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OLED TV 패널 거래설이 1년째 이어진 가운데 최근 양사가 2분기 중 패널 공급을 목표로 막판 협상을 남겨놨다는 소문이 나온다. 이에 삼성전자 TV 사업 최고의사결정권자인 한종희 부회장(DX부문장 겸 VD사업부장)이 추가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듯한 입장을 표명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28일 IT조선에 "(LG디스플레이와 OLED 거래는) 아직까지 결정된 사항이 없다"며 "변동 사항이 있으면 알리겠다"고 밝혔다. 실제 양사간 계약이 현실화를 앞뒀는지, 고심할 사안이 남아있는지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 부문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베네시안 팔라조(Venetian Palazzo)에서 CES 2022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삼성전자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 부문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베네시안 팔라조(Venetian Palazzo)에서 CES 2022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삼성전자
‘결정된 사항이 없다’는 한 부회장의 이번 입장 표명은 1월 삼성전자 CES 2022 기자 간담회에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발언의 연장선상이다. 최종 협상 타결을 앞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거래 조건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 부회장은 당시 CES 2022 기자 간담회에서 LG디스플레이와 W(화이트)OLED 패널 계약이 진행 중이냐는 질문에 "구매 한다, 안 한다의 개념이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있다"며 "아직 말씀드릴 단계가 아니며, 쓰게 되면 여러분들에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도 23일 주총이 열린 LG디스플레이 파주러닝센터에서 "조건이 맞고 상호 '윈윈'(win-win)할 수 있다면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자업계에서는 양사의 협상이 2분기 중 타결돼 빠르면 올해 상반기, 늦어도 하반기 중에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탑재한 삼성전자 TV가 출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협상의 첨예한 이슈인 공급가격에 대한 이견이 상당부분 좁혀지면서 현실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양사 거래설의 새로운 힌트가 나올 수 있는 이벤트가 조만간 열린다. 30일 오후 11시(한국시각) 온라인으로 개최되는 삼성전자 ‘언박스 앤 디스커버(Unbox&Discover)’ 행사다. 2022년형 TV 라인업 발표에 나서는 한 부회장이 삼성디스플레이에 패널을 공급받아 글로벌 출시한 QD-OLED TV를 어떻게 소개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한 부회장이 삼성 OLED TV를 QD디스플레이 패널에만 국한하지 않은 기술로 설명하며 자사 주력 브랜드 중 하나로 발표할 경우,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W-OLED 패널 역시 언제든 도입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율 향상에 시간이 걸리는 QD-OLED TV의 소비자 반응이 일정 수준 올라오면, 대체재 개념으로 LG디스플레이에 W-OLED 패널을 공급 받아 OLED TV 라인업을 새로 구축할 가능성이 열리는 셈이다.

반면 한 부회장이 OLED TV에 대한 어떤 언급도 하지 않는다면, LG디스플레이와의 빅딜이 앞으로도 지지부진하거나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 VD사업부 내부에서는 여전히 ‘초대형’, ‘8K’를 중심으로 한 네오 QLED 라인업에 집중하자는 목소리가 빗발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 부회장이 30일 행사에서 OLED TV에 대한 발표를 할지는 구체적으로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