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2월 LG유플러스가 요청해 추진한 5G 주파수 추가 할당 경매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업계 반발에 부딪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SK텔레콤은 정부가 LG유플러스에 유리한 주파수를 경매에 부치는 만큼, 추가로 동등한 대역폭의 주파수를 경쟁사에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KT는 SK텔레콤이 추가로 요청한 대역과 관련해 내부 논의를 거쳐 과기정통부에 입장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주파수 할당 방식과 경매 시기 등 로드맵을 논의하기 위해 이통3사 CEO와 만나 중재에 나섰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시간만 끌게 됐다.

왼쪽부터 구현모 KT 대표와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가 간담회 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과기정통부 기자단
왼쪽부터 구현모 KT 대표와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가 간담회 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과기정통부 기자단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17일 오전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이통3사 최고경영자(CEO)를 초청해 간담회를 주재했다. 간담회에는 임 장관과 함께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등이 참여했다.

LG유플러스는 2021년 7월 3.4㎓~3.42기가헤르츠(㎓) 대역 20메가헤르츠(㎒) 폭의 5G 주파수를 할당해달라고 과기정통부에 요청했다. 경쟁사는 100㎒ 폭의 3.5㎓ 대역을 5G 주력망으로 사용하지만, 자신들은 80㎒를 사용하는 만큼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는 LG유플러스에 유리한 주파수 경매에 반발했다. 신규 할당 후보인 주파수 대역은 LG유플러스의 5G 대역과 붙어있는 만큼, 해당 대역을 LG유플러스에 할당할 경우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과기정통부는 연구반 논의 끝에 이통3사가 모두 경매에 참여하는 형태의 할당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 역시 반대 의견이 크다. 차라리 이통3사가 모두 20㎒씩 가져갈 수 있는 새로운 경매 계획을 내놓는 것이 공평하다는 입장이다.

임혜숙 장관은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5G 주파수와 관련한 이견 좁히기에 나섰다. 이통3사 CEO를 한자리에서 만나 입장을 좁히겠다는 의지에서다. 하지만 임 장관이 주재한 17일 간담회에서는 서로 간 입장차만 재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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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는 17일 열린 간담회에서 통신 3사 CEO와 만났지만, 주파수 할당 계획과 관련한 별다른 대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LG유플러스 요청 대역의 할당을 먼저 진행할지, 아니면 SK텔레콤 요청 대역과 같이 경매를 진행할지 더 논의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재확인했다.

최우혁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올해 3.4㎓~3.42㎓ 대역 할당 방향에 대한 공청회를 진행했었다"며 "과기정통부는 여러 중요한 기준 중 대국민 편익과 공정한 주파수 이용 환경 등을 정부가 같이 고려해 빠른 시일 내에 정리해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언제 관련 내용을 발표할지 정하지 못했다. 주파수 할당을 검토할 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국민 편익과 서비스 이용 시기 등을 포함한 종합적 판단이 필요한 탓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간담회 후 기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김평화 기자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간담회 후 기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김평화 기자
다만 주파수 할당 방식을 결정한 후 이어지는 행정 절차의 경우 속도감 있게 진행할 수 있다. 원래 예정했던 2월 중 3.4㎓~3.42㎓ 주파수 할당 경매 관련 공고는 늦춰졌지만, 업계 내 합의가 있을 경우 속나가 날 수 있다.

SK텔레콤은 1월 20㎒ 폭 2개의 5G 대역을 추가로 경매에 부쳐달라고 요구했다. 자사와 KT에도 LG유플러스와 동일하게 각각 20㎒ 폭의 5G 주파수를 할당해야 균형이 맞다는 논리다. SK텔레콤 요청 대역은 과기정통부가 2023년 할당할 예정인 3.7㎓ 대역 5G 주파수다. SK텔레콤은 3.7㎓~3.72㎓ 대역을, KT 용으로 3.8㎓~3.82㎓ 대역을 요청한 상태다.

최우혁 국장은 "1월 3.7㎓ 대역과 관련한 SK텔레콤 측의 수요 제기가 있었고, KT 역시 해당 대역에서의 설비 투자와 주파수 이용을 검토하고 있다"며 "종합적으로 검토를 해야 하는 만큼 2월 중 주파수 할당 관련 공고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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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의 주파수 추가 할당 요청과 별개로 기존 주파수에 인접한 대역을 먼저 경매에 부쳐달라는 LG유플러스는 17일 간담회 후 이어진 정부 입장 발표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LG유플러스 측은 농어촌 5G 공동망을 구축할 때 자신들만 80㎒ 폭의 주파수를 서비스 용으로 만들 경우, 100㎒ 폭을 쓰는 경쟁사보다 품질이 나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경쟁사보다 낮은 품질의 5G를 구축하게 되는 만큼, 일부 국민을 역차별하게 된다는 것이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LG유플러스 요청 대역은 2018년 예고됐고 2019년에 사용 가능하다고 결정이 났던 주파수다"며 "먼저 연구반과 공청회를 거쳐 할당하기로 결정한 주파수의 경매는 먼저 하는 것이 맞는데, 뒤늦게 수요가 제기된 주파수 할당 문제를 기존 것과 같이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고 말했다.

KT는 SK텔레콤이 요청한 대역을 포함해 3.7㎓~4㎓ 대역에서의 수요를 살펴 과기정통부에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할당 요청과 관련해서는 농어촌 지역의 서비스 불균형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요청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주파수 할당 과정에서 공정 경쟁을 위한 서비스 순차 확대 등의 할당 조건을 부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구현모 KT 대표는 "2013년에 KT가 1.8㎓ (LTE) 주파수를 받을 적에 할당 조건을 둬서 지역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기가 달랐던 선례가 있다"며 "이런 것을 감안해 정부에서 검토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전했다"고 말했다.

구현모 KT 대표가 간담회 후 기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김평화 기자
구현모 KT 대표가 간담회 후 기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김평화 기자
SK텔레콤은 국내 1위 이동통신 사업자로서 가입자가 가장 많다 보니 1인당 할당 가능한 주파수 폭이 가장 적다. 17일에도 LG유플러스에만 주파수를 할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경쟁 사업자에 피해가 가지 않는 주파수 균등 배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주파수 할당의 최우선 목표는 5G 서비스 품질 향상과 투자 촉진이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이 요청한 3.7㎓ 대역 이상 주파수의 경우 위성이나 항공 업계 주파수 간섭 논란이 있는 만큼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지 향후 살필 예정이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이날 통신 3사와 5G 투자 촉진 방안을 나눴다. 통신 3사는 올해 관련 투자를 2021년 투자 규모 이상으로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농어촌 5G 공동망 사업의 조속한 추진과 관련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안전 관리나 반도체 공급 부족 등의 어려움이 있지만 최대한 노력해서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임혜숙 장관은 "통신사는 국가 자원인 주파수를 할당받아 국민에게 서비스하는 만큼 공정한 환경에서 선의의 경쟁으로 국민에게 편익을 제공하길 바란다"며 "최근 통신사 영업이익은 증가하나 투자는 오히려 감소했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국민 눈높이에 맞는 통신 서비스를 위해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