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 휴대폰 사용자의 편의를 늘리는 각종 기술이 쏟아지는 가운데 장애인을 위한 지원 기기·앱 기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쇼핑과 동영상 시청, 금융 거래, 온라인 소통 등 생활 전반에서 허들이 발생해 장애인의 모바일 접근성 향상을 막는다는 게 관련 협·단체와 기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관련 사업자의 접근성 향상 노력을 강제할 법제 마련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마트폰 활용 형상화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스마트폰 활용 형상화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휴대폰은 현대인의 필수 기기다. 휴대폰에 가입된 국내 이동통신 회선 수만 해도 1월 기준 5535만회선으로 국민 수(5184만명)보다 많다. 사용자와 24시간을 보내는 기기인 만큼 그간 휴대폰 제조사는 기기 사용성을 높이고자 음성인식 등의 기술 발전을 더했다. 금융과 유통 등 소비자 대상(B2C) 서비스를 선보이는 각 산업계 역시 전용 모바일 앱을 선보이며 이같은 변화 양상에 발을 맞췄다.

그 과정에서 모바일 접근성 향상이 모두에게 동일한 수준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비장애인을 위한 서비스 및 기술 발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장애인을 위한 보조 기능 마련에는 업계가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 단말 제조사가 스마트폰에 문자를 음성으로 변환해주는 스크린 리더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는 등의 노력을 더하긴 했지만 여전히 모바일 사용 과정에서 장벽이 높다는 설명이다.

한국소비자원은 2월 시·청각 장애인이 모바일 앱 사용에 어려움이 많다며 관련 근거를 담은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쇼핑과 배달, 동영상 스트리밍 앱을 이용하는 시각 장애인(193명)의 92.8%가 상품, 서비스 정보 확인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 정보를 설명해주는 대체 텍스트 기능이 없는 탓이다.

청각 장애인은 영상 콘텐츠를 이용 시 소리를 문자로 변환해주는 폐쇄자막 제공이 필수다. 하지만 조사 결과 해당 기능을 지원하는 동영상 스트리밍 앱은 4곳 중 한 곳에 불과했다.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인 넷플릭스만 해당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이같은 어려움은 국민 경제 활동에 필수인 금융 서비스에서도 이어졌다. IT조선 확인 결과, 장애인들은 금융 앱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허들이 많다 보니 혼자서 자산을 관리하기가 힘들었다. 일반 은행 앱과 증권 앱 등 어려움을 겪는 금융 서비스 종류도 다양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작년에 주식거래 붐이 일면서 시각 장애인들도 주식을 거래해보고 싶어 했지만 실시간으로 주식을 사거나 팔지 못했다. 절차가 복잡한 상황에서 한 단계만 못 넘어가도 거래 자체가 불가했다"며 "일부 증권 앱은 장애인들이 혼자선 로그인할 수 없다 보니 누군가에게 특정 상품을 사달라고 부탁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쇼핑 앱에서의 상품 상세 정보 대체 텍스트 제공 예시 / 한국소비자원
쇼핑 앱에서의 상품 상세 정보 대체 텍스트 제공 예시 / 한국소비자원
대다수 국민이 사용하는 메신저 앱인 카카오톡에선 이모티콘 이미지 설명이 부족하다 보니 청각 장애인이 소통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했다. 카카오에서 제작한 이모티콘은 정보값이 있어 음성 설명이 가능하지만, 외부 업체, 작가가 개발한 이모티콘은 정보값이 없어 어떤 이모티콘인지를 확인할 수 없다. 카카오톡 소통 과정에서 문자만큼 이모티콘이 빈번하게 사용되는 것을 고려하면 모바일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는 셈이다.

장애인 협·단체와 관련 기관은 정부가 장애인의 디지털 접근성을 높이고자 관련 지침을 내놓긴 했지만 의무 조항은 아니다 보니 이를 지키는 사업자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로 웹 등 일부 서비스에만 두는 접근성 의무 대상 사업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설명도 더했다.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제도상 모바일 앱 접근성에 대한 강제성이 없는 상태이다 보니 앱을 개발할 때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는 곳이 적지 않다"며 "시각 장애인의 모바일 앱 접근성을 개선하려면 지능정보화기본법 시행령의 정보 접근성 관련 사항을 강제성 없는 표준에서 강제성을 부여하는 고시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