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와 미세먼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이후, 실내 공기 정화를 위한 공기청정기는 가정의 필수 가전으로 자리매김했다. 매년 주요 가전 제조사들이 다양한 기능과 디자인의 공기청정기 신상품을 꾸준히 선보일 정도이고, 정수기와 비데와 더불어 주요 렌털 가전 중 하나이기도 하다.

보통 공기청정기의 마케팅 포인트를 보면 시간당 공기 정화 성능이나 사용하는 필터 등급, 살균이나 냄새 제거 등 부가 기능, 디자인 등을 주로 강조한다. 그렇다 보니, 제조사나 브랜드 간 차별화를 강조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블루에어 더스트 마그넷 공기청정기(모델명 5440i) / 최용석 기자
블루에어 더스트 마그넷 공기청정기(모델명 5440i) / 최용석 기자
26년 역사를 자랑하는 스웨덴의 공기청정기 브랜드 블루에어(Blueair)는 조금 다른 접근법을 택했다. 집에서 강아지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털 제거에 특화’를 강조한 신제품 ‘더스트 마그넷’을 선보인 것.

공기청정기가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가전기기로 자리매김한 만큼, 디자인 역시 갈수록 비슷비슷해지고 있다. 높이 1m 이내의 크기에 몸체 어느 한쪽에 커다란 흡기구가 있고, 반대편 배출구로 정화된 공기를 배출하는 식이다.

블루에어 더스트마그넷의 외형은 흔히 보는 공기청정기 제품들과는 좀 다르다. / 최용석 기자
블루에어 더스트마그넷의 외형은 흔히 보는 공기청정기 제품들과는 좀 다르다. / 최용석 기자
그런데 블루에어 더스트 마그넷은 외형부터 흔히 보던 제품들과 좀 다르다. 북유럽 디자인 감성이 더해져서일까. 본체의 절반 가까이 덮고 있는 패브릭 소재 커버 덕분에 언뜻 보면 공기청정기임을 알아채기 힘들다. 바닥에 세우기 위한 스탠드 역시 가전제품보다는 의자나 책상 등 가구에서나 봄 직한 디자인이다. 한편으로는 오디오기기를 연상시키는 모양새다.

제품 상단은 실제로 휴대폰이나 리모컨 등을 올려둘 수 있는 간이 테이블처럼 쓸 수 있다. 때문에 거실의 소파나 침실의 침대 옆에 두고 보조 테이블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제품 상단 위는 각종 잡동사니를 올려둘 수 있는 간이 테이블처럼 쓸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제품 상단 위는 각종 잡동사니를 올려둘 수 있는 간이 테이블처럼 쓸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독특한 생김새뿐 아니라, 공기청정기의 작동 과정인 ‘흡기→정화→배기’의 메커니즘도 독특하다. 얼핏 보면 정화된 공기를 배출하는 곳으로 보이는 상단의 커다란 토출구(?)는 실은 토출구가 아닌 흡기구다. 또 이러한 흡기구가 본체 아래쪽 방향에도 하나가 더 있다. 즉, 외부 공기를 빨아들이는 흡기구가 본체의 최상단과 최하단 양쪽에 있는 것이다. 유독 본체를 받치는 스탠드가 길고 높게 뻗어있는 것도 하단 흡기구를 위한 디자인이다.

공기정화와 관련이 있을 것처럼 보이는 패브릭 소재 커버는 실은 아무런 역할이 없는 디자인적 요소에 불과하다. 정화된 공기는 본체의 좌우 측면 토출구로 배출된다. 잘 보면 왼쪽과 오른쪽 토출구의 높이와 배출 방향이 서로 반대다. 이처럼 좌우 배출구가 비대칭으로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배출되는 공기가 청정기 본체를 중심으로 살짝 소용돌이를 그리도록 설계했다는 게 제조사 측의 설명이다.

상단(사진 위) 및 하단(사진 아래) 흡기구를 가까이서 본 모습. 상·하부 흡기구로 주변 공기를 동시에 빨아들인다. / 최용석 기자
상단(사진 위) 및 하단(사진 아래) 흡기구를 가까이서 본 모습. 상·하부 흡기구로 주변 공기를 동시에 빨아들인다. / 최용석 기자
제조사의 설명에 따르면 다리 높이에서 계산된 방향으로 배출한 공기가 소용돌이 효과를 일으키고, 본체 주변 위·아래 공기를 상·하부 흡기구 쪽으로 모은다. 이를 통해 공기 중에 떠도는 미세 먼지나 동물의 털 등의 이물질이 바닥에 내려앉기 전에 재빨리 공기청정기로 빨아들인다.

블루에어는 여기에 전자기적 기술을 더했다. 공기 배출구 쪽에 이온화 장치를 넣어 배출되는 공기에 음(-)이온을 함께 배출하는 것. 이러한 음이온은 소용돌이 효과로 주변 공기를 모으는 과정에서 공기 중 먼지나 미세먼지, 동물의 털 등에 달라붙어 음이온화한다.

더스트마그넷 본체는 상하부 흡기구의 프리필터를 양이온화한 상태로 주변 공기를 빨아들인다. 실제로, 일반적인 공기청정기의 프리필터가 화학소재 섬유로 만든 메시(mesh)망을 쓰는 것과 달리, 더스트마그넷의 프리필터는 전기가 흐를 수 있는 금속 소재 메시망을 사용했다.

