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플법)을 공정위에 폐기하라고 주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은 현행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해결이 안될 경우 자율규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플랫폼 경제 질서에서 나타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거대 플랫폼 기업의 갑질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아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택시 모습 / IT조선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택시 모습 / IT조선
인수위 온플법 폐기 방침에 뒤숭숭한 공정위

2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정통한 관계자와 업계에 따르면 인수위원회는 공정위를 상대로 그 동안 추진해온 온플법을 전면 백지화하라고 주문했다. 공정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윤석열 당선인이 이끄는 새정부는 온플법과 같은 별도 입법을 통해 플랫폼의 갑질 규제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며 "기존 공정거래법을 활용해 플랫폼 기업을 규제할 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업계가 가능성을 높게 점치던 자율규제가 후순위로 밀린 셈이다. 앞서 윤 당선인은 대통령 후보 시절 온라인 플랫폼 업체의 혁신이 저해되지 않도록 ‘자율 규제’를 원칙으로 하고, 필요할 때 최소한의 규제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플법 추진에 역점을 둬 온 공정위는 인수위의 ‘전면 폐기' 주문에 뒤숭숭한 분위기다. 온플법 법제화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공식 석상에서 수차례 언급했던 공정위의 숙원사업이었지만, 새 정부의 주문에 따라 폐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수위 구성 면면을 봐도 공정위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워 보인다. 인수위에는 공정위 국장 대신 김앤장 소속 변호사가 임명돼 내부에서는 공정위 안팎에선 조직 역할 축소 위기감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위에 정통한 관계자는 "위원장 등을 비롯해 의지를 가지고 해당 법을 추진해왔으나 현재는 침묵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현행법으로 규제 가능할까

공정위는 인수위가 주문한 현행법만으로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일으키는 소상공인과 입점업체 등을 향한 ‘갑질'을 규제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예를 들어 카카오가 자사 가맹택시에 호출을 몰아줘 비가맹택시를 차별한 혐의가 확인되더라도 카카오에 ‘거래상 지위 남용'(갑질) 행위를 적용하기 위해선, 현행 공정거래법상 공정위는 택시기사가 오랜 기간(계속성) 오직 카카오T와만 거래(전속성)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플랫폼 경제 하에서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플랫폼 경제에서는 대부분 복수의 앱·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면서 거래하기 때문이다. 카카오 택시 기사들 역시 카카오T만을 이용하지 않는다. 우티(우버와 티맵 합작회사)와 같은 타 플랫폼을 함께 이용하거나 다른 콜 기업을 함께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공정위가 온플법 법제화에 적극 나선 배경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온플법 제정을 두고 입장이 갈렸다. IT·스타트업 업계는 혁신을 저해하는 법안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새정부로 입법을 미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자영업자·소상공인 관련 단체는 시장 지배력을 가진 온라인 플랫폼을 반드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온플법 수정안을 통해 플랫폼 기업의 ‘거래상지위 남용‘(갑질) 금지 조항을 마련했다. 이후 별도 고시를 통해 거래상 지위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갑질’ 규제를 용이하게 하려는 접근이었다. 또 공정위는 거래의 ‘전속성'과 ‘계속성' 외에도 ‘데이터 보유 규모'나 ‘거래 빈도' 등 추가 요소도 도입할 예정이었다. 플랫폼이 이용 사업자 같은 을에 해당하는 기업과 상당한 빈도로 거래를 해왔고, 그 플랫폼이 보유한 데이터 규모가 일정수준 이상이라면 ‘갑'으로 판단해 ‘갑질' 규제를 보다 용이하게 하려는 계획이었다.

또 공정위는 업계 반발을 의식해 적용대상 기업 범위를 대폭 줄였다. 규제 대상 기업을 중개수익 1000억원 또는 중개거래금액 1조원 이상 플랫폼 사업자를 대상으로 했다.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서명, 전사서명 외에도 약관 동의 방식을 통한 계약서 작성 의무도 인정키로 한 상황이었다. 앞서 규제 대상 기업이 지나치게 폭넓고 기업 부담이 과하다는 비판을 일정부분 수렴한 셈이었다.

공정거래법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온플법은 새로운 경제질서가 나타난 상황에서 규제 기반을 정교하게 만들 뿐 엄청난 변화를 몰고올 법은 아니다"라며 "다만 온라인 플랫폼 업계는 이 법이 만들어지면 향후 더 강력한 규제가 향후 도미노처럼 만들어질까봐 크게 우려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