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빙판과 눈밭에서 벌어지는 스포츠는 박진감 넘치는 경쟁의 장이지만, 동시에 생생한 과학 현상이 펼쳐지는 무대이기도 하다.

높은 중력가속도를 이용하고 압력을 버티면서 고속으로 주행하는 봅슬레이, 스켈레톤 등 썰매 경기. 균일한 경기력과 속도를 위해 일정한 시간마다 공인 ‘퍽'을 얼린 것으로 교체하는 아이스하키 등이 대표적이다.

컬링 경기장에서 솔질을 하고 있는 컬링 선수들 / 조선DB
컬링 경기장에서 솔질을 하고 있는 컬링 선수들 / 조선DB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선전을 펼친 ‘팀 킴'의 활약으로 다시 주목을 받은 ‘컬링’도 과학적 원리에 의해 진행되는 동계스포츠 중 하나다.

‘얼음 위의 체스'로 불리는 컬링은 화강암으로 만든 ‘스톤'과 솔빗자루인 ‘브룸' 등을 가지고 경기장인 빙판 중앙으로 스톤을 보내 상대팀을 견제하고 포인트를 얻는다.

컬링 경기 진행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스톤을 앞으로 투척하는 순간, 두 번째는 스톤의 진행 경로를 브룸으로 ‘솔질(스위핑)'하는 것이다.

컬링에 숨은 중요한 과학적 원리 중 하나가 바로 이 ‘솔질'의 순간에 숨어 있다. 컬링 경기의 솔질은 단순하게 바닥을 닦는 것이 아니라, 빙판의 마찰력을 닦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컬링의 경기장이 되는 빙판은 매끈해 보이지만 거친 표면으로 만들어진다. 처음 얼린 빙판위에 다시 분무기로 물을 뿌리면서 작은 얼음 알갱이들이 무수히 빙판 위에 생긴다. ‘페블(pebble)’로 불리는 이 얼음 알갱이들이 빙판 위에 강한 마찰력을 만들면서 스톤이 너무 빠르게 미끄러지지 않게 된다.

컬링 경기장과 스톤 / 픽사베이
컬링 경기장과 스톤 / 픽사베이
브룸으로 이뤄지는 솔질은 이런 페블을 닦아 빙판 위에 형성된 마찰력을 조절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스톤은 감속하면 천천히 돌면서 방향이 휘게 된다. 솔질은 결국 스톤이 처음 의도한 진행 방향으로 가도록 조절하는 것인데, 솔질의 속도와 세기로 마찰력을 세심하게 선택할 수 있다.

빙판 위에 솔질을 하게 되면 열과 압력이 발생하면서 페블이 조금씩 녹는다. 녹은 페블은 빙판 위에 얇은 수분 형태의 막인 수막층을 형성한다. 페블이 있는 거친 빙판과 달리 수막층은 상대적으로 마찰력이 낮고 스톤의 미끄러짐도 강해진다.

따라서 스톤을 처음 투척했을 때 바로 솔질을 시작하면 처음부터 마찰력이 낮아지고 비례해 저항력이 낮아져 스톤에 속도가 붙게 된다. 감속하는 요인이 더 낮아진 만큼 스톤은 좀 더 똑바로, 멀리 목적지를 향하게 된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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