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원통형 배터리 ‘2170’ 대형화 버전인 ‘4680’을 근간으로 한 사이즈의 배터리 개발에 돌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용성이 높은 4680형 배터리 개발을 토대로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손미카엘 삼성SDI 중대형전지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사진)은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2’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4680은 지름 46㎜, 길이 80㎜로, 미국 테슬라가 자사 차세대 전기차 모델에 탑재하는 배터리로 알려져있다. 앞서 파나소닉은 기존에 테슬라에 공급하는 배터리보다 에너지 용량을 5배, 출력을 6배, 주행거리를 16% 각각 늘리고 충전 속도도 빨라진 차세대 4680 배터리 시제품을 지난해 선보였다. 파나소닉의 양산이 본격화 하면 4680 배터리가 탑재된 테슬라 모델 Y의 대량 양산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손미카엘 부사장은 "4680형 배터리는 범용성이 높은 사이즈다"라며 "해당 사이즈를 근간으로 기본 설계 및 개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부사장은 테슬라가 삼성SDI 4680형 배터리의 미래 고객사가 될 수 있냐는 질문에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는 "4680형 배터리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고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고객사를 특정해서 얘기하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손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2일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매년 20% 이상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2021년 전기차용 원통형 전지의 규모는 75GWh(기가와트시)인데, 2026년에는 170GWh에 달할 것이다"라며 "원통형 배터리 비중은 물량 증가와 신규 프로젝트 등으로 20%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삼성SDI 연구소 전경 / 삼성SDI
삼성SDI 연구소 전경 / 삼성SDI
손 부사장은 최근 파일럿 라인(S라인)을 착공한 전고체 전지의 대략적인 개발 계획도 밝혔다.

손 부사장은 "전고체 전지는 소형 사이즈에서 시제품을 조만간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며 "어느 정도 사이즈로 키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라고 설명했다.

전기차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용량의 전고체 전지 양산 시점에 대해서는 "앞서 2027년 양산 계획을 밝힌 만큼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면서도 "고객사에 실제 2027년에 공급하려면 2~3년 전에 시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 시점을 확실하게 공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17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제52기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장기적으로 미국 내 자체 공장 설립을 검토한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현재 진행 중인 스텔란티스와의 협력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손 부사장도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 설립과 추후 확장이 우선이라며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는 "스텔란티스와 2025년 상반기부터 미국에서 연간 23GWh 규모로 전기차 배터리 셀과 모듈을 생산하기로 합의했고, 추후 상호 필요에 따라 40~50GWh로 확장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했다"며 "북미 배터리 시장이 성장하는만큼 순차적으로 생산능력을 늘리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