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IT] 윤석열 정부, 게임업계 크런치 모드 부활할까

입력 2022.03.17 09:59

"폐지하면 좋은 거 아닌가요?"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포괄임금제 폐지 이후 사내 반응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야근을 하면 그에 합당한 비용을 받을 수 있게 된 만큼, 포괄임금제 폐지를 당연히 환영한다는 얘기다.

포괄임금제는 연장·야간·휴일근로 등 시간 외 근로 등 수당을 급여에 포함해 일괄 지급하는 임금제다. 사측 입장에서는 노동자가 시간외 근로를 하더라도 추가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돼 ‘유연하게’ 노동력을 사용할 수 있다. 반면 근로자들은 반대한다. 근무시간을 따지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일을 많이 해도 임금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포괄임금제는 특히 게임 업체가 몰린 구로와 판교의 건물이 밤 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다고 해서 유명세를 탔다. ‘꺼지지 않는 등대’, ‘오징어잡이 배’로 불린다. 게임 업계는 ‘크런치 모드(게임 출시 전 고강도 근무 체제)’ 같은 장시간 격무의 근본 원인으로 포괄임금제를 지목한다.

실제 ‘2021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포괄임금제로 급여를 지급 받는다는 응답은 79.6%였다.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는 기업이 늘지만, 여전히 대다수 게임사는 포괄임금제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중소형 게임사 상황은 더욱 나쁘다. 회사 규모에 따른 응답률은 300인 이상 기준에서 83.2%, 100~299인 기준에서 98.6%를 보였다.

2017년 펄어비스를 시작으로 포괄임금제 폐지 바람이 불었지만, 대형·중견 게임사 14곳 중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라인게임즈, 네오위즈 등 4곳은 포괄임금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포괄임금제 장점에 관해 물어봤다. 우리가 모르는 포괄임금제의 장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어떤 내부 사정 때문에 포괄임금제를 유지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선뜻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는 곳은 없었다. 포괄임금제 유지 기업은 ‘게임 출시’라는 마감 시한이 존재하는 업계 특성을 고려한 선택이고 근무시간을 정확하게 확인하는 시스템 등을 도입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반대로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회사에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유를 들어봤다. 해당 게임사는 한목소리로 과도한 업무로부터 직원을 보호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폐지했다고 밝혔다. 또 효율적 업무시간 활용과 유연한 근무 문화 조성도 이유로 꼽았다. 회사가 아닌, 구성원을 위한 근무 유연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얘기다.

최근 들어 다시 크런치 모드가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다. 윤 당선인이 그동안 ‘노동 유연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윤 당선인 역시 노사 협의를 통해 업무 특성에 맞게 근무시간을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금의 포괄임금제 하에서처럼 상황에 따라 사측이 정하는 일방적인 방식은 아니다.

특히 유연한 근무 환경과 관련해서는 포괄임금제를 유지하는 회사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선택적 근무제 운영 등으로 직원들이 자유롭고 유연한 근무 환경 속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회사 구성원들의 근무 유연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포괄임금제를 폐지하지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노동 유연화’라는 미명 하에 노동력을 싼 값에 쓰고 싶어 포괄임금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또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유연한 근무 환경에 대한 업계 종사자들의 관심이 커져가고 있는 만큼, 인재 유치를 위해서라도 ‘포괄임금제 폐지’라는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

임국정 기자 summe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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