상·하부 프리필터에는 전기가 흐를 수 있는 금속 메시 망을 사용했다. / 최용석 기자
상·하부 프리필터에는 전기가 흐를 수 있는 금속 메시 망을 사용했다. / 최용석 기자
음이온과 양이온은 전자기적 특성에 따라 자석처럼 서로를 당기고, 이는 음이온화된 공기 중 이물질이나 오염 물질이 필터에 더 잘 달라붙게 한다. 제품 이름에 자석을 의미하는 ‘마그넷’이 들어간 것도 그 때문이다.

게다가 눈에 보이지 않는 전기적 입자인 음이온은 실체가 있는 것이라면 매우 작은 나노 사이즈의 미세먼지는 물론, 세균이나 박테리아, 냄새 입자 등에도 달라붙어 음이온화할 수 있다. 단순히 프리필터와 헤파(HEPA, high efficiency particulate air) 필터 등으로 공기를 ‘걸러내기’만 하는 일반 공기청정기에 ‘이온화’ 기능을 더함으로써 차별화했다고 회사 측은 강조한다.

터치 방식의 조작 버튼과 인터페이스는 여타 공기청정기 제품들과 비슷하다. / 최용석 기자
터치 방식의 조작 버튼과 인터페이스는 여타 공기청정기 제품들과 비슷하다. / 최용석 기자
독특한 디자인과, 그런 디자인 못지않은 독특한 공기 청정 메커니즘을 제외하면 나머지 기능은 여타 공기청정기와 비슷하다. 상부의 터치 버튼을 이용해 팬 속도를 조절, 공기 정화 성능을 조절할 수 있고, 자동으로 설정하면 자체 센서로 주변 공기 질을 파악하고, 오염도에 따라 팬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공기 오염도는 제품 정면 작은 LED의 색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야간에 침실에서 사용하기 위해 팬 속도를 최소로 낮추고, 각종 LED도 끄는 취침 모드 기능도 제공한다. 단, 야간모드 기준으로도 팬 소음이 조금 있는 편이다. 소음에 민감한 사용자라면 구매하기 전에 미리 매장 등에 방문해 직접 소음 수준을 들어보고 결정하는 것을 권한다.

요즘 중상급 공기청정기 제품들이 지원하는 스마트 제어 기능도 지원한다. 앱스토어나 플레이스토어에서 블루에어 전용 앱을 받고, 더스트마그넷을 와이파이에 연결해 앱에 등록하면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더스트마그넷이 설치된 실내의 공기 오염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원격으로 공기청정기를 제어할 수 있다.

헤파필터와 탈취필터가 이중으로 구성된 교체용 필터의 앞뒤 모습 / 최용석 기자
헤파필터와 탈취필터가 이중으로 구성된 교체용 필터의 앞뒤 모습 / 최용석 기자
소모품인 필터는 제품 뒤쪽에서 서랍식으로 쉽게 교체할 수 있다. 금속망 프리필터가 일체화된 필터 커버를 열고, 내부의 사각형 필터를 손잡이를 당겨 빼내면 된다. 교체용 필터는 종이 또는 펄프 재질로 보이는 헤파필터와 냄새, 악취 등의 원인이 되는 각종 화학물질을 흡착하는 카본 탈취필터가 앞뒤로 일체화된 이중 복합 필터다.

제조사가 필터의 헤파 등급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공기 중 ‘먼지와 박테리아, 바이러스를 99% 이상 제거’한다는 제조사의 설명을 보면 대략 E12~H13 등급으로 추정된다. 필터 수명은 최대 1년으로 꽤 긴 편이다. 다만, 상·하부 흡입구마다 필터가 하나씩 들어가기 때문에 한 번 교체할 때마다 2개씩 바꿔야 한다.

반려동물 키우는 집을 겨냥한 공기청정기 블루에어 더스트마그넷 / 최용석 기자
반려동물 키우는 집을 겨냥한 공기청정기 블루에어 더스트마그넷 / 최용석 기자
고양이나 강아지 등 반려동물의 털을 걸러내는 것은 다른 공기청정기도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우리보다 반려동물 문화가 발전한 유럽 출신의 공기청정기인 만큼 그 부분과 기능을 더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안 그래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단절감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국내서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나는 모양새다. 이러한 상황을 블루에어 더스트마그넷이 적절한 타이밍에 파고든 셈이다.

여기에 ‘이온화’ 효과를 이용한 ‘더스트마그넷’기술로 먼지는 물론, 동물의 털 등도 더 확실히, 단단하게 잡아낸다는 점에서 기술적 차별화도 꾀했다. 북유럽 감성이 물씬 풍기면서 보조 테이블로도 쓸 수 있는 실용적 디자인은 기능성 중시 디자인 일색인 기존 공기청정기 제품들과 뭔가 다른 것을 찾는 이들에게 어울린다.

슬슬 미세먼지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늘어나는 시즌이다. 집안에서라도 깨끗한 공기로 쾌적하게 생활하고 싶으면서 반려동물까지 키우는 가정이라면 북유럽 감성의 공기청정기 ‘블루에어 더스트마그넷’은 어떨까.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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