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위원장을 향한 실망이 날로 확산 추세다. 안 위원장이 인수위에 합류한 후 안랩 주가는 치솟았다. 반면 기대를 걸었던 ICT와 보안 업계는 인수위 행보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인수위는 21일 7개 분과의 전문‧실무위원 인선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대통령 당선 후 꾸려지는 인수위는 다음 정부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사이버 보안 분야를 직‧간접적으로 다루는 곳은 과학기술교육 분과와 외교안보분과다.

인수위 전문위원과 실무위원 명단을 보면, 정보보안 전문가는커녕 ICT 전문가의 이름조차 보이지 않는다. 국내 1위 정보보안 기업 안랩 창업주인 안철수 위원장이 요직에 있음에도 보안 관련 전문가가 인수위에 단 1명도 차출되지 않았다. 뒤늦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CT(2차관실) 담당 국장이 합류했지만, 권한이 거의 없는 파견 형태로 참여한다. ICT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사이버 안보의 비중을 늘리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긴장 상태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경고를 할 정도다. 사이버 안보에 대한 긴장감이 높다.

북한 동향도 대선 전부터 심상치 않다. 국가정보원은 21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사이버전 확대와 대러 제재 참여국 대상 사이버 보복 우려, 정부 교체기 신정부 정책자료 입수 목적 해킹 시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사이버위기 ‘주의’ 경보를 발령했다. 과기정통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도 같은 날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사이버전 확산, 국내 기업 대상 랜섬웨어와 정보유출 사고 발생 등 사이버위협 발생 가능성이 고조됨에 민간 분야 사이버위기 경보를 ‘주의’로 격상했다.

북한 해커조직 관련 보안 전문가로부터 충격적인 소식도 접했다. 인수위 외교안보분과 특정 위원이 북한 해커로부터 해킹 공격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는 것이다. 그는 연초부터 정권 교체 시기에 발맞춰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이어지고 있는데, 북한 해커의 타깃이 된 인물들이 인수위에 대거 합류했다고 말했다. 이는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차기 정부 정책 청사진이 북한 측에 흘러갈 수 있다.

하지만 인수위에는 이 같은 위험을 감지하고 경고해 줄 정보보안 전문가도 ICT 전문가도 없다. 안철수 위원장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인수위는 줄서기 정치를 잘 하는 사람들이 합류하는 것이 아니라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되는 실효성 있는 자문을 해줄 수 있는 전문가들이 합류해야 한다. 현재 참여한 인수위원들도 전문가일 수 있지만, 중요 분야와 관련한 인사는 너무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ICT 전문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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