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한 삼성SDI가 경쟁사와는 다른 길을 갈 것이라는 목표를 드러냈다.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배터리 투자를 이어가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달리 기술 혁신에 집중하면서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에 나서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2’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미국 내 자체 공장 설립 시점을 묻는 질문에 "미국 내 거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장기적 과제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2’ SK온 부스를 방문한 모습 / 이광영기자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2’ SK온 부스를 방문한 모습 / 이광영기자
미국 자체 공장의 생산능력을 어느정도 규모로 검토하냐는 질문에는 "아직 확정짓지 못했다"고 답했다.

다만 미국 내 배터리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늘린 경쟁사와 비교된다는 질의에는 ‘전략의 차이’임을 명백히했다.

최 사장은 경쟁사의 생산능력을 감안해 삼성SDI도 100GWh(기가와트시) 이상 규모로 설립이 필요하지 않냐는 질문에 "그건 경쟁사의 얘기고, 우리와는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경쟁사가 (많이 투자) 했다고 우리가 꼭 따라가야하고 그럴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북미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가 2021년 46GWh에서 2023년 143GWh, 2025년엔 286GWh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성장률만 58%에 달한다.

삼성SDI는 미국 완성차 4위 업체 스텔란티스와 합작사를 만들고 미국 내 첫 번째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생산 공장을 설립한다. 생산 공장은 2025년 상반기부터 미국에서 연간 23GWh 규모로 전기차 배터리 셀과 모듈을 생산한다.

반면 경쟁사들은 미국 시장에 앞다퉈 배터리 공장을 확보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북미 내 배터리 공장 생산 규모가 최소 200GWh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SK온도 2025년에 북미에서 총 15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확보할 전망이다.

최 사장은 이날 전시장을 둘러본 뒤 "긴장이 많이 되고 훨씬 더 많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정부와 간담회 때 오간 얘기에 대해선 "산업부 장관님과 각사 대표가 상호 인사하는 정도였고, 공급망에 대해 우려가 없도록 노력하자는 얘기가 오갔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