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이동통신 소비자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집단소송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불완전한 5G 서비스를 받았지만, 이를 입증하는 핵심 근거로 내세울 자료 제출이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폰 제조사를 통해 파악한 소비자의 통신 접속 자료가 근거 마련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이통 3사의 5G 허위, 과장 광고 관련 제재를 심의 중인 만큼 해당 결과가 향후 판결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5G 형상화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5G 형상화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5G 소비자 피해 입증 쉽지 않네…SKT 대상 소송 5차 변론까지 간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단독104부는 24일 5G 소비자(원고)가 SK텔레콤(피고)을 상대로 제기한 집단소송 4차 변론을 진행했다. 원고 측 법률 대리는 법무법인 세림이, 피고 측 법률 대리는 법무법인 클라스가 맡았다.

이번 소송은 세림을 통해 모인 237명의 소비자가 5G 서비스 품질 문제를 이유로 SK텔레콤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반환청구 등 소송이다. 2021년 4월 소송 접수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3차 변론을 진행했다.

이번 4차 변론부터는 본안 심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3차 변론까지 SK텔레콤 측에서 원고 적격성을 문제제기하면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3차 변론 당시 재판부는 원고 적격성을 충분히 살폈다며 다음 기일에선 본안 심리를 예고했던 상태다.

하지만 24일 원고 측은 피고의 채무불이행을 입증할 핵심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 소비자가 불완전한 5G 서비스를 받았다고 입증할 핵심 근거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탓이다. 롱텀에볼루션(LTE)과의 서비스 차이를 비교하려 했지만 같은 조건을 두고 차이를 살피기 어려운 점도 문제가 됐다.

원고 측은 "가입자별 일할 계산을 해야 하는데 (월) 5만5000원인 5G 10GB 요금제를 썼다면 그에 따른 (비교할 수 있는) LTE 요금이 있지 않고 사람마다 결합할인이나 약정할인 등이 있어 정확히 특정하는 게 불가능했다"며 "사용자별로 기간, 요금이 다르지만 특정 시기에 사용한 월 요금을 기준으로 하루에 5G 요금제 품질이 미치지 못해서 발생한 피해를 유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해당 자료 제출 가능 기한은 3월 10일로 제시한 상태다.

재판부는 원고의 위자료 청구 과정에서 규모를 정하기 위해서는 자료에 기반한 기준이 필요한 만큼 해당 자료를 추가 기일에 살피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이 17일까지 반박 자료를 제출하면 24일 5차 변론기일을 열고 이를 살필 예정이다.

법무법인 주원이 공동소송 플랫폼인 화난사람들에서 이통 3사 대상 5G 소송인을 모집하며 안내한 이미지 / 화난사람들 홈페이지 갈무리
법무법인 주원이 공동소송 플랫폼인 화난사람들에서 이통 3사 대상 5G 소송인을 모집하며 안내한 이미지 / 화난사람들 홈페이지 갈무리
단말 제조사 자료가 핵심 근거 될까…"3월 공정위 결과도 변수"

세림은 이날 진행한 SK텔레콤 대상 소송 외에 추가로 KT, LG유플러스를 상대로 5G 집단 소송을 각각 진행 중이다. 이동통신 3사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집단소송 건도 별도로 있다. 향후 진행될 소송들의 성격이 유사한 만큼 이번 사례처럼 소비자 피해 입증의 어려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원고 측에 유리한 소송 환경은 아닌 셈이다.

원고 측 법률대리인인 이준헌 세림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정확한 산정에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5G 요금제와 LTE 요금제가 같은 서비스 수준에서 통상 1만원 정도 차이를 두는 만큼 이를 가정한 일할 계산으로 손해액을 추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삼자가 보더라도 납득할 만한 금액을 제시해 소송에 대응하겠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또 다른 5G 소비자 집단소송 건도 관심을 끈다. 법무법인 주원이 대리하는 5G 소비자 집단소송이다.

주원은 683명의 5G 소비자를 대리해 이통 3사를 대상으로 채무불이행과 불법행위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2021년 11월 1차 변론을 마친 데 이어 내달 18일 2차 변론을 앞두고 있다. 주원은 5G 서비스 수준을 살필 수 있는 증거를 확보 중인 만큼 피해 입증에는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법률대리인인 김진욱 주원 변호사는 "삼성과 LG, 애플 등 단말 제조사로부터 (소비자) 5G 접속 관련 자료를 요청해서 일부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다"며 "이 자료를 살피면 5G와 LTE 전환 비율 등을 알 수 있기에 5G 서비스 문제를 살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3월 공정위가 이통 3사에 과장 광고 관련 판단 결과를 내릴 것으로 본다"며 "해당 판단까지 더해지면 피고의 채무불이행과 불법행위를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