산(DNA) 합성 기술, 빔 테라퓨틱스의 유전자편집 기술을 사들였다. 이를 활용해 독감과 대상포진, 감염 질환 백신을 시작으로 희귀병 및 항암 백신 등에 집중할 예정이다.

차기 기술로는 RNA간섭(RNAi) 기술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RNAi는 siRNA(간섭이 적은 RNA) 또는 miRNA(마이크로 RNA)와 같은 비암호 RNA에 의해 매개되는 단백질의 발현 조절 프로세스다.

2021년말 노보 노디스크의 다이서나 인수합병, GSK의 애로우헤드 후보물질 도입의 중심에 RNAi 기술이 있었다. RNAi 치료제는 앨나일람의 ‘온파트로’가 2018년 처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후 매년 한 품목씩 출시되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이벨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RNAi 관련 시장 규모는 작년 약 7억달러에서 2026년 76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작년 12월 허가받은 노바티스의 ‘렉비오(성분명 인클리시란)’ 성장에도 기인한다. 기존 RNAi 치료제가 주로 희귀병을 대상으로 했다면, 렉비오는 시장이 큰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임상 3상에서 저밀도 지질단백질 콜레스테롤(LDL-C) 수치가 위약 대비 평균 50% 이상 감소했고, 부작용도 심하지 않았다.

RNAi는 외부 병원체의 침입을 막는 자연적인 메커니즘이다. siRNA는 특정 타깃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지만, miRNA는 다양한 타깃 유전자에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RNA 치료제 시장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NA의 불안정성과 표적기관 전달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이는 상온 저장·운반 기술 및 지질 나노입자 제형 개발 등의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다. RNA는 불안정하고 핵산분해효소에 의해 분해되기 쉽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저장·운송 및 배포에 저온 등 까다로운 극저온의 조건이 필요하다. 이에 RNA를 보호하고 표적 기관에 RNA를 전달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해야만 RNA 치료제 개발을 촉진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최근 상온에서 mRNA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기술이 개발 중이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mRNA 백신은 대규모 초저온 콜드 체인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상온 저장 및 운반 기술 및 지질나노입자 제형의 개발이 가능해지면 여러 국가로의 적용 및 비용 절감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RNA는 자연적으로 깨지기 쉽고 영하의 온도에서도 활성산소, 잔류 핵산분해효소, 금속 이온 및 복합체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분해될 수 있다. 따라서 mRNA의 대량 저장 및 운송, 안정화에 관심을 쏟아야만 대량 적용 및 비용 절감이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서는 일반적인 냉장고 온도에서 안정된 액체 또는 동결건조분말제형과 같이 상온에서도 향상된 안정성을 가지는 차세대 제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상온에서도 mRNA의 안정성이 확보되면 보다 신속하고 저렴한 공급이 가능해진다.

자금 확보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RNA 치료제는 가장 유망한 바이오 기술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바이오의약품에 비해 투자가 적으며 중소기업 및 학술연구기관의 주도로 성장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RNA 치료제에 많은 투자가 이뤄졌으나, 많은 대기업은 임상 및 상업적 성공의 부족으로 인해 수많은 RNA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와 파트너십을 종료했다. 첫 번째 RNAi 치료제의 규제 승인으로 RNA 치료제에 대한 관심은 일부 회복됐지만, 여전히 항체 및 저분자화합물과 같은 다른 바이오의약품에 비하면 투자가 부족한 상태다.

이 같은 초기 비용 확보 및 유통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최근 2가지 mRNA 백신(화이자·모더나)이 안정성과 유효성 등 생산 측면에서 훌륭한 결과를 입증했기 때문에 향후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백신으로 인해 mRNA 기술이 급부상했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은 분야이기도 하다"며 "국내에서도 mRNA 컨소시엄이 구축돼 주요 제약사들이 적극 기술 개발에 투입되고 있지만 코로나에만 치중돼 있어 글로벌 산업 대응에 다소 뒤처질 전망